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마을회장 선거에 도두1동 주민들, 변호사 선임해 무효소송 진행
전 마을회장에 대해선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 주민들 "아니, 이럴 수가 있나요?" 분통

도두1동 마을회의 내분이 결국 법적 소송과 검찰 고발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가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7월 29일 개최된 임시총회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도두1동 마을회장 선거를 차후에 치르기로 하고 의사봉을 직무대행이 두드렸으나, 약 1시간 후 이를 무시하고 회장 선거가 강행되는 마을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자 도두1동 일부 주민들은 "대체 이럴 수가 있는 것이냐"며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 지난 7월 29일 오전에 진행된 도두1동 마을회 임시총회. 마을회 감사가 전 마을회장단의 회계 운용실태를 밝히고자 연단에 오르자,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Newsjeju
▲ 지난 7월 29일 오전에 진행된 도두1동 마을회 임시총회. 마을회 감사가 전 마을회장단의 회계 운용실태를 밝히고자 연단에 오르자,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Newsjeju

# 마을 비리 밝히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몸싸움으로 난장판 된 임시총회

도두1동 마을회는 이날 오전 11시 도두1동 마을회관에서 마을회장 공석에 따른 보궐선거를 치르기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임시총회는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총회에 참석한 주민 중 한 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을회 주민의 자격조건을 먼저 손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자, 회의를 주재한 회장 직무대행이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했다. 선거 당일 날에 투표인 자격을 수정할 순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제기한 마을주민이 끝까지 따져 물었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직무대행과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임시총회는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전임 회장이 돌연 사임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주민은 "회장이 사임하면,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그 이유를 따져 묻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 그런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임 회장단에 의한 횡령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던터라 이 발언이 쏟아진 직후 임시총회는 이를 성토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전임 회장단의 회계 자료를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회장 직무대행은 마을회 감사를 불러내 주민들의 요구에 응하라고 주문했다. 이러자 또 다른 일부 마을 주민들이 연단에 올라선 감사를 밀쳐내며 발표를 못하게 저지했다.

이 상황에서 앞서 회칙 개정을 요구한 주민은 재차 자신의 안건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밀어부쳤다. 허나 선거인 자격을 변경할 경우, 선거인명부를 다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 당일날 이를 수용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회의 진행을 방해하려는 공작으로 읽혀지는 이유다.

이렇게 마을의 비리를 밝히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의 싸움은 임시총회 내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상황이 점차 극단으로 치닫자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보궐선거 투표는 고사하고, 회의 진행 자체가 되질 않았다.

보다못한 주민들은 "이대론 회의가 도저히 진행될 것 같지 않다며 추후에 임시총회를 열자"고 제안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회장 직무대행은 마을회 운영위원회를 별도로 소집한 뒤 추후에 임시총회 일정을 잡아 회칙 개정 및 보궐선거를 치르기로 하고 이날 임시총회를 마쳤다.

▲ 이날 회장 공석에 따른 차기 회장 보궐선거를 치르려 했으나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다음 회차로 넘겨 선거를 치르기로 하고 마쳤다. 허나 1시간여 뒤 두 명의 마을회장 후보 중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만 모여 임시총회를 속개한 뒤 새로운 회장 권한대행을 뽑고선 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강행했다. ©Newsjeju
▲ 이날 회장 공석에 따른 차기 회장 보궐선거를 치르려 했으나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다음 회차로 넘겨 선거를 치르기로 하고 마쳤다. 허나 1시간여 뒤 두 명의 마을회장 후보 중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만 모여 임시총회를 속개한 뒤 새로운 회장 권한대행을 뽑고선 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강행했다. ©Newsjeju

# 마을총의 없이 치러진 선거, 일부 주민들 분노 극에 달해... 결국 소송 제기

그렇게 이날 상황은 종료되는 듯 했다.
허나 2∼3시간 뒤 마을회장이 선출됐다는 정보가 날아들었다.

자초지종을 확인해보니 이날 임시총회가 끝난 뒤, 마을회장 1번 후보 지지자들이 다시 임시총회를 속개해 새로운 회장 직무대행을 뽑고선 차기 회장을 선출했다는 것이었다. 

언뜻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엄연히 공석인 회장을 대행할 직무대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무대행이 사직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새로운 직무대행을 뽑았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새로운 직무대행을 선출해야 할 요건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강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도두1동 마을회의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 모 씨는 "직무대행이 일방적으로 방망이를 두드리고 나가버려서 주민들도 그냥 가버린 것"이라며 "그래서 마을회 집행부가 회장 권한대행을 새로 선출해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분에서 또 다른 의구심이 발생한다.
임시총회가 끝났는데 왜 1번 후보 지지자들만 남아있었던 것이냐는 점이다. 이는 마치 사전모의를 한 것처럼 여겨지는 지점이다. 임시총회가 끝나고 2번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을 비롯한 주민들이 빠져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모여들어 회의를 속개해 속전속결로 회장을 선출해버렸다.

도두동 마을 길거리에 내걸린 상반된 현수막. 하나는 이번 마을회장 선거가 불법적으로 치러졌다고 주장하는 것(위)과 당선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게시돼 있다.
도두동 마을 길거리에 내걸린 상반된 현수막. 하나는 이번 마을회장 선거가 불법적으로 치러졌다고 주장하는 것(위)과 당선됐다고 주장하는 회장의 인사말 내용이 게시돼 있다.

<뉴스제주>는 "불법이 아니냐"고 묻자, 고 위원장은 "임시총회를 진행하기 위한 정족수 이상을 채운 후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자 재차 "직무대행이 의사봉을 내리쳐 임시총회를 연장시켰으면 그에 따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고 위원장은 "그런 건 잘 모른다. 회칙엔 그런 내용이 없다"며 선거관리위원장이라는 직책이 무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어 "일부 주민들이 이번 회장 선출 결과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건 알고 있느냐"고 묻자 고 위원장은 "(나는)회칙이 만들어지면 그것에 따라 운영할 뿐"이라는 답변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게다가 투표 진행 시 회장 입후보자가 1명만 출석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진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아 오지 않았다"고만 할 뿐이었다. 허나 2번 후보자에게 확인한 결과, 마을회 집행부 측이 전화를 걸었던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도두1동 마을회 주민들은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소송을 진행키로 하고, 마을회장 선거 무효소송과 당선 자격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임시총회 개최장소는 원래 섬머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돌연 마을회관으로 변경됐다. 문화센터에서 진행될 시, 전임 회장단에 의한 비리 의혹에 따른 정황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센터 지하엔 현재 과다 지출로 문제가 제기된 고가의 영상·음향 장비들이 있어서다.

또한 이날 임시총회 때 전 마을회장단의 회계 운용실태를 발표하려던 현 감사의 행동이 저지되자, 마을주민들 중 113명이 서명을 모아 지난 7월 31일에 전직 마을회장을 마을회 자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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