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뒤끝 남긴 민선 7기 행정시장 인사청문과 임용
씁쓸한 뒤끝 남긴 민선 7기 행정시장 인사청문과 임용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08.21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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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협치 아니라 했지만 원희룡 지사는 '협치' 선언,  
'야합 코드 인사' 논란 사전 방지코자 먼저 선 그었던 민주당이지만...
인사청문서 도민정서 반하는 각종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했는데도 '적격' 내려 '의문'
행정시장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고희범 제주시장과 양윤경 서귀포시장.
행정시장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고희범 제주시장과 양윤경 서귀포시장.

행정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인이 행정시장에 임명되는 첫 사례가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연출됐다.

결과만 놓고보면 '협치' 인사라고 자랑할 법도 하다. 원희룡 지사는 21일 고희범, 양윤경 행정시장을 임명하면서 "협치 정신으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도민을 섬기고, 도민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인사청문이 실시되기 이전, 고희범 제주시장이 내정됐을 때만 해도 "우리 당과는 전혀 상관 없다. 이번 건은 '협치'가 아니다"고 분명히 선긋기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 내 제주도 최고참인 강창일 국회의원(제주시 갑)도 고 시장에게 "탈당하라"며 공개 경고를 먼저 날렸고, 도당에서도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고 시장이 임명되면 "야합 인사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고 시장이 공모에 응한 건 "개인의 욕심일 뿐"이라고 거리두기를 확실히 했다.

지방선거에서 문대림 후보를 돕지 않아 고 시장을 곱게 볼 수 없던 민주당 도당은 명백한 온도차를 예고한 셈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시밭길의 인사청문을 예고했다. 실제 인사청문회에서 고 시장은 농지법 위반과 노형동 타운하우스 분양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 도민정서 반하는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됨에도 '적격'?

양윤경 서귀포시장에 대해선 강도가 더했다.
1차 산업 전문가는커녕 부동산 재테크의 달인이라고 꼬집으면서 재산을 100억 원 이상 불려 온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양 시장 역시 농지법 위반과 각종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야 했다. 

엄청난 자산가임에도 기부는 찔끔(연 50만 원 1건)하고 의료보험은 대구에 있는 아들이 납부하게 했으며, 그간 쌓였던 범칙금 등을 이번 인사청문을 앞두고 일괄 납부하는 등 도덕성 흠결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두 행정시장 모두에게 지적된 '부동산으로 재산 불리기'는 고위공직자에게 흔히 가해지는 도덕적 흠결 요소다. 그런데도 인사특위는 고 예정자의 흠결에 대해선 '의도치 않게' 실수한 것으로 판단했고, 양 예정자의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양 예정자가 '진심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면죄부를 줬다.

문제가 드러나도 '사과하고 반성하면 시장을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혀지면, 어쩔 수 없이 인사청문회의 무용론이 또 다시 재기될 수밖에 없다.

▲ 양윤경 서귀포시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현장. ©Newsjeju
▲ 양윤경 서귀포시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현장. ©Newsjeju

# 기형화 된 인사청문회, 무용론 또 제기될 수밖에...

만일 '부적격' 처리가 됐다면 어찌 됐을까.
행정시장 및 각 출자·출연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청문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오로지 감사위원장 자리만 동의 여부에 따라 임명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결론이 나더라도 도지사가 임명하면 그만이다. 다만, 이럴 경우 민주등 측과 '협치'와 '연정'을 강조했던 원희룡 지사였기에 의회에서 '부적격' 내린 인물을 임명해버리면 협치가 틀어진다.

그렇다고 원 지사가 의회 의견을 존중한답시고 임명하지 않게 되면 행정시장의 공백은 더 길어지고, 오는 24일에 단행할 인사 및 조직개편에 따른 민선 7기 본격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래서 임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사전 내정설'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띤다.

인사특위가 '적격' 처리한 이유엔 두 행정시장의 공백기가 길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는 점도 밝혀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원 지사에게 편의를 봐줬다곤 볼 수 없다.

인사청문 위원으로 나선 모 민주당 의원은 '적격' 결정에 반발해 자신의 SNS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기도 한 걸 보면, 의견합치가 안 된 건 분명해 보인다.

부적격을 내려도 어차피 지사가 임명해 버리고 말 것이라면 모 의원의 불만처럼 "이럴거면 대체 인사청문회를 왜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앞서 진행된 인사청문 때도 이랬다.

문제가 있다면 '부적격'을 내야 옳지 않은가. 허나 도의원들은 그 '문제'의 심각성이 시장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질 나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그 심각성의 정도는 과연 어느 기준에 맞춰져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각종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 인사청문, 이대로 계속 가야할까... 의장단 생각은?

이렇게 의회 스스로 입지를 줄이게 되는 인사청문회를 왜 해야 할까.

이와 관련 김태석 의장에게 "청문회 제도가 애매하게 기형적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김태석 의장과 김경학 의회운영위원장이 21일 의장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나눴다.

김경학 위원장은 "형식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좀 더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

김태석 의장은 "청문회는 필요하다"며 무용론 제기를 반박했다. 김 의장은 "청문회 자체가 도민들을 위한 알권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인데 카타르시스라 할까, 정화작용 기능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단에선 "도민들은 오히려 불쾌지수만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장은 "물론 청문과정과 보고서 채택이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청문위원들의 고유권한이라 의장이 뭐라고 할 여지가 없다"며 인사청문회 무용론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자 기자단 측에서 청문보고서를 청문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김 의장과 김 위원장은 좋은 의견이라며 수용할 뜻이 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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