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읍 현희정

지난 9월 11일, 시간당 80밀리 폭우에는 사람도 승용차도 길 위에서 휘청거렸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사방에서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집에 물이 들어온다. 하우스가 침수됐다. 도로가 침수됐다. 모래주머니 갖다 줘야 될 거 아니냐!, 지금 당장 와서 상황을 봐야 되는 것 아니냐” 등 등

먹구름 속으로 파랗게 번개가 치며 하늘이 찢어지는 천둥소리, 빗소리, 전쟁을 방불케 하는 전화벨소리.......

그토록 짓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직원들은 비옷과 장화, 양수기, 모래주머니 등을 챙겨 현장으로 출동했다. 한정된 인력에 끝없이 밀려오는 민원, 하나같이 자기들만 급하다고 난리다.

“지금 현장을 보지 않으면 모른다. 물이 빠지기 전에 현장을 봐야 될게 아니냐? 전화한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오지 않느냐? 지금 몇 번째 전화하는데 소식이 없냐? 순식간에 쏟아진 비는 남원읍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왜 옛날과 달리 그 빗물들이 마을 안으로 쏟아져 흘러들어오는 것일까? 길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초부터 바람이나 물 그리고 난류와 한류가 흐르도록 자연이 마련해준 통로가 있다. 그런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특히나 서귀포를 중심으로 산남 쪽 대부분의 농경지에 비닐하우스가 들어서면서 땅속으로 스며들어야 할 빗물이 전부 시멘트 길 위로 모여들게 돼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고당도 감귤생산을 위해 웬만한 농가에선 과수원 전면에다 타이팩을 깔아 감귤나무 수분 흡수를 제한시키고 있다. 그 역시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이 시멘트 길 위로 넘쳐날 수밖에 없다.

눈으로 보기에는 지대가 높아 침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곳도 가서 보면 침수가 되어 있다. 피해의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으면 그 마음을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아무리 길 옆 도랑이나 하수구를 정비한다 해도 시간당 30밀리 이상의 폭우에는 전혀 감당해낼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말로는 친환경을 운운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보면 오히려 그 반대쪽으로 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도 당국에서도 집중폭우로 피해 현장을 보러 왔다가 물이 다 빠진 모습만 보고 가버린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실감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이번 호우피해를 겪으면서, 단순히 피해복구만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제는 실로 전문적인 진단과 처방과 인식 그리고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단순한 피해복구만으로는 해마다 이런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 정책의 반성과 도민 전체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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