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마을회장단, 지난 수년 간 상식적이지 않은 예산 집행 의혹 불거져...

도두동마을회가 전임 회장단에게서 공금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주민들 간에 내분이 벌어지고 있다.
도두동마을회가 전임 회장단에게서 공금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주민들 간에 내분이 벌어지고 있다.

[기사 수정 26일 오후 12시 5분] 제주시 도두동 주민들 간에 벌어진 감정의 골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임 회장단에서 집행된 예산의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두동 마을회 주민들간에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전임 회장 K씨는 2달여 전  건강 상의 사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허나 마을회 일부 주민들은 예산 집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이 하나 둘 불거지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두동은 제주국제공항에 바로 인접해 있어 공항소음을 직통으로 겪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도두동은 한국공항공사나 정부, 제주도정으로부터 공항소음 피해에 따른 각종 보상대책을 지원받는다.

또한 제주시 하수처리장도 도두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 등으로부터 마을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들을 지원받기도 한다.

현재로선 정확한 추계가 되지 않고 있지만 공항소음과 하수처리장에 따른 피해 대책 명목으로 지원받는 각종 사업비만 해도 수십억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다보니 사업 진행과정에서 마을회와 사업 시행사들 간 유착관계에 의한 비리가 벌어지게 되는 구조를 안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받는 대부분의 마을회는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마을회원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해 공정한 입찰을 주도해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물론, 비리 방지를 위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원칙이다.

허나 <뉴스제주>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도두동에서 그간 이뤄진 여러 사업들이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집행된 흔적이 엿보인다.

준공된지 2년여가 흘렀지만 사용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는 섬머리청소년문화센터 건물.
준공된지 2년여가 흘렀지만 사용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는 섬머리청소년문화센터 건물.

# 도두동 청소년섬머리문화센터 건립 일부 사업비 착복 의혹

일례로 섬머리청소년문화센터 조성사업이나 센터 조성에 따른 프로그램 운영비, 마을포제, 마을회 행사 및 마을발전을 위한 각종 육성사업 등에 이상한 정황들이 포착된다.

섬머리청소년문화센터 건물은 지난 2016년 제주도정으로부터 약 10억 원을 지원받아 준공됐다. 건물이 준공된 뒤에 도두동 마을회는 뒤늦게 지하공간에 문화공간을 확충하겠다며 그해 약 2억 원이 넘는 추가 지원금을 얻어냈다.

지하실을 소규모 공연장으로 꾸미기 위한 작업이었다. 추가 지원금은 빔프로젝터와 스피커 등 영상 및 음향장치들을 구입하고 무대시설을 꾸미는 데 쓰여졌다. 허나 장비 하나하나에 상식적이지 않을 정도로 수천만 원 대의 자금이 지출됐다.

빔프로젝터 하나에 4600만 원이나 쓰였다. 실제 이렇게 초고가의 빔프로젝터들이 있긴 하나 이런 제품들은 주로 극장 등 대형 공간에서나 쓰이는 것들이지 50평 남짓한 공간에서 쓰일만한 성격이 아니다. 게다가 스피커 시설에도 4700만 원이나 쓰였다. 조명 시설과 관람석 설치에도 수천만 원이 집행됐다.

섬머리청소년문화센터 건물 1층. 내부에 아무것도 비치돼 있지 않다.13여억 원이 투입됐지만 1, 2층이 현재 비어있고, 지하로 갈 수 있는 문도 잠겨 있다.
섬머리청소년문화센터 건물 1층. 내부에 아무것도 비치돼 있지 않다.13여억 원이 투입됐지만 1, 2층이 현재 비어있고, 지하로 갈 수 있는 문도 잠겨 있다.

공간규모에 맞지 않는, 상식적이지 않은 집행에 대해 도두동마을회 전임 회장인 K씨는 <뉴스제주>와의 통화에서 모두 조달청을 통해 구매한 것들이라고 해명했다.

