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브로드웨이' 꿈꾸는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
'라라랜드, 브로드웨이' 꿈꾸는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08.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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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제주청년들이 모여 2013년에 조직, 직접 대본 쓰고 무대 고안
10일부터 12일까지 5번째 순수 창작뮤지컬 '제주가 땡긴다' 공연 선보여
▲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가 5번째로 준비한 순수 창작뮤지컬 '제주가 땡긴다'의 출연진들. ©Newsjeju
▲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가 5번째로 준비한 순수 창작뮤지컬 '제주가 땡긴다'의 출연진들. 이런 컨셉의 사진으로 공연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Newsjeju

고교 학창시절, 3학년이 된 우리는 이미 진로가 결정된 상태였다.

어느 대학에 들어갈지가 정해져 있었기에 피말리게 하는 수능을 굳이 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엔 진로에 도움될 서적들을 꺼내 읽거나 잠을 자기 일쑤였다.

그렇게 교실에 앉아 있으면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된다며 '진로상담실'로 쫒겨났다. 진로상담실에 가면 대략 3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다 각자 나름의 사연이 있었지만 이곳으로 모여들게 된 이유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로 예체능계 쪽으로 진로가 결정된 애들이었다. 오로지 요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A군이나 영화 찍으러 가야 한다며 여기 저기 쏘다니는 B군 무리들 같이 이른바 '아웃사이더'들이 모인 공간이 거기였다.

그곳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였고, 성향이 비슷한 다른 학교의 고교생들까지 연합해 '오리지널(Original)'이 만들어졌다. 그저 영화가 좋아 모이게 된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후 '오리지널' 일부 멤버 중 연극무대를 꿈꾸기 시작한 6명이 규합해 '몬딱스'를 창단했다. 그 때가 2013년 9월 17일이었다.

▲ 대본 리딩 연습 중인 '제주가 땡긴다' 공연에 출연할 배우들. 출연진 대부분은 제주지역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Newsjeju
▲ 대본 리딩 연습 중인 '제주가 땡긴다' 공연에 출연할 배우들. 출연진 대부분은 제주지역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Newsjeju

#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의 탄생

몬딱스는 '모두'를 뜻하는 제주방언 '몬딱'과 영어에서의 복수형을 가리키는 's'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어원은 그렇지만 '몬딱스'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게 된 발단은 제주도 내 유명 스카밴드인 '사우스카니발'의 대표곡 <몬딱 도르라>에서 유래된다.

몬딱스의 활동 초기 멤버 대부분이 고교 3학년생들이었기에 뭐든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다. 활동자금이나 작품 제작비 등 모두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학생들에게 돈이 어딨겠나. 게다가 고3이다. 고교 2학년생들도 있었다. 자금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무언가 새로 만든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편영화든 짧은 뮤직비디오 제작이든 어떻게든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때마침, 몬딱스가 창단하던 그 시점에 <몬딱 도르라> 곡이 담긴 사우스카니발의 1집이 발매됐다. 제주의 색채가 가득 담긴, 무척이나 흥겨운 이 곡은 '오리지널' 멤버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사우스카니발에게도 선보였다. 뮤비를 보고 흡족해 보이는 사우스카니발의 리더에게 '몬딱' 용어를 팀명으로 사용해도 되는지를 물었고, 흔쾌히 허락한 강경환 씨의 화답에 지금의 '몬딱스'가 탄생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고교생들의 '창작문화'에 대한 열정은 끝 모르고 불타 올랐다.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대본을 쓰고 연극무대를 준비했다. 고교 졸업과 대학 입학을 앞두고 2014년 2월에 연극 <해우소 이야기>를, 2015년 2월에 <제주도에 지하철이 생긴다면>을 선보였다. 2016년 1월엔 <해우소 이야기> 리메이크판을 공연했다.

