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제주평화시민모임, 기자회견 열고 국제관함식 강행 규탄
강우일 주교, "핵 항공모함 제주입항은 4.3 역사 부정하는 것"

욱일기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 핵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의 제주 입항이 예고되면서 국제관함식을 둘러싼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국제관함식'에는 13개국 20척의 외국 군함과 45개국의 대표단이 참가할 예정이다.

참가국 중 가장 많은 군함을 보내는 국가는 미국으로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4척이 참가한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우는 로널드 레이건호는 원자로 2기를 갖춘 배수량 10만 2000톤급의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비행갑판 면적이 축구장 3배에 달할 만큼 그 규모가 상당하다.

문제는 로널드 레이건호가 핵추진 항공모함이라는 점이다. 핵 항공모함은 미군에겐 '전략 자산'으로 불리지만 전 세계 시민들에겐 파괴와 죽음의 무기다. 더구나 레이건호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당시 인근 해역에서 피폭된 바 있다.

미군의 한 기관지는 당시 레이건호 승조원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암과 과도한 출혈, 갑상선 질환 등을 호소한다고 보도했고, 항모 승조원들 일부는 일본 도쿄전력을 상대로 수조원대의 소송을 걸었다. 때문에 피폭에 따른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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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제주평화시민모임은 8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관함식 강행을 규탄했다. ©Newsjeju

이에 대해 비핵제주평화시민모임은 미 핵 항공모함의 제주 입항은 있을 수 없다며 국제관함식 또한 강행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비핵제주평화시민모임은 8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한, 북미 정상회담은 군사적 긴장 완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유독 제주에서는 먼 나라의 일이 됐다. 해군과 정부가 무리하게 국제관함식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거행함으로써 제주는 동북아시아의 떠오르는 군사기지의 섬이 되고 있다. 평화의 시대를 여는 중요한 시기에 평화의 섬 제주에서 절차적으로 온당치 못한 상태로 국제관함식이 강행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특히 "제주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와 인권의 섬이 되고자 했던 ‘평화의 섬’ 제주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부터 국제관함식까지 자기 분열적 모순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정, 그리고 해군은 시민의 평화적 생존권에 관한 열망에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제관함식은 위선이다. 관함식의 캐치프레즈인 ‘제주의 바다, 세계평화를 품다’라는 말 역시 기만이다. 미 핵 항공모함의 제주 입항은 물론 국제관함식 강행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주4.3 메시지를 전했다.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이사장인 강우일 주교. ©Newsjeju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이사장인 강우일 주교 역시 "4.3 70주년인 올해에 학살의 책임이 있는 미국이 핵항공모함을 가지고 70년 만에 제주도에 들어오는 것은 학살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역설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해군은 국제관함식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지원을 약속했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과 폭력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채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세계 평화의 섬 제주에서 전 세계 해군 군사력 과시의 장인 국제관함식을 개최하는 것은 남북 정상이 선언한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더 이상 제주도를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섬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가 지난 세월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 참된 평화의 섬이 되려면 군사력이 제주도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 또한 평화를 외치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탄압해서는 안 된다. 제주해군기지의 잘못된 진실을 그 무엇으로도 덮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역사의 진실을 덮는 그 순간, 잘못된 역사는 덮여진 진실을 밟고 다시 일어서게 될 것이다. 제주도에 국제관함식이 개최되는 상황 속에서 제주도가 참된 평화로 가는 길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고 적극적으로 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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