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법정 대수 124대 갖춰야 하나 68대 뿐, 제주시는 3대... 있으나마나

유니버셜 디자인을 곳곳에 구축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원희룡 제주도정의 의지가 실제 현실화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대중교통에서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 교통약자들도 자유롭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하는 일이다.

현재 제주에서 운행 중인 버스는 총 728대다. 이 가운데 저상버스는 법정으론 124대를 갖춰야 하나 68대가 전부다. 제주시는 단 3대(전기저상버스)뿐이어서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다보니 교통약자에 해당되는 장애인들은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서 운용하는 특수차량을 통해 이동권을 보장받고 있다. 이게 잘 되면 저상버스가 부족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실상은 매우 열악하다.

▲ 교통약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정류장 시설들(왼쪽)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Newsjeju
▲ 교통약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정류장 시설들(왼쪽)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Newsjeju

고현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일본 동경 지역에선 100% 저상버스로 운행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제주도정이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현수 의원은 "동경에선 심지어 조그만 마을버스마저도 저상버스다. 국가와 지자체, 회사가 각각 1/3씩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저상버스로 전면 교체하려면 초기에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이게 결국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많이 경감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특별운송수단은 1대 1로 이뤄져 장점이긴 하나 이 방법은 장기적으로 확대 운용할수록 오히려 비용이 더 커진다"며 저상버스의 확대 이유를 설파했다.

원희룡 지사는 "관점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동의하나 그간 제주에선 저상버스가 없다시피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도입을 늘리는 중"이라며 "인구가 많은 간선에서부터 연차별 계획을 세워서 빠른 속도로 보급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 문제와 함께 고 의원은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고 의원은 "현장에서 얘길 들어보니 차량 수는 법정 대수를 지키고는 있었지만 이용현황에 비해 차량수와 운전원 수가 너무 모자라다. 권역별 지원기관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 의원은 "예전엔 사전예약제였는데 지금은 즉시 콜로 바꼈는데, 문제는 운전원들이 이용자들의 성향을 살펴봐서 블랙컨슈머에 가깝다고 판단되면 안 가버린다고 하더라"며 "운전원들이 운행이 거부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에 원 지사는 "지난해 교통약자지원센터를 방문해 열악한 사정을 잘 안다"며 "이 문제들에 대해선 같이 머리를 맞대고 개선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장애인 접근성이 전혀 고려되지 못한 정류장 시설 문제도 제기됐다.
고 의원이 제시한 사진자료에 따르면 도보 연석 높이가 들쭉날쭉이어서 저상버스가 오더라도 전동휠체어로 저상버스 탑승이 어렵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위에 정류장이 지어진 곳도 많다.

고 의원이 "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가라는 것이냐"고 질타하자, 원 지사는 "장애인 이동권이 원활한 제주를 만들려면 예산과 인력 등 많은 손길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지적한 내용에 대해선 확인해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