▲ '제주가 땡긴다' 공연을 준비 중인 '몬딱스' 일원들. 몬딱스는 10여 명의 핵심멤버로 운영되며, 공연 준비 때마다 그 구성과 인원 수가 달라진다. 이번 공연엔 약 50여 명이 함께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5명이 제주지역 청년들이다. ©Newsjeju
▲ '제주가 땡긴다' 공연을 준비 중인 '몬딱스' 일원들. 몬딱스는 10여 명의 핵심멤버로 운영되며, 공연 준비 때마다 그 구성과 인원 수가 달라진다. 이번 공연엔 약 50여 명이 함께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5명이 제주지역 청년들이다. ©Newsjeju

# 제주문화예술을 이끌고 싶었던 이들의 본격적인 비상

앞서 기술된 내용은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를 이끌고 있는 이민규(24) 대표와 그 멤버들 10명의 이야기다. 

이민규 대표는 <해우소 이야기> 리메이크 공연을 마치고 2016년 3월에 군에 입대했다. 군 입대시절엔 그의 1년 후배인 오해성(22) 씨가 직접 대본을 쓰면서 몬딱스의 차기작 <드림캐쳐 인 클래스> 연출을 맡아 진행했다. 이 대표는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홀홀단신 뉴질랜드와 호주로 유학길에 올랐다.

올해 4월에 제주로 돌아온 그는 유학 도중 작업해 왔던 작품을 몬딱스의 5번째 공연작으로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종전에 써왔던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른 '긍정'의 에너지가 물씬 풍겨나는 작품으로.

"예전엔 비판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엄마를 총으로 쏴 미국으로 여행을 가겠다는 여학생의 이야기나 학교가 자기 놀이터라 생각하고 CCTV를 부수고 다니는 그런 반항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갔었다. 해외에 나가게 된 건 내 자신을 알고 싶었다. 어떤 예술인이 되어야 할까를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고, 서로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를 이끌고 있는 이민규 대표(24).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를 이끌고 있는 이민규 대표(24).

그렇게 해서 기획된 몬딱스의 5번째 뮤지컬 <제주가 땡긴다>가 마련됐다. 이번 작품도 이민규 대표가 직접 쓰고 고치며 만든 순수 창작뮤지컬이다.

이번 공연엔 총 50여 명, 그 중 제주도 내 청년들만 35명이 참여한다. 청년들은 고교 1학년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출연 배우는 11명, 나머지는 모두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각 분야별로 포진돼 있는 스탭들이다.

불빛이 있는 곳엔 항상 불나방이 모여든다. 커다란 불빛엔 그만큼 수많은 불나방들이 모여들지만, 작은 불빛에도 나방들은 모여든다. 연극,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이들은 비단 서울 충무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LA 헐리우드나 뉴욕 맨해튼 시의 브로드웨이만이 연극 무대가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제주에서도 얼마든지 '라라랜드'나 '브로드웨이'를 꿈꿀 수 있다.

▲ 이번 '제주가 땡긴다' 연극무대를 알리기 위해 제주시 탑동에서 홍보 공연도 벌였다. ©Newsjeju
▲ 이번 '제주가 땡긴다' 연극무대를 알리기 위해 제주시 탑동에서 홍보 공연도 벌였다. ©Newsjeju

# 연극 준비한다는 소식에 달려든 도내 청소년과 연극인, 음악가들

고지우(18) 학생은 신성여고 2학년생이다. 지우 양이 이번 연극에 배우로 참여하게 된 건, 제주엔터테인먼트에서 올해 6월께 주최한 '청소년대중문화캠프'에서 '몬딱스'를 알게 되면서다.

연극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에 덥석 출연을 지원했다. 물론 그녀는 전문 배우가 아닐뿐더러 이번 작품이 그의 뮤지컬 초연이다. 캠프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도 컸지만 '연극'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집안에서 반대했다.

지우 양과 같은 처지의 출연진들이 대부분인 몬딱스의 연극은 해법이 필요했다. 자신의 자녀들이 실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학부모 참관의 날'을 만들어 부모들을 초대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했던 부모들은 자녀들의 연기를 보고 우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이민규 대표는 전했다. 그렇게 지우 양도 이젠 부모로부터 응원을 받는다. 학업과 병행하느라 힘들지만, 이번 방학 때 집중적으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 제주에서 연극배우 활동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는 배우 정윤선(50) 씨. ©Newsjeju
▲ 제주에서 연극배우 활동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는 배우 정윤선(50) 씨. ©Newsjeju

11명의 출연진 중 눈에 띄는 한 명이 있다. 1993년부터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뮤지컬 배우 정윤선(50) 씨다. 정 씨는 "몬딱스의 활동을 알고 있었다. 처음 공연 때부터 눈여겨 봐왔다"며 "민규가 절 캐스팅해 이번 작품에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윤선 씨도 지우 양의 경우처럼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연극의 길에 설 때부터 아직도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그래도 정 씨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말한다.

