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과거 입도세 도입 방안 추진했으나 중단되자
환경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에 근거 두고 재추진... 중앙정부 설득 논리 '먹힐까' 의문

▲ 제주도정이 도입 검토 중인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Newsjeju
▲ 제주도정이 도입 검토 중인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Newsjeju

제주도는 해가 갈수록 매년 교통체증 증가와 쓰레기 및 폐수가 넘쳐나는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문제의 원인이 한 해 15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주로 관광객)들로 인한 오버투어리즘에 있다고 봤다. 하지만 관광으로 먹고사는 제주도이니, 관광객을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여 생각한 방안이 '입도세'나 '환경보전기여금'이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제주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일정 금액을 부담해 같이 책임지면 되지 않겠느냐는 발상인 것이다.

'입도세'는 지난 2012년도부터 거론됐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가 세금을 걷자는 거였다. 명분은 '환경보전'이었다. 허나 이는 곧 중앙정부에 의해 막혔다. 정부는 '입도세' 개념이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모든 국민은 이동에 대한 자유(거주이전의 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게다가 현실화 방안도 어려워 이 논의는 얼마 못 가 흐지부지 사라지는 듯 했다.
허나 제주자치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중앙정부를 설득할 논리로 '환경보전'에 '원인자 부담 원칙'이라는 발상을 덧붙였다.

관광객 증가에 따라 사회적 비용(쓰레기 및 폐수, 교통)이 발생하고 있으니, 이러한 비용 증가를 야기시키는 원인자(관광객)들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제도가 '환경보전기여금'이다. 즉, '입도세'에서 명칭만 바꾼 셈이다.

명칭이 바뀌고 논리는 보강됐지만, 이 역시 위헌 소지 여부가 다분하다는 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지역형평성 논리에 부딪히면 사실 이를 설득할 재간이 없다.

▲ 더불어민주당 강성의 제주도의원(화북동)은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에 따른 헌법 위헌 여부에 대해 제주도정이 어떻게 중앙정부를 설득할 것인지 따져 물었다. ©Newsjeju
▲ 더불어민주당 강성의 제주도의원(화북동)은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에 따른 헌법 위헌 여부에 대해 제주도정이 어떻게 중앙정부를 설득할 것인지 따져 물었다. ©Newsjeju

# 환경보전기여금, 중앙정부 설득할 수 있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13일 제주자치도 환경보전국 등을 대상으로 2018년도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환도위 소속의 많은 도의원들이 이 문제를 꺼내 위헌소지 여부에 따른 질의를 집중 제기했다.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화북동)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강 의원은 "제도 도입에 따른 용역을 수행 중이라던데 1명의 법률전문가로 위헌요소 검토가 가능하겠느냐"며 "부담금 수입은 납무의무자에게 사용되어져야 하는데 사실 기여금에 따른 혜택을 보는 건 제주도민이다. 이 지적을 해결할 수 있나"고 물었다.

이에 김양보 환경보전국장은 "육지 분들은 4대당 부담금을 내고 있지만 제주도민은 그렇지 않다"며 "주민등록상 체류하는 사람과 일시 체류하는 사람을 명백히 구분해 부담하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양보 국장은 "제주에선 관광객들의 상하수도 사용량과 렌터카 혼잡도, 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지방비로 부담하고 있어서 이 부분을 적용하면 명백해진다"고 내세웠다.

그러자 강 의원은 "특정인들에게만 세금을 걷어 제주에만 한정지어 사용하는 것 자체에 위헌적 여지가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위헌 제기 소송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재차 반문했다.

김 국장은 "헌법적 요소 우려를 제거하고자 원인자부담원칙 개념으로 향후에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다듬을 것"이라며 "계속 준비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즉답을 피해나갔다.

▲ 무소속 강연호 의원(표선면)은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자체가 현실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설파했다. ©Newsjeju
▲ 무소속 강연호 의원(표선면)은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자체가 현실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설파했다. ©Newsjeju

# 타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은 어떻게 극복하나

강연호 의원(무소속, 표선면)은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원인자부담 원칙을 얘기했지만 제주만 특별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230여개 지자체마다 각기 나름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고 그에 대한 긍지가 있고, 제주보다 더 나은 곳도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기여금 도입이 불가능함을 설파했다.

만일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타 지자체에서도 자연환경 보전 명분으로 추가 세금 징수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강 의원은 "전국에 30여 개의 도립공원 중에 특별한 사유로 입장료를 받는 1곳을 제외하면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고 있다"며 제주 지역의 입장료 징수 사유를 따졌다.

김양보 국장은 "제주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데 전 세계가 동의하고 있다.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에선 이를 지키기 위해 기여금을 낼 의사가 있다는 의견도 반 이상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자 강 의원은 "그 분들이 과연 제주에서 환경보전기여금 내고, 도립공원 입장료 내고, 일반 관광지 입장료로 2∼3중 부담해야 한다는 걸 알고서 답변한 건지 의문"이라며 "반대로 일부 관광객들은 왜 제주에서만 도립공원 입장료를 받느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강 의원은 현재 제주도의 도립공원 징수체계가 엉망인 점도 지적했다.
강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바다 건너 마라도 가는 사람들에겐 해양공원 입장료를 받지만, 그 인근에서 낚시배를 타는 관광객들에겐 징수되지 않고 있다. 송악산도 도립공원이지만 입장료를 안 받고 있는 등 들쭉날쭉이다.

이에 강 의원은 "질문할 때마다 용역 기간 중이라고 둘러대는데 이젠 이 문제도 정립돼야 한다"며 "한 해 도립공원 입장료 수익이 30억 원에 이르고 있는데 이에 따른 명확한 근거를 세우지 않으면 관광객들의 불만에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게다가 강 의원은 "한라산과 만장굴, 성산일출봉에 대한 입장료 현실화도 거론되는 마당에 이 부분이 사전조율되지 않으면 제주로 오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돈만 걷겠다는 소리로 받아들여져 이미지만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여부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상봉 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 ©Newsjeju
▲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여부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상봉 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 ©Newsjeju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 역시 같은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여금을 내는 사람들이 제주환경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지 그냥 돈만 추가로 내고 말 것이라면 부정적 이미지만 안게 될 것"이라며 "국회를 설득하려는 자세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용역진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보면 연도별 예상 수입금이 제시됐던데,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잘못 비춰지면 제주 오는 사람들 삥 뜯기 위한 계획 같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본래 목적인 환경수도로 가기 위한 노력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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