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주민-시민단체 간 갈등 격화
대안으로 '생태도로' 제안했으나 '주먹구구'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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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를 둘러싼 논란이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간 갈등으로 격화되고 있다. 행정에서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들 간 갈등만 확산되는 모양새다. ©Newsjeju

제주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를 둘러싼 논란이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간 갈등으로 격화되고 있다. 행정에서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들 간 갈등만 확산되는 모양새다.

주민들은 이미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는 더 이상의 환경 훼손을 중단하고 공사를 폐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대천-송당) 약 2.94km 구간을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넓히는 확·포장 공사를 진행하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제주자치도는 매년 증가하는 관광객과 성산읍 지역 및 성산항 농수산물 수송을 원할히 하기 위해서는 공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환경 훼손 논란이 일자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이후 공사현장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주기적으로 문화제를 진행하며 '공사 폐기'를 외쳐왔다. 그러다 결국 주민들과 충돌이 빚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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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녹색당 관계자는 "송당마을 주민들은 시민문화제 참여시민들의 주차를 막기 위해 마을 소유의 거슨세미 오름 주차장 입구에 덤프트럭을 세워놓고, 금백조로 삼거리 갓길에도 10대 정도의 덤프트럭을 주차시켜 놓았다"고 주장했다. ©Newsjeju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과 '제주녹색당' 등은 지난 6일 오후 7시부터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시민문화제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송당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며 결국 문화제는 진행되지 못했다.

제주녹색당 관계자는 "송당마을 주민들은 시민문화제 참여시민들의 주차를 막기 위해 마을 소유의 거슨세미 오름 주차장 입구에 덤프트럭을 세워놓고, 금백조로 삼거리 갓길에도 10대 정도의 덤프트럭을 주차시켜 놓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행사장 바로 옆에 대형 덤프트럭과 트렉터 등을 세워놓고 시동을 켜놓았으며, 3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행사를 막기 위해 모여들었다"며 분개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은 행사 진행자 주변을 둘러싸며, 참여 가수와 관객 사이에 일렬로 섰다. 게다가 경적을 울리고 요란한 방송음악을 틀면서 문화제를 무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을 주민들은 '나무가 다 베어진 마당에 왜 남의 동네와 와서 간섭이냐. 우리 동네 사람들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왜 다른 동네 사람들이 와서 그러느냐'며 문화제 참여 시민들에게 항의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해 행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생태도로'에 발언에 대해 "관련 부서에 생태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으로 한 발언일 뿐"이라고 말했다.
▲행정의 미온적인 태도가 오히려 이들의 싸움을 더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원희룡 제주지사는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와 관련해 대안으로 '생태도로'를 제안했으나 이 마저도 구체적인 대안이 아닌 '주먹구구'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Newsjeju

행정의 미온적인 태도가 오히려 이들의 싸움을 더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와 관련해 대안으로 '생태도로'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구체적인 대안이 아닌 '주먹구구'식에 불과해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원희룡 지사가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자 공사를 재개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앞서 원희룡 지사는 비자림로 공사가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자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해당 지역을 '생태도로'로 조성하라며 관련 부서에 주문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대안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속내는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때를 봐서 공사를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원희룡 도정의 결단이 더딘 사이 시민단체와 주민 간 갈등만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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