"하고 싶다면 해라. 다만, 그 선택에 대한 댓가의 책임은 네가 지는 것이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잠시 쉬었지만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왔다. 이유는 그냥 좋아서다. 연극 무대를 통해 자신이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특히나 몬딱스의 어린 친구들의 에너지를 받고 있으면 더욱 더 자신의 어릴적 시절 초심을 돌아보게 한다고 말한다.

정 씨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꿈이 아닌 다른 길을 걷는 이들이 내뱉는 불평과 변명에 대해 강하게 채찍질했다.

"용기다. 용기가 있으면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고, 그러지 못하면 부모의 반대로 못하게 됐다는 변명을 하게 되더라. 연기를 할 때 표현력이 부족한 것도 마찬가지다. 진짜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면 된다."

고진현(25) 씨는 이번 작품에 편곡자로 참여했다. 인천 출생인 그녀는 지난 달에 싱글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다. 싱글앨범에 3∼4곡이 담겼는데 모두 제주를 배경으로 한 음악이라고. 지난해 제주여행이 너무 좋아 인천을 계속 오가면서 머무는 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10곡 정도의 편곡을 담당하고 있다. 뮤지컬 작업 역시 처음이라는 고진현 씨는 "싱어송라이터이다보니 그간 혼자 작업하느라 힘들었지만 이곳 제주에서 뮤지컬을 계기로 좋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씨는 "작은 거 하나에도 감동받고 오히려 배우고 있다. 초심도 되새기면서 이렇게 예술을 하면 오랫동안 할 수 있겠구나를 느꼈다"며 "그 이상의 것들을 얻어가는 기쁨이 배가 된다"고 자랑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이창봉 교수가 직접 제주로 내려와 이번 공연 출연진들을 위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이창봉 교수가 직접 제주로 내려와 이번 공연 출연진들을 위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Newsje

# 제주의 연극문화 미래 이끌 주자 '몬딱스'

이들 뿐만 아니다. 많은 연극영화인들이 몬딱스의 미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몬딱스의 활동 지원을 위해 '행복한생명 그린대학'이 연습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으며, 도내 연극영화인들이 이들의 연기와 노래에 대해 컨설팅을 나서 주고 있기도 하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의 이창봉 교수도 지인들의 도움 요청에 제주로 내려와 무보수로 이들에게 진심어린 충언을 건네기도 했다.

또한 이번 공연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 넥슨재단, 네오제주(Neo-Jeju), 제주시청소년수련관이 후원하고 있다.

공연은 오는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선보인다. 3일동안 오후 2시와 7시 하루 두 차례 진행되며, 관람료는 7530원이다.

'제주가 땡긴다'는 뮤지컬에서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이다. 이곳으로 휴가 온 어느 한 가수의 매니저가 제주의 여러 신들과 소통 공감하면서 자존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해학적으로 그렸다.

이민규 대표는 이번 공연에 대해 "제주의 굿에는 노래와 연기, 춤이 모두 녹아 있다. 굿이 곧 뮤지컬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굿같은 뮤지컬을 만들어보자 했다"며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대연출이나 감독,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지만 다들 똑같이 수능 공부만 하고 있다. 자신의 꿈에 대한 물음의 시작 발판을 몬딱스에서 만들 수 있게 하고 싶다"며 몬딱스와 함께 할 수 있는 문은 언제든 활짝 열려 있다고 전했다.

▲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의 5번째 창작뮤지컬 '제주가 땡긴다'의 공연 포스터. ©Newsjeju
▲ 제주청년예술단체 몬딱스의 5번째 창작뮤지컬 '제주가 땡긴다'의 공연 포스터. ©News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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