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안 두고, 의회-도정 '힘겨루기' 돌입
조직개편안 두고, 의회-도정 '힘겨루기' 돌입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07.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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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 보좌 인력 확대 위해 의회에 사무처 조직권 내주려는 듯
김태석 의장, 원 지사에게 "협치 제도화 의지 있는지 의문" 문제제기
제11대 제주도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김태석 의장은 3일 "의회 독립을 위해서라도 의회 사무처 분장권을 반드시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이에 현재 권한을 쥐고 있는 원희룡 도정과의 한 판 대결을 예고한 셈이 됐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공직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조직개편을 통해 보좌라인을 늘리고자 제주도의회에 꺼낼 수 있는 모든 협상 카드를 들이밀고 있는 모양새다.

민선 7기 원희룡 도정은 지난 6일 첫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현행 13국 51과에서 17국 60과로 '4국 9과'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확대 조직 중 눈에 띄는 것이 '보좌진'이다.

원희룡 지사는 종전의 정책보좌관실을 페지하고, 대신 소통혁신정책관과 대변인실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정책보좌관실이 맡던 두 기능을 완전히 분화해 따로 두고, 공직혁신을 위한 권한도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대변인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진다. 종전의 '공보관' 명칭을 '대변인'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직급도 국장급(3급)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국회는 국회의장 직속으로 대변인을, 국회사무처는 국회홍보기획관실에 홍보기획관을 두고 있다.

이러한 조직개편안은 제주도의회가 승인해야만 구성할 수 있다.
무소속 도지사를 견제할 제주도의회가 절대 다수의 더불어민주당 수중에 놓여 있기 때문에 원 지사의 의중대로 조직개편안을 호락호락하게 넘겨줄리가 만무하다.

제11대 제주도의회 원구성이 완료되지마자 김태석 의장은 곧바로 발톱을 드러냈다. 대놓고 의회사무처에 대한 인사 및 조직권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보통 같았으면 이를 두고 대립 양상으로 흘러갔겠지만 원희룡 지사는 순순히 양보했다. "토씨 하나 안 건들고 모든 권한을 넘겨주겠다"고 확언했다. 심지어 행정자치부가 여기에 태클을 걸어와도 재의요구는커녕 의회 편을 들어 주겠노라고 천명까지 했다.

또한 행정시장 인사에 제주도의회(더불어민주당)가 추천해주면 적극 반영하겠다고도 했으며, 도의원들이 내건 공약 100%를 예산에 반영시켜주겠다고도 공언했다. 민선 7기 시작부터 벌써 몇 걸음이나 물러선 셈이다. 4년 전 '협치예산'으로 의회(심지어 같은 당)와 전쟁을 벌였던,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의 정치적인 행보다. 

원 지사의 입장에서, 그만큼 정치상황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도정을 견제할 의회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해진 상황에서 정치력 한계가 분명한 무소속 신분의 도지사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면 '정무직 라인'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를 바라보는 제주도의회의 시선이 곱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김태석 의장은 11일 제36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개회한 자리에서 원 지사가 행정시장 추천권한을 준 것에 대해 "상당히 고맙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까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이제껏 의회가 행정시장을 추천한 선례도 없고, 현 상태에선 의회가 추천한 인물을 의회 본 기관이 인사청문해야 하기에 이를 손보지 않고선 사실상 특정인을 공식적으로 추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곧바로 "청문회 등 제도적 문제점은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의회 추천이 어렵다면 비공식적인 추천이라도 받겠다"며 재차 의회와의 협상 카드를 놓치지 않으려 한 모습을 비쳤다.

또한 원 지사가 "선거공신 임용과 회전문 인사를 지양하고 도의원 선거공약 예산을 100%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서 김 의장은 "말보단 행동이 따라야 할 것"이라며 거듭 '협치의 제도화'를 요구했다.

이 부분에서 김 의장은 원 지사를 향해 쓴소리를 뱉었다.
김 의장은 "원 지사가 발표한 조직개편안을 보면 '협치 제도화' 의지가 있는지 염려스럽다"고 질타했다.

제주자치도는 행정기구 설치 및 운영 기준과 지방공무원의 정원기준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김 의장은 "헌데 현재는 조례가 아닌 행정고시를 통해 이를 정하고 있는데, 조직개편에 앞서 고시변경을 하지 않은 절치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 의장은 "옥상옥 부서 설치 논란과 인구밀집 읍면동 지역에 대한 대동제 성격의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옥상옥 부서'는 소통혁신정책관과 대변인실을 두고 한 발언으로 비춰진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의회사무처 인사 및 조직권에 따른)조례 제정을 통해 협치의 진정성과 실천방안을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비판을 제기하자, 원 지사는 "도지사가 도민 소통창구와 공직혁신 기능을 직속기구로 둔 것은 도지사가 도민소통과 공직혁신에 우선순위를 두고 직접 챙기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전한다"고 읍소했다.

이 상황에서 의회사무처의 인사 및 조직권을 의회에 넘겨준다한들, 의회가 곧바로 이를 받아안아 의회 조직을 확대할지도 의문이다. 제주도정의 조직개편에 딴지를 걸면서 의회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좋은 모양새를 띠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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