천연동굴 파괴하면서까지 개발행위 일삼은 일당 적발
제주자치경찰단, 매장문화재유존지역 무차별 훼손한 부동산개발업자 구속영장 신청

무허가 개발로 무참히 훼손된 매장문화재유존지역. 부동산 개발업자 이 씨 등은 천연동굴 파괴 행위를 은폐하고자 대형석축을 조성했다. 자치경찰단이 암석을 제거하고 동굴훼손 지점을 확인한 모습. ⓒ제주자치경찰단.
무허가 개발로 무참히 훼손된 매장문화재유존지역. 부동산 개발업자 이 씨 등은 천연동굴 파괴 행위를 은폐하고자 대형석축을 조성했다. 자치경찰단이 암석을 제거하고 동굴훼손 지점을 확인한 모습. ⓒ제주자치경찰단.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지가상승을 목적으로 불법 개발행위를 저지른 부동산 개발업자 일당이 적발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단장 나승권)은 부동산 개발업자 이 씨(63)와 현장 포크레인 기사 박 씨(51) 등 2명을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위반과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9일 밝혔다.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6년 6월경부터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일원에서 지가상승을 목적으로 매장문화재유존지역 1만 3305㎡을 대규모로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언덕형태의 암반지대를 제거하던 중 천연동굴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그대로 파괴, 암반과 흙으로 매립했다.

동굴훼손 흔적을 없애기 위해 동굴 천장 부분에서만 생성되는 상어이빨형 종유석과 현장 암석들로 높이 4m의 대형 석축을 조성했다. 현장 암반 지대를 파괴하면서 발생한 암석 1400여 톤으로 경계석을 쌓아 올려 감추려 했다.

동굴내부 전경. 이동이 가능했던 동굴 통로가 암반과 흙으로 막혀 동굴이 완전히 훼손됐다. ⓒ제주자치경찰단.
동굴내부 전경. 이동이 가능했던 동굴 통로가 암반과 흙으로 막혀 동굴이 완전히 훼손됐다. ⓒ제주자치경찰단.

매장문화재유존지역은 천연동굴 등 매장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을 말하며, 이곳에선 천연동굴 '라'등급의 '생쟁이왓굴'이 발견됐다. 이 동굴은 총 길이 70m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중 50m 구간이 완전히 파괴됐다.

게다가 부동산 개발업자 이 씨는 과거 산림훼손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때 복구한 임야를 재차 훼손해 작업 진입로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초에 농업회사법인을 주식회사로 설립했다. 실제 농작물을 유통하거나 판매한 적이 없는 '페이퍼컴퍼니' 형태인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으며, 법인 설립 후 2년 동안 46차례에 걸쳐 부동산 거래를 횡행했다.

이러한 수법으로 이들은 4필지를 단기간에 매매해 10억 9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자치경찰단 산림수사전담반은 이 씨가 형사처벌을 감면받을 목적으로 모든 책임을 박 씨에게 전가시키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고 전했다.

대형석축 상층부 모습. 석축을 조성해 천연동굴 훼손 사실을 은폐했을 뿐만 아니라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석축을 따라 잔디와 조경수를 식재하기도 했다. ⓒ제주자치경찰단.
대형석축 상층부 모습. 석축을 조성해 천연동굴 훼손 사실을 은폐했을 뿐만 아니라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석축을 따라 잔디와 조경수를 식재하기도 했다. ⓒ제주자치경찰단.

또한 동굴 훼손사실을 확인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은폐한 점, 과거 산림훼손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고 집행유예기간 중에 재차 범행해 재범우려가 높다고 봤다. 박 씨 역시 이 씨와 이전에도 함께 범행에 가담한 점을 들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정근 수사2담당은 "앞으로도 지가상승을 목적으로 벌어지는 부동산 개발행위 등에 대해 기획수사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시,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현상을 변경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 천연동굴 등 매장문화재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불법산지전용으로 산지관리법을 위반해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현장 전체 전경. 현장 멀리 협재해수욕장 일대와 비양도가 보이는 등 경관이 뛰어난 지역이다. 부동산 개발업자 일당은 지가상승을 목적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불법 개발행위를 일삼다 적발됐다. ⓒ제주자치경찰단.
현장 전체 전경. 현장 멀리 협재해수욕장 일대와 비양도가 보이는 등 경관이 뛰어난 지역이다. 부동산 개발업자 일당은 지가상승을 목적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불법 개발행위를 일삼다 적발됐다. ⓒ제주자치경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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