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문재인 정부 기조 고려하면 '불허' 결정 내려야 하나 손해배상 대책 문제 때문에 '고심일 듯'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가 올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녹지국제병원(영리병원)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 지난 4일에 '개설 불허'로 결정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선택만이 남게됐다.

이번 공론조사는 제주도 내 시민단체의 청구에 의해 시작된 것이었지만 원희룡 지사가 이를 전격 수용함으로서 이뤄진 사상 첫 번째 공론화 과정이었다.

▲ 공론화위원회의 '불허' 권고안에 따라 원희룡 지사 역시 영리병원 개설허가에 '불허'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Newsjeju
▲ 공론화위원회의 '불허' 권고안에 따라 원희룡 지사 역시 영리병원 개설허가에 '불허'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Newsjeju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내려진 최대한 공정한(?) 과정을 거쳐 내려진 제주도민들의 결정인만큼, 원희룡 지사는 공론조사위의 '불허' 판단을 거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영리병원 개설에 부정적인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던 터라, 원 지사는 이번 공론위의 '불허' 결정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됐다.

'불허' 결정에 정당성이 필요한 이유는 손해배상 문제 때문이다.

이미 녹지그룹은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통해 영리병원 사업허가를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로부터 득한 상태였다. 이를 근거로 710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관련 종사자들을 채용했다.

허나 막상 건물을 준공하고 인력 고용까지 마쳤지만 녹지그룹은 영리병원 문을 열 수 없게 됐다. 아직 원희룡 지사의 입장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사실상 '불허' 결정을 내려진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다. 

사업허가를 받았지만 문을 열지 못하게 된 녹지그룹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 자명하다. 녹지그룹 측은 매월 운영비로 8억 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설허가 신청이 지난해 8월에 있었기에 녹지그룹 측의 손해액은 족히 8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된다면 제주자치도는 사업시행사인 제주국제자유도시(JDC), 사업허가를 내 준 중앙정부(보건복지부)와 함께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 

원희룡 지사가 최종 '불허' 결정을 내린다면 공론화를 거쳐 도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명분(정당성)이 있어 책임소재 논란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된다.

이는 원 지사가 공론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설 허가'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개설 허가' 결정은 손해배상을 피할 순 있겠지만 제주도민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가 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선택이다.

이 때문에 공론위는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도 제주자치도 측에 현재 준공된 건물을 '비영리병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볼 것을 권유했다. 사실상 제주자치도는 이 방안에 대해 고민한 뒤, 적절한 카드를 놓고 녹지그룹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만 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녹지그룹이 협상안을 수용할지, 아니면 손해배상 소송전으로 전개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때문에 원 지사는 이번 태풍 대비태세 기간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뒤, 조만간 공론위의 불허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후속대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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