조달청으로부터 조달받은 품목들이라면 해당 물품명과 업체명이 모두 조달청 홈페이지에 공시된다. 허나 뉴스제주가 확보한 자료에서 드러난 업체들을 조달청에서 찾으려 했으나 검색되지 않았다.

이에 K씨는 "물품 모델명을 일일이 대조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을회에 오면 관련 증빙자료들을 다 보여주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뉴스제주는 곧바로 도두동마을회관으로 찾아갔으나 증빙자료를 볼 순 없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부회장 J씨는 "회장이 공석 상태라 제 권한으로 보여줄 수 없다"며 "사무처장도 사직서를 낸 상태고,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사람도 며칠째 행방을 알 수가 없어 (K씨가 그렇게 말했다고한들)문을 열어줄 순 없다"고 거절했다.

현재 섬머리청소년문화센터 건물은 폐쇄돼 있으며, 1·2층에 아무런 시설도 갖춰놓지 않은 상태다. 준공된지 2년여가 흐르고 있지만 제대로 사용조차 되지 못한 것이다. 마을회에선 이 건물 1·2층을 당초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물론, 심지어 마을회 임원들조차 이러한 내용들을 알지 못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천만 원의 마을자금이 사라졌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도두동 마을회관. 마을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의혹들이 제보돼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고자 했으나 마을회 관계자는
도두동 마을회관. 마을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의혹들이 제보돼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고자 했으나 마을회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거절했다.

해당 사업은 문화센터 추가공사비로 2억 2000여만 원을 집행한 뒤 잔금을 반납하면서 마무리됐으나, K씨는 다시 도두동마을회 자금 4000만 원을 자부담으로 집행해 무대시설을 보강했다.

문제는 이 공사대금 4000만 원이 실제로 집행된 것인지, K씨가 착복한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K씨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차용증 쓰고 안사람이 보증서서 업체로부터 빌린 돈"이라고 말했다. 설명인즉, 무대공간 커튼 시설을 위해 시공을 업체에 맡긴 뒤 업체로 결제된 돈(4000만 원)을 빌렸다는 말이다. 마을회 자금을 횡령한 것이 아니라 돈을 빌린 것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 돈이 모 공직자에게 전달됐다는 제보를 받았으나, 직접 돈을 건네 받았다는 당사자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공직자는 "K씨가 돈 문제 때문에 마을이 시끄러워서 '내가 4000만 원을 빌려갔다'고 답변 해달라고 부탁을 받아 그렇게 둘러대긴 했지만 실제 돈을 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K씨가 왜 그런 부탁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보다 명확한 사실확인을 위해 <뉴스제주>는 K씨에게 세부 집행내역과 통장 거래 확인 등을 요청하자 "지금은 확인해 줄 수 없다. 다음 주에 마을회로 오면 보여주겠다"고만 했다. 허나 K씨는 현재 마을회장직을 사직한 상태라 그럴 권한이 그에게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의 지원으로 도두동에 건립된 섬머리도두빌리지. 일부 가구에선 에어컨 설치 공간이 없어 애를 먹고 있어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의 지원으로 도두동에 건립된 섬머리도두빌리지. 일부 가구에선 에어컨 설치 공간이 없어 애를 먹고 있어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섬머리도두빌리지, 부실시공 논란

이와 함께 제주자치도 상하수도본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준공한 섬머리도두빌리지 빌라건물도 문제다.

이곳에 입주한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준공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1층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3층까지 들릴 정도다. 방음시설이 거의 되지 않은 데다가 현관문 아귀가 잘 맞지 않아 바퀴벌레 등의 벌레 침입이 잦다고 제보했다.

