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jeju
▲ ©Newsjeju

 

현택훈(퐁낭작은도서관 사서)

도서관에 자주 오는 아이가 있다. 도서관 근처 빵집 아이이다. 일곱 살이다. 그 아이는 아직 글을 잘 모르는데 책을 펼치고 책을 본다. 손자와 함께 도서관에 가끔 오는 할머니가 있다. 손자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다. 도서관에 와서 핸드폰 게임만 하는 중학생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다. 신문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아주머니도 있다. 소설가가 꿈이라는 스무 살 재수생은 소설책을 빌려가며 꿈을 꾼다. 퐁낭 작은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퐁낭은 팽나무의 제주어이다. 제주에는 마을마다 큰 퐁낭이 있어서 그 퐁낭 그늘 아래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휴식을 취해왔다. 마을 사람들은 퐁낭 그늘 아래 앉아 담소를 나눈다.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정이 깊어진다.

서귀포시 동홍동에 있는 퐁낭 작은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이 마을에 있는 퐁낭의 구실을 하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여행하는 사람들도 들려서 책을 읽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팽나무 그늘 아래가 무릉도원이듯 도서관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피서를 즐기는 건 어떨까.

북카페도 있어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도서관은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열고, 북카페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연다. 토요일에는 오전에도 열며, 일요일은 휴관이다. 북카페에서는 현재 독서 모임도 진행 중이다. 독서 프로그램으로는 어린이 기자단, 청소년 책 활동가, 쪽빛 극장, 손뜨개 교실 등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청소년 인문학 특강, 드로잉 교실, 홈페이지 만들기 교실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도서관 바로 옆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다. 서귀포 여행 중인 사람들을 위해 제주도 여행 안내 책을 비치할 예정이다.

퐁낭 작은도서관은 아파트, 주택,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 있다. 그래서 이용자가 많은 편이다. 엄마랑 함께 온 아이는 엄마 옆에 앉아 책을 읽는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마을에 있는 작은도서관이 팽나무 그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퐁낭 작은도서관은 넉넉하고 시원한 팽나무처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머무는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고자 한다.

퐁낭 작은도서관 그늘 아래로 오세요.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도서관 그늘에서 쉬세요.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