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측이 대변인 성명 통해 '협치' 아니라는 지적에 
고희범 제주시장 예정자 "제가 민주당원 아니었으면 협치 대상으로 지명되지도 않았을 것" 반박

더불어민주당이 고희범 제주시장 예정자와 거리두기에 나섰으나, 정작 당사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희범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이 17일 진행되기 하루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선 고희범 예정자가 제주시장에 공모한 것은 민주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확실히 선긋기에 나섰다.

특히 부성진 대변인은 "개인의 탐욕을 협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 현장에선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 고희범 제주시장 예정자. ©Newsjeju
▲ 고희범 제주시장 예정자. ©Newsjeju

# "일부 민주당원(도의원)으로부터 권유(추천)는 받았다"

의외로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황국 의원(용담1·2동)이 먼저 이 부분에 대해 파고들었다. 김황국 의원은 "민주당에서 선긋기 나섰는데 같은 당원으로서 개인적으로 섭섭하지 않느냐"며 즉답을 요구했다.

이에 고희범 예정자가 즉답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하자, 김 의원은 "선거에서 특정 후보(원희룡 지사)를 도왔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이냐"고 대놓고 물었다. 고 예정자는 "그런 적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그러면 제주시장 후보로 추천받기는 했느냐"고 물었다. 고 예정자가 "몇 분이 추천했다고 들었고 권유를 받기도 했다"며 "민주당 제주도의원 중에서도 (제게)권유한 분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몇명의 민주당원이 권유(혹은 추천)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오고 간 답변만 보면 민주당은 고 예정자를 추천하진 않았다면서 "이건 협치가 아니"라고 했지만,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비춰진다.

# "제가 민주당원 아니라면 협치 대상으로 지명되지도 않았을 것"

이에 더불어민주당 문경운 의원(비례대표)은 "당에서 협치가 아니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느냐"고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고 예정자는 "당의 성명이 상무위원회나 공식적인 기구를 거쳐 나온 게 아니고 대변인 성명이었다는 점에서 당의 공식입장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의원은 "이번 협치 건(행정시장 추천)은 당과 공식 협의된 게 아니어서 민주당과 무관하다고 보는데 동의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고 예정자는 "도의회도 협치를 전제로 논의한 걸로 안다. 제가 민주당원이 아니었으면 협치 대상으로 지명되지도 않았을 거 아닌가 보여지기에 당과 관련 없이 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표명했다.

▲ 고희범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질의에 나선 김황국, 문경운, 송창권 의원. ©Newsjeju
▲ 고희범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질의에 나선 김황국, 문경운, 송창권 의원. ©Newsjeju

# "문대림 돕지 못한 건.... 많이 지쳤다"며 변명

민주당은 거리를 두려 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셈이다. 
특히 민주당이 '거리두기'에 나선 건,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희범 예정자가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문대림 제주도지사 후보를 돕지 않은 이유도 있는 배경에 깔려 있다고 보는 당원들이 많다.

송창권 의원(더불어민주당, 외도·이호·도두동)은 문대림 후보를 돕지 않은 고 예정자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 예정자는 "선거에서 김우남 후보를 도왔는데 경선에서 패배한 뒤 모든 책임이 제게 있는 것 같아 다시 캠프 중책을 맡기엔 부담스러웠다"며 "민망하기도 했고 많이 지쳤다. 그래서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송 의원은 "그런데 지역구 도의원들의 선거는 도왔다. 그건 문 후보를 돕지 않은 것을 면피하기 위한 것이었나"고 꼬집었다.

고 예정자는 "면피하기 위한 게 아니다. 당원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접전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민주당 후보를 도왔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고 예정자는 "자당 (도지사)후보를 적극 돕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 상한 분들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사실 그 점 때문에 저도 면목이 없지만 원희룡 지사를 돕지 않았느냐는 의심은 적당하지 않다. 2010년에 저도 민주당 도지사 후보에 나서 똑같은 일을 당했는데 상대 후보를 도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민주당을 사랑하느냐"고 물었고, 고 예정자는 "사랑 많이 받았다"며 목이 메이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민주당의 가치와 이념을 존중한다"고 갈음했다.

한편, 고희범 예정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상임고문 직을 맡고 있으며, 이번 인사청문을 거쳐 제주시장에 임명될 것으로 예정되면 민주당에서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을)은 "고위공직자직에 나서러면 당적을 미리 정리하는 게 보통인데 왜 그러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고 예정자는 "시장에 임명 안 되면 당을 떠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공식선거법에 따라 탈당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희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을)이 "도지사는 이제 생각 없느냐"고 묻자, 고 예정자는 "진즉에 (생각을)접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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