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결산심사 때마다 반복되는 이월액과 집행잔액 증가 현상...
도의원들 "대체 개선방안 없는 거냐"질타에 이중환 실장 "내년부터는..."
한 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이 5조 원대에 이르고 있지만 정작 예산이 늘어나도 제대로 못 쓰고 그 다음 해로 넘기는 예산만 1조 원이 넘어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12일 제주자치도 기획조정실 등 주요 부서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결산안을 심사했다.
이날 결산심사에서도 지난해, 지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용액 과다에 따른 이월액 증가 현상과 과도한 집행잔액 등의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터졌다.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은 "지난해 집행 못한 금액만 1조 520억 원에 이른다. 돈이 들어갈데는 많은데 효율적으로 집행이 안 되는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해 결산심사에서 부대조건은 제대로 이행되고는 있는 거냐"고 질타했다.
이중환 기획조정실장은 "5가지 부대의견이 있었고, 개선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당해년도에 계획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여러 현안사업들에서 불용되고 있는 예산항목들을 구체적으로 짚어냈다. 주택사업에선 41%(61억), 주차난 관련 사업 68%(162억), 토지문제 226억, 원도심 재생사업 22억, 지역균형발전 15억 원 등이 집행되지 못했다.
이 실장은 "명시이월 자체가 예외적인 사항이다. 당해년도에 집행하는 게 원칙이나 부득불 이월하는 사업은 의회 승인 얻어 이월시키고 있다. 사실 없어야 하는 게 맞지만 (법상으론 가능하지만)사업별로 일반운영경비는 절대 이월을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워놨다"며 "다른 방법이 있는지도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을)은 이월사업비를 집중 추궁했다.
강 의원은 "추경이 아닌 본 예산에 잡은 사업조차도 이월되는 게 많다. 2016년엔 220개고 이 중 전년도에서 넘어온 것이 40%"라며 "본 예산 계획수립이 더 체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실장은 "이 부분을 해소하고자 내년도 본 예산엔 그 해에 집행이 될 정도의 사업비만 계상하는 걸 원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내년 본 예산이 편성되는 걸 보면 개선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당해년도에 집행이 안 될 것 같은 사업비를 과감히 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함께 집행잔액과 국고 반납액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지적됐다.
강 의원은 "국고보조율 증가는 3.3%로 전국 최저 수준인데 오히려 반환되는 돈은 더 많아지고 있다. 어떤 사업은 아예 100% 반납되는 것도 있어서 문제"라며 "2016년 결산을 보면 국비이월액과 집행률이 전국 꼴지다. 전국 평균이 88%인데 제주는 78%로 10%나 차이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사업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이유 여야를 불문하고 국고 집행잔액에 대해선 다른 사업으로 전환해서라도 쓰여질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협의하면서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뿐만 아니라 제주도정은 기금 활용 문제에 대해서도 질타를 받아야 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전체 기금 조성액이 3654억 원인데 사용액은 2900억 원뿐이다. 농축산소득보장기금 등 전혀 활용되지 않은 기금도 있다"며 "대체 왜 이런 거냐"고 물었다.
이 실장은 "별도 목적으로 설립되는 기금은 최소화돼야 하는데, 규모가 크지 않은 기금들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황국 의원(자유한국당, 용담1·2동)과 좌남수 의원(더불어민주당, 한경면) 역시 같은 내용으로 제주도정의 효율적이지 못한 예산 집행 실태를 지적했다.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은 제주도의 재정상황에 여유가 있어서 이런 것이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현 의원은 "제주도의 통합적인 재정규모는 7조 6000억 원 수준이고, 세출도 6조 2000억 원 규모다. 자산이 전체 24조 원, 부채는 1조 원 정도여서 재정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면서 타 지자체와의 비교해선 어떤 수준에 있는지를 물었다.
이 실장은 "비교해보진 않았다. 일반회계 기준으로 보면 재정적으로 상당히 건전한 편에 있지만 도시계획시설이나 그 밖 상하수도, 환경 관련 기초시설을 보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 의원은 "집행잔액이나 순세계잉여금이 많다는 건 어디엔가 필요로 하는 재원이 제대로 안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행정이 그만큼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