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 의원이 영리병원 공론화 과정 문제 지적하자 모르쇠로 응수한 원 지사

국내 1호 영리병원이 될 수 있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여부에 따른 도민 공론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5일 진행한 도정질문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으나 원희룡 지사는 "난 모르는 얘기"라는 답변으로 일관해 논란을 피해가려 했다.

고현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영리병원을 하려는 녹지그룹이 의료와 관련된 사업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제주자치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녹지그룹의)사업계획서를 살펴봤어야 했는데 심의위원들이 본 적이 없는 걸로 안다. 왜 보여주지 않은 것이냐"며 즉답을 요구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실무적인 사항까지 일일이 알진 못한다"며 "저도 본 적이 없어 (추후에)확인해서 답변하겠다"는 말로 피해갔다.

▲ 고현수 제주도의원이 영리병원에 관해 여러 질문을 던졌으나 원희룡 지사는 매번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해갔다. ©Newsjeju
▲ 고현수 제주도의원이 영리병원에 관해 여러 질문을 던졌으나 원희룡 지사는 매번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해갔다. ©Newsjeju

그러자 고 의원은 그간 영리병원 허가에 따른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공론화조사위원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의 문제점들을 짚었다.

고 의원은 "신고리 원전 재가동 공론화 때엔 시민참여단 구성을 찬성과 반대, 유보 측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각 1/3씩 구성한 바 있다. 영리병원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포되지 않아 그 비율을 알 수 없지만 찬성이든 반대든 한 쪽이 60%가 나오면 6대 3대 1로 도민참여단이 구성된다"며 "이는 공론조사 균형모집에 상당히 위배되는 사례다. 만일 공론결과가 찬성으로 나온다면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신고리 원전 공론화 때도 산자부 장관이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사실 지적한 내용이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며 "공론조사위원 위촉까지만 관여했고 나머진 모두 다 거기로 넘겼다. 보고도 받지 않아 모르는 일"이라면서 이 역시 즉답을 피했다.

이어 고 의원은 자신도 직접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3000명 중 한 명이라고 밝히면서 여론조사 항목이 매우 편향돼 있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설문 내용 중 녹지국제병원이 개설되는 경우 내국인 이용에 대한 물음과 추가 개설허가를 묻는 내용이 있던데 왜 이런 질문들을 넣은건지 알 수가 없다"며 "신고리 원전 설문 때엔 단순히 찬/반만 물었다. 영리병원 조사에선 왜 이 두 항목을 넣어서 도민의 답을 유도하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이러다보면 향후 공론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가 높아진다"며 "(도지사가)일체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답변이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원 지사는 "가정을 전제로 한 답변은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이번엔 만일 공론화 결과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로 결정될 시,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따져 물었다.

고 의원은 "만일 도민여론이 부정적으로 귀결돼 불허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행정소송이 100% 진행될텐데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 지사는 "극단적 상황을 고려하면 책임을 가려내야 하는 문제와 새로운 대안이 있는지에 대해 JDC와 정부, 제주도정, 해당 기업이 찾아나서야 하는데 정부와 다각다로 타진해보고 제안도 오고갔지만 결론이 없다"며 "현재로선 누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선뜻 지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고 의원이 "집권여당 힘 빌려서라도 정부와 얘기해야 할 것"이라며 "대안마련에 대해선 민주당에서도 적극 도와줄 의사가 있을 것"이라고 하자, 원 지사는 "책임이나 대안 마련을 정부가 피해선 안 된다는 것에는 같은 입장일 것이어서 당연히 서로 도와야 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한편, 고 의원이 이날 공개한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내부문건 내용에 대해 또 다른 파장이 일 것으로도 보인다.

고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JDC는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과 관련해 전략자문 최종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자료에서 JDC는 녹지그룹이 의료시설 개발경험이 없어 헬스케어타운의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중증전문병원 유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녹지국제병원이 헬스케어타운 설립 취지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이게 이중 전략인지 개설 허가가 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한 전략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일,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결국 불허된다면 녹지그룹은 제주도와 JDC를 상대로 무려 778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제기하게 된다. 이미 병원 건물을 다 지어놓고 관련 종사자도 모두 채용했었지만 1년 넘게 문을 열고 있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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