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협치 아니라 했지만 원희룡 지사는 '협치' 선언,
'야합 코드 인사' 논란 사전 방지코자 먼저 선 그었던 민주당이지만...
인사청문서 도민정서 반하는 각종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했는데도 '적격' 내려 '의문'
행정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인이 행정시장에 임명되는 첫 사례가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연출됐다.
결과만 놓고보면 '협치' 인사라고 자랑할 법도 하다. 원희룡 지사는 21일 고희범, 양윤경 행정시장을 임명하면서 "협치 정신으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도민을 섬기고, 도민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인사청문이 실시되기 이전, 고희범 제주시장이 내정됐을 때만 해도 "우리 당과는 전혀 상관 없다. 이번 건은 '협치'가 아니다"고 분명히 선긋기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 내 제주도 최고참인 강창일 국회의원(제주시 갑)도 고 시장에게 "탈당하라"며 공개 경고를 먼저 날렸고, 도당에서도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고 시장이 임명되면 "야합 인사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고 시장이 공모에 응한 건 "개인의 욕심일 뿐"이라고 거리두기를 확실히 했다.
지방선거에서 문대림 후보를 돕지 않아 고 시장을 곱게 볼 수 없던 민주당 도당은 명백한 온도차를 예고한 셈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시밭길의 인사청문을 예고했다. 실제 인사청문회에서 고 시장은 농지법 위반과 노형동 타운하우스 분양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 도민정서 반하는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됨에도 '적격'?
양윤경 서귀포시장에 대해선 강도가 더했다.
1차 산업 전문가는커녕 부동산 재테크의 달인이라고 꼬집으면서 재산을 100억 원 이상 불려 온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양 시장 역시 농지법 위반과 각종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야 했다.
엄청난 자산가임에도 기부는 찔끔(연 50만 원 1건)하고 의료보험은 대구에 있는 아들이 납부하게 했으며, 그간 쌓였던 범칙금 등을 이번 인사청문을 앞두고 일괄 납부하는 등 도덕성 흠결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두 행정시장 모두에게 지적된 '부동산으로 재산 불리기'는 고위공직자에게 흔히 가해지는 도덕적 흠결 요소다. 그런데도 인사특위는 고 예정자의 흠결에 대해선 '의도치 않게' 실수한 것으로 판단했고, 양 예정자의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양 예정자가 '진심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면죄부를 줬다.
문제가 드러나도 '사과하고 반성하면 시장을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혀지면, 어쩔 수 없이 인사청문회의 무용론이 또 다시 재기될 수밖에 없다.
# 기형화 된 인사청문회, 무용론 또 제기될 수밖에...
만일 '부적격' 처리가 됐다면 어찌 됐을까.
행정시장 및 각 출자·출연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청문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오로지 감사위원장 자리만 동의 여부에 따라 임명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결론이 나더라도 도지사가 임명하면 그만이다. 다만, 이럴 경우 민주등 측과 '협치'와 '연정'을 강조했던 원희룡 지사였기에 의회에서 '부적격' 내린 인물을 임명해버리면 협치가 틀어진다.
그렇다고 원 지사가 의회 의견을 존중한답시고 임명하지 않게 되면 행정시장의 공백은 더 길어지고, 오는 24일에 단행할 인사 및 조직개편에 따른 민선 7기 본격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래서 임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사전 내정설'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띤다.
인사특위가 '적격' 처리한 이유엔 두 행정시장의 공백기가 길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는 점도 밝혀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원 지사에게 편의를 봐줬다곤 볼 수 없다.
인사청문 위원으로 나선 모 민주당 의원은 '적격' 결정에 반발해 자신의 SNS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기도 한 걸 보면, 의견합치가 안 된 건 분명해 보인다.
부적격을 내려도 어차피 지사가 임명해 버리고 말 것이라면 모 의원의 불만처럼 "이럴거면 대체 인사청문회를 왜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앞서 진행된 인사청문 때도 이랬다.
문제가 있다면 '부적격'을 내야 옳지 않은가. 허나 도의원들은 그 '문제'의 심각성이 시장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질 나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그 심각성의 정도는 과연 어느 기준에 맞춰져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각종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 인사청문, 이대로 계속 가야할까... 의장단 생각은?
이렇게 의회 스스로 입지를 줄이게 되는 인사청문회를 왜 해야 할까.
이와 관련 김태석 의장에게 "청문회 제도가 애매하게 기형적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김태석 의장과 김경학 의회운영위원장이 21일 의장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나눴다.
김경학 위원장은 "형식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좀 더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
김태석 의장은 "청문회는 필요하다"며 무용론 제기를 반박했다. 김 의장은 "청문회 자체가 도민들을 위한 알권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인데 카타르시스라 할까, 정화작용 기능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단에선 "도민들은 오히려 불쾌지수만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장은 "물론 청문과정과 보고서 채택이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청문위원들의 고유권한이라 의장이 뭐라고 할 여지가 없다"며 인사청문회 무용론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자 기자단 측에서 청문보고서를 청문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김 의장과 김 위원장은 좋은 의견이라며 수용할 뜻이 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