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의견 다시 듣고 다음 회기 때 결정키로 했다고 하나
이미 강정마을회 입장은 '개최 반대' 명확... 도의회, 왜 한 발 물러섰나 '의문'

제주도의회가 19일 '제주 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을 상정키로 했었으나 청와대의 적극적인 의견수렴에 따라 강정마을의 의견을 더 들은 뒤 다음 회기에서 결정하겠다면서 이날 상정을 보류했다.
제주도의회가 19일 '제주 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을 상정키로 했었으나 청와대의 적극적인 의견수렴에 따라 강정마을의 의견을 더 들은 뒤 다음 회기에서 결정하겠다면서 이날 상정을 보류했다.

43명의 제주특별자치도의원 전원이 '제주 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에 서명했으나 돌연, 결의안 상정이 보류됐다.

당초 해당 결의안은 19일 속개되는 제362회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을 거칠 예정이었다. 43명 의원 전원이 서명했으니 표결 통과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허나 제주도의회는 이날 관함식 개최 철회 촉구 결의안 상정을 보류했다.
김태석 의장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다시 듣고 난 후에 다음 회기(제363회 정례회) 본회의 때 상정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미 강정마을회는 올해 3월께 총회를 열어 '개최 반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재도 개최 반대 입장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정주민들과의 대화 결과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도의회가 재차 주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건, 지난 18일 대통령 비서실의 이용선 시민사회수석과의 면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이용선 수석은 "관함식 개최 계획 과정이 적절치 못했던 것 같다"며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 수석은 "10년마다 개최되는 국제행사"라는 타이틀을 거론하면서 "실행해야 할 단계라 지역사회의 의견을 들으러 온 것"이라고 밝혔다.

해군 관함식 개최 논란을 두고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들이 제주도의회 의장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해군 관함식 개최 논란을 두고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들이 제주도의회 의장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특히 '실행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발언을 상기해보면, 잘못한 것 같긴 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이니 추진해야 하지 않겠냐는 뉘앙스로 읽혀진다.

그런 뒤 이 수석 등 대통령 비서실 일행과 제주도의회 의장단은 기자들을 물리고 비공개로 면담을 진행했다.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날 결의안 상정이 보류되고 연기된 점을 미뤄보면 BH(청와대나 대통령을 지칭하는 은어) 측에서 관함식의 제주개최 계획을 철회할 수 없음을 피력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제주도의회가 결의안 상정을 보류한 것에 대해 이날 김태석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청와대의 적극적인 의견수렴과 강정마을총회 개최 예정에 따라 이번 회기에선 상정을 보류하기로 했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적극적인 의견수렴'이라는 발언에서도 '관함식 제주개최 강행'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적극 나서는 걸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관함식 행사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도 보여진다.

이에 제주도의회가 조만간 강정주민들을 직접 만나 청와대의 입장을 전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허나 강정마을회 측은 이를 논의하기 위한 총회를 열 계획인지, 연다면 언제 할 것인지 등을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회기인 제363회 임시회는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되며, 제주도정의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한다. 이 때 결의안이 상정될 수 있는 본회의 일정은 7월 24일과 8월 2일 단 이틀뿐이다.

8월엔 의회 회기가 없기 때문에 이번 결의안은 363회 임시회 때 다뤄질 것이 분명하다. 만일 이 때마저도 결의안이 상정되지 않으면 해군 관함식 개최 바로 한 달 전인 9월로 넘어가게 된다.

해군의 관함식은 오는 10월 10일부터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서 5일간 개최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
해군의 관함식은 오는 10월 10일부터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서 5일간 개최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

해군의 관함식은 오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개최된다. 현재 국방부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서 개최되는 것을 확정해 놓고 있다.

참가국만 30여 개 국이다. 해군총장급 대표단과 외국함정 20~30여 척도 제주에 입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행사다. 때문에 제주개최를 철회하고 다른 지역으로 결정하기 위해선 최소 몇 달 이전에 개최장소가 확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고려하면 청와대 측이 개최장소 변경의 어려운 점을 적극 설파한 것이 아닌가 추측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령 제주도의회의 관함식 반대 결의안이 통과돼 청와대에 전달된다 할지라도 과연 어떤 효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소통의 정부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제주도의회의 반대 의견을 듣고도 관함식을 제주에서 개최키로 할 경우에 불어닥칠 역풍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오는 제36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해당 결의안이 통과되면 국방부와 청와대에 공식 전달돼 제주도민(강정마을회)의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관함식 행사 개최를 불과 2달여 앞두고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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