특히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어 입주한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부는 옥상에 설치했지만 특정 가구에선 실외기를 놓을 수 있는 장소가 없어 에어컨 설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입주민들은 "해당 빌라를 시공한 건설사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건설사는 전임 마을회장 지시에 따라 특정 업체에 하청을 줬고 그 업체에서 시공한 것이기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임 마을회장 K씨는 "빌라건물의 설계나 감리, 시공사 선정 모두 제주도정을 통해 입찰공고를 내고 행정에서 처리한 것"이라며 "창호나 도배, 벽지, 페인트 정도 등의 하청을 다른지역 사람들에게 줄 순 없지 않느냐. 그래서 부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도두동 마을벽화. 어촌계 마을인 도두동과 전혀 관계 없는 그림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도두동 마을벽화. 어촌계 마을인 도두동과 전혀 관계 없는 그림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 회계 장부 있다?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6억 5000만 원의 혈세가 들어간 마을벽화그리기 사업도 이상한 점이 포착된다.

주민들은 마을 특성을 살린 벽화를 기대했지만 별다른 특징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벽화사업'이기에 문화 쪽 전문 기업을 선정해야 했지만 마을회에 여러 사업을 수주한 경험이 있는 건설회사가 이를 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도 K씨는 "이 사업도 입찰 붙여서 업체를 선정했는데 건설회사가 맡은 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밖에도 마을의 공공재산인 복지회관 건물을 공론화 과정 없이 특정인(마을회 간부)에게 매도됐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보통 마을의 공공재산을 매각할 시엔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공개경쟁 경매를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허나 매각 당시 마을회 임원들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도두 마을.
도두 마을.

이에 대해서도 K씨는 "매각할 때 마을 공고판에 공고를 내고 다 알렸고, 실제 마을 외지인도 공매에 참여했다"며 "임원회의 회의결과, 11억 원 정도에 팔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그 가격을 부른 분에게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건물은 당시 해녀회장에게 넘어갔다.

도두동 마을회에 제기되는 이러한 의혹들은 하나같이 수억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각 사업의 진행과정을 대다수 마을주민들은커녕 일부 마을회 임원들조차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사업은 마을회 일부 임원이 배제되기도 했으며, 회장을 비롯한 특정 임원들에 의해 모든 사업이 결정되고 진행돼 왔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또한 이 외에도 지난 수년간 상당 부분 마을회 운영자금이 실제 어디에 쓰여졌는지 알 수 없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특히 마을회로 들어온 각종 기부금도 회계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횡령 의혹도 일고 있다.

도두동의 마을회 '송년의 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도 이상했다. 지난해 행사 경품을 마을회 예산이 아닌 마을회장이 개인 카드로 구매한 후에 이 금액을 마을회로부터 돌려 받았다. 경품 가격 차액을 착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이에 대해 K씨는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K씨는 "행사 준비위원회 측에서 부탁하니까 그렇게 일을 처리한 것일 뿐"이라며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모두 영수증 처리 돼 있다"고 항변했다.

도두동 마을회장이었던 K씨는 2달여 전에 건강 상의 이유를 들며 사직서를 내고 물러났다. 허나 마을회 주민들은 횡령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물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두동 마을회는 오는 29일에 새로운 마을회장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도두동 마을회장이었던 K씨는 2달여 전에 건강 상의 이유를 들며 사직서를 내고 물러났다. 허나 마을회 주민들은 횡령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물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두동 마을회는 오는 29일에 새로운 마을회장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뉴스제주>는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거듭 K씨와 마을회 측에 관련 증빙자료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

K씨는 "회계처리가 제대로 안 된 건 딱 하나(문화센터 마을회 보조금 4000만 원) 뿐이다. 이제껏 집행된 모든 결산 회계자료를 갖고 있는데, 다만 지금 바로 확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을회가 공직사회처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상태가 아니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둘러댔다.

일부 마을 관계자들이 공개요청을 했으나 마을회 측에서 거부했다는 말도 있다고 전하자, K씨는 "다음 주에 오면 모두 보여주겠다.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도 와서 확인하라고 했지만 오지도 않고 있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J부회장 역시 "지금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다음 주에 오라고만 하는 상태다. 그렇지만 그 때 공개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오는 7월 29일엔 도두동의 새로운 마을회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임 회장단과 현 마을회 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의혹들이 하나 둘 터지자 마을회에선 이 의혹을 밝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쪽과 단순한 의혹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세력 간의 다툼으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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