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품 빠지는 마당에 블록체인으로 뭘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 많아
양영식 의원, 특구 지정에 앞서 사전 도민공론화 필요성 제기

요즘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유독 '블록체인(Blockchain)'에 푹 빠져 있다.

원희룡 지사의 블록체인 사랑은 올해 지방선거에 나섰던 6월께부터다. 당시 원 지사는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하고 '제주코인'을 발행, 암호화폐공개(ICO)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더니 민선 7기 도정에 재입성해선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8월 초에 이를 공식화했으며, 30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를 직접 건의하기까지 했다.

당시 원 지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규제를 실험하기에 제주도가 최적지"라면서 "기업과 기관을 한 곳에 모아 집중 관리 실험장으로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 영역을 선도할 절호의 기회"라며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즈음에 원 지사는 블록체인과 관련한 컨퍼런스나 세미나, 포럼 곳곳에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다. 블록체인을 통해 토지대장을 관리하고 탄소 저감행동으로 발급받은 탄소 마일리지를 블록체인에 올리면 암호화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8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공식 건의했다.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8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공식 건의했다. ©Newsjeju

#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블록체인, 대체 그게 뭔가

대체 블록체인이 무엇이길래 원희룡 지사가 발 벗고 나서는 것일까.

블록체인의 정의를 알기 위해선 먼저 'P2P' 개념을 알면 이해하기 훨씬 수월하다.

P2P는 peer to peer의 줄임말로서,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상에서 개인용 컴퓨터끼리 정보를 주고 받는 접속 방식을 말한다. 

특징은 한 쪽 peer(피어, 컴퓨터 사용자)가 서버가 될 수도 있고 클라이언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을 켜 놓고 공유하고 싶은 데이터를 지정해 놓으면 누구든지 그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다. 단, 컴퓨터를 끄면 가져갈 수 없다. 즉, 공급자와 소비자가 따로 구별돼 있지 않다.

많은 네티즌들은 현재도 이 P2P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영화나 음악 등 각종 대용량의 정보들을 주고 받고 있다. 초창기 대표적인 P2P 프로그램이 '소리바다'였으며, 현재는 토렌트 등 종류가 워낙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P2P가 활성화 된 네트워크 분산 환경에서 온라인 금융거래 정보를 중앙관리서버(모든 금융기관이 취하는 방식)가 아닌 peer들끼리 나눠갖는 방식이다.

명칭이 '블록체인'이 된 이유는 블록체인의 기본 구조가 P2P 집단(블록)을 잇따라 연결한(chain) 형태를 말하기 때문이다.

이 블록체인의 강점은 기존의 은행처럼 모든 금융거래 내역을 보관할 데이터베이스(DB) 서버가 필요없다는 점이다. 즉, 관리비용이 절감되며 모든 금융정보가 이용자들끼리 분산 저장되다보니 근본적으로 해킹이 아주 어려워진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가상화폐며, 그 대표적인 것이 '비트코인Bitcoin)'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 각 나라의 화폐가치(환율)가 모두 다르듯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가상화폐들의 가치 역시 천차만별이다.

가상화폐의 종류는 P2P 프로그램의 종류만큼이나 매우 많으며, 비트코인은 이러한 가상화폐 중 하나일 뿐이지만 워낙 대표적인 가상화폐라 시장가치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치(거래가격)'는 이용자(peer)들끼리 수시로 거래되는 양에 따라 시시각각 변동하기 때문에 시장성을 담보한다고 볼 수가 없다. 하루나 며칠도 아니고 바로 1시간 혹은 몇 분 전에 매도한 1비트코인의 가격이 불과 몇 분 사이에 열배로 뛸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어서다. 즉,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을 만한 안정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를 두고 '화폐가 아니다'라거나 가능성은 있다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이러다보니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각 나라마다 정부정책도 다르다. 일본은 가상화폐를 일찌감치 도입해 '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화폐'로 보지 않고 있다.

