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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C 오름매니저 김 선 형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음일자리 사업의 오름매니저로 일할 곳이 새별오름으로 배정되었을 때 ‘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같은 오름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은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지루하지 않았다. 배정된 탐방시간이 30분밖에 되지 않아 하루 종일 새로운 분들이 방문한다. 제주도내의 오름동호인들은 물론, 타시도의 관광객을 비롯해 나이든 노년층까지 찾는다.

하루는 아침 일찍 출근했는데 주차장에 나이 많은 남자분이 혼자 서성이고 있었다. 첫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아침 식사를 못했다면서 가까운 곳에서 식사 할 수 없겠느냐고 했다. 주변에 식당은 없고 시간적인 여유는 있어 가까운 마을로 버스를 타서 다녀오라고 안내했다. 하릴없는 시간이어서 운동삼아 정류소까지 같이 가면서 오름에 대한 물음에 답해 드렸는데, 돌아서는 나를 보며 고맙다고 인사를 주셨다. 나 자신도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어떤 마음으로 오름을 찾으시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고,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뻤다.

이런 사례들이 종종 있어 인사를 받을 때는 오히려 내가 오름에 근무하는 것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근무하는 우리들을 보면서 ‘돈도 벌고, 건강도 얻으니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입니다. 나도 이런 곳에서 근무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라는 부러운 찬사를 보낼 때는 가슴이 뿌듯했다.

새별오름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안개가 낄 때는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다가, 순식간에 그 안개가 걷히면서 오름이 떡하니 앞에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오름 날씨가 변화하는 모습은 거대한 장관이 대형 스크린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가하면 들불 축제로 모두 타버린 오름 곳곳에서 들풀과 들꽃들이 피며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매료시킨다. 작고 여린 한포기의 들풀이지만 실로 오묘한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음 일자리가 계속되어 나의 이 작은 행복이 이어졌으면 하는 욕심을 내어본다. 끝으로 이런 경험을 갖도록 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신 JDC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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