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역사공원 행정사무조사 불발, 도의회 '부결'.... 자충수 둔 의회 '비난' 면치 못할 듯

지난 9대 의회 때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발동한 이후 7년여 만에 가동될 것처럼 비춰졌던 행정사무조사가 불발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1일 제364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를 열어 최근 초미 관심사로 부각된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을 상정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

 

투표에 참여한 34명 도의원 중 찬성 13명 뿐... 반대 8명, 기권 13명으로 부결돼

총원 43명의 제주도의원 중 투표에 참여한 이는 34명.
허창옥 의원(무소속, 대정읍)을 비롯 22명의 의원이 동의해 행정사무조사 요구서가 상정됐었기에 재석의원 34명 중 과반수인 17명을 가뿐이 넘길 것으로 전망됐었으나 찬성이 13명만 나오면서 부결 처리됐다.

반대가 8명, 기권은 13명이었으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도 8명이나 됐다. 이날 본회의장에 아예 참석하지 않은 의원은 1명이다.

이번 제주신화역사공원의 오수역류 사태 원인이 행정의 실수였음이 명백히 드러난 상황에서, 제주도의회는 신화역사공원과 같은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장도 이러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행정사무조사를 발동해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외쳤다.

실제 해당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에서도 행정의 상·하수도 원단위 산정 값을 멋대로 내려주면서 람정제주개발(주) 측에 많은 특혜를 부여했다며 맹렬한 질타를 가한 바 있다.

이번 회기에서 허창옥 의원이 5분 발언을 신청해 행정사무조사에 대한 멍석을 깔아 놨다.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전체 도의원 중 1/3 이상이 발의안에 찬성하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실시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지난 18일에 허창옥 의원은 자신을 포함해 22명의 도의원으로부터 동의를 받고 요구서를 상정했다.

허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실태파악을 해야 한다는 비판의식과 잘못된 행정행위에 대한 시정 의지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실종된 모습을 보였다.

허창옥 의원의 대표발의로 22명 뜻 모았다던 행정사무조사 발의, 배신자 9명은 누구?

허창옥 의원은 제주신화역사공원에서 하수가 역류했던 것과 관련,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벌어야 한다고 밝혔다.
허창옥 의원은 제주신화역사공원에서 하수가 역류했던 것과 관련,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벌어야 한다며 22명의 동의를 얻어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발의했다.

놀라운 건, 이 문제를 직접 따져 물었던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이 '반대'표를 행사했다는 점이다. 환도위 내 의원 7명 중 찬성한 의원은 강성의와 이상봉 의원 뿐이다.

박원철 위원장과 안창남 의원(무소속)이 반대했고, 강성민과 강연호 의원은 기권을, 김용범 의원은 투표하지 않았다.

또한 애초 행정사무조사 요구서에 동의했다는 인원이 22명이었으나, 실제 투표에선 13명만 찬성으로 나타나 9명의 도의원이 다른 마음을 먹고 반대 혹은 기권으로 돌아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른바 '배신자'들인 셈이다. 이들 9명의 배신자 중 4명만 찬성했어도 부결되지 않고 통과될 터였다.

이로서 제주는 정당정치가 먹혀들지 않는 지역임이 재차 증명됐다.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도의원들임에도 '한 목소리'로 뭉치기는커녕 다들 생각이 제각각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교육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43명의 도의원 중 무려 29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원은 9명 뿐이며, 나머지 반대가 7명, 기권이 8명, 무투표가 5명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김태석 의장 또한 본회의장에 있었으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폐회사를 통해 원희룡 지사에게 "예산철학이 어디로 가고 있느냐"며 맹렬한 비판을 가했다. 투표하지도 않았으면서 이러한 비판을 가할 명분이 있을까.

결국 행정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고 견제하겠다는 의회 본연의 기능이 무색해진 결과를 낳게 했다. 이 황망한 '머쓱함'에 대해 제주도의회가,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자세를 취해 나갈지가 주목된다.

허나 이날 김태석 의장이 '무투표'로 나선 것을 보면 이대로 시간이 흘러 과거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도민사회에서 잊혀지기만을 바랄 뿐일 것으로 전망된다. 늘 민의의 전당이라고 외쳤던 제주도의회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에 대한 투표결과. 사진에서 파란색은 찬성, 빨간색은 반대, 노란색은 기권표를 던진 의원이다. 이름이 회색인 의원은 투표 당시 자리에 없었으며, 좌남수 의원은 이날 결석했다. 무투표처럼 보이는 이승아 의원은 기권표를 행사했다.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에 대한 투표결과. 사진에서 파란색은 찬성, 빨간색은 반대, 노란색은 기권표를 던진 의원이다. 이름이 회색인 의원은 아예 투표하지 않은 이들이며, 좌남수 의원은 이날 결석했다. 무투표처럼 보이는 이승아 의원은 기권표를 행사했다.

투표 결과에 따른 명단은 아래와 같다.

총원 43명 중 재석 34명
(괄호 없음은 더불어민주당)

찬성 13명
강민숙, 강성의, 강철남, 고은실(정의당), 고현수, 김경미, 부공남(교육의원), 이상봉, 정민구, 한영진(바른미래), 허창옥(무소속), 현길호, 홍명환

반대 8명
강성균, 고용호, 문경운, 박원철, 송영훈, 송창권, 안창남(무소속), 임상필

기권 13명
강성민, 강연호(무소속), 강충룡(바른미래), 고태순, 김장영(교육의원), 김창식(교육의원), 김희현, 박호형, 양영식, 오영희(자유한국당), 윤춘광, 이승아, 조훈배

투표하지 않음 8명
강시백(교육의원), 김경학, 김용범, 김태석, 김황국(자유한국당), 문종태, 오대익(교육의원), 이경용(무소속)

출석하지 않음 1명
좌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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