높은 변동성을 가진 가상화폐에 매료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반대로 몇십 배로 자산을 불렸다는 얘기도 나돈다.

게다가 철옹성이라던 가상화폐가 얼마 전엔 해킹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해킹 당한 특정 가상화폐를 발행하던 회사는 문을 닫아야만 했으며, 해당 가상화폐를 샀던 이들의 피해는 말도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가상화폐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에 도입해 응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특정 지역과 일부 기업체에서만 융통될 수 있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시범 운용하면 이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제주를 '특구'로 지정해 실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 가상화폐의 종류. 대표적인 가상화폐는 비트코인(Bitcoin)이다. 한 때 1BTC에 2000만 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2018년 9월 3일 오후 4시 27분을 기준으로 807만 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어제 2일보타 4만 2000원이나 하락했다. ©Newsjeju
▲ 가상화폐의 대표적인 비트코인(Bitcoin) 이미지. 지난 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1BTC에 2000만 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2018년 9월 3일 오후 4시 27분을 기준으로 807만 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어제 2일보타 4만 2000원이나 하락했다. ©Newsjeju

# 실험용이라지만 특구 지정, 정말 문제 없을까

원 지사의 강론대로 미래산업을 이끌 '청사진'으로 비춰지기도 하나 여전히 많은 의문이 따라 붙는 건 사실이다.

한 때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 크게 성장할 것만 같던 가상화폐 중 비트코인의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1BTC에 2000만 원이 넘게 거래됐었으나 지금은 800만 원 초반대다. 이 때문에 한창 최고가를 달렸을 때 조금씩 투자하던, 흔히 주식거래에서 표현되는 '개미'들만 죽어난다는 꼴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한 거래가격이 워낙 자주 변동되다보니 가상화폐를 산 이들이 1분 1초마다 거래가격을 확인하느라 삶이 망가졌다는 보도가 줄을 잇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자 원 지사는 제주를 특구로 지정해 '암호화폐 공개(ICO, Initail Coin Offering)'가 허용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해 둔 상태다.

ICO는 IPO(기업공개, Intial Public Offering)와 같은 개념으로, 기업이 기술과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고 그 댓가로 가상화폐를 받아 투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이다. 아직 ICO는 가상화폐 개념이 만들어진 것만큼이나 기초적이며, 발전되지 못한 상태다.

원 지사가 ICO를 발전 가능성이 농후한 것처럼 묘사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미 중국과 미국, 한국은 지난해 ICO 규제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회사들이 ICO를 통해 크게 성장했는데, 그 이유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 거래가격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허나 앞서 말한대로 해킹으로 코인 가로채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중국이 그 해 9월 3일에 ICO를 전면 중단해버렸다. 국내를 포함, 전 세계 가상화페 가치가 급락한 이유다.

▲ 가상화폐의 종류. ©Newsjeju
▲ 가상화폐의 종류. ©Newsjeju

# 지정 특구보단 먼저 안전성 확보부터... 도민공론화는 필수

해킹 사례만 보더라도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하기 위해선 치명적인 위험 사례에 대한 대비와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려는 도민들은 당연코 자세히 알아야 할 사항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양영식 제주도의원(연동 갑)은 3일 개회된 제364회 제1차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신청해 원 지사에게 "특구 지정보단 먼저 도민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양영식 의원은 "대체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블록체인 특구를 지정해서 무얼 하겠다는 건지 많은 도민들에겐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있다"며 "물론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망라된 블록체인으로 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ICO를 진행하는 업체의 기술력이나 재무상태 등을 검증할 시스템이 아직은 너무 미비하고, 가치변동이 매우 심해 화폐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의원은 "미래 생활모습까지 바꿀 수 있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하지만 (원 지사는)도민들에게 블록체인 청사진조차 보여준 적이 없다"며 "공론화 과정도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아무리 좋은 미래산업이라 할지라도 일방적인 논리로 무조건 밀어붙이기 보다는 도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적극적이고 치열한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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