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리 시멘트 공장 반대 대책위 "주민 속이고 사업자에 동조했다" 제주시청 비난
제주시청 "단순 오기였을 뿐, 심사 과정엔 문제 없다"며 재심의 대상 아니라 밝혀

제주시 함덕리 초등학교 및 중학교 인근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시멘트 블록공장을 두고 주민들과 행정부서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함덕리 시멘트 블록공장 신축 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한명용 함덕리장)는 5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장 설립 백지화를 촉구했다.

▲ 함덕리 시멘트 블록공장 신축 반대 대책위원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장 건설 백지화를 요구했다. ©Newsjeju
▲ 함덕리 시멘트 블록공장 신축 반대 대책위원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장 건설 백지화를 요구했다. ©Newsjeju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A사가 지으려는 시멘트 블록공장은 주민 거주지역과 불과 500m가량 떨어져 있다. 함덕중학교로부터는 대략 1km 거리 내에 위치해 있다. 인근 거리라 공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로 주민과 학생들의 생활권이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제주시의 사업허가 과정에서 행정당국이 '큰 실수'를 했음에도 이를 '단순 착오'라고 해명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분노했다.

A사가 한국산업공단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엔 1일 시멘트 사용량이 2.3kg으로 기재돼 있다. 시멘트와 모래, 석분 등 모든 원재료 1일 사용량은 111.7kg인데, 이 재료로 하루에 4200개의 벽돌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누가봐도 말이 안 되는 사업계획인 셈이다.

이러한 사실은 반대위 측이 항의방문차 3번째로 제주시청에 찾아갔을 때(올해 9월 27일) 드러났다. 이를 지적하자 제주시청은 "사업자가 톤(ton)을 kg으로 '단순 오기'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사업승인(지난해 9월 7일) 과정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반대위는 사업자와 행정당국이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만일 1일 2톤 가량의 시멘트를 사용할 계획이라면 재료를 쌓아 놓고 보관해야 할 야적시설을 갖춰야 할텐데 사업계획서엔 야적장이 없다"며 "게다가 이곳이 지하수 2등급 지역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완사항도 있어야 하지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영철 대표는 "잘못된 기초자료로 통과된 사업계획서를 허가해 준 것이라면 그것 자체로 주민들을 속인 것이고, 사기 행각을 벌인 사업자에 동조한 제주시청이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 A사가 제주시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시멘트 1일 사용량이 2.3kg인데 1일 벽돌 생산량이 4200개로 돼 있다. ©Newsjeju
▲ A사가 제주시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시멘트 1일 사용량이 2.3kg인데 1일 벽돌 생산량이 4200개로 돼 있다. ©Newsjeju

# 제주시가 정말 t을 kg으로 오기한 사업계획을 승인한건가...

사실확인에 나서보니 반대위가 주장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 2016년 10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을 거쳐 접수된 A사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1일 벽돌 4200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할 1일 원재료 사용량이 111.7kg이었다.

허나 이상한 점은 사업계획서 상 1일 물 사용량은 23톤이었다. 이를 보면 1일 원재료 사용량은 111.7t이 맞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보면 제주시의 해명대로 '단순 오기'로 보여지기도 한다. 

허나 최종 사업계획서는 3차례에 걸쳐 보완사항을 거쳐 온 것이었다. 3차례 동안 사업계획서를 들여다 본 관련부서가 이 점을 놓쳤다는 건 분명 '실수'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해당 사업이 정상 추진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제주시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함덕리는 이 사업에 대해 하수오염과 분진 문제가 우려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제주시는 사업자와 함덕리 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중재역할을 했다.

함덕리에선 우천시 배수로 문제와 비산먼지로 인한 농작물 분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사업자 측에 요구했다. 사업자는 3번째 사업계획서에 이를 보완할 내용을 담아냈고, 함덕리가 이를 보고 '우려 없음'으로 판단했기에 사업허가가 나간 것이라고 제주시 관계자가 설명했다.

"사업계획서 검토에 문제가 있었다면 재심의 대상이 아니냐"는 물음에 제주시 관계자는 "1일 물 사용량을 보더라도 t이 kg으로 오기된 것일 뿐"이라며 "3번에 걸쳐 사업계획이 보완되면서 함덕리가 동의한 부분이기 때문에 사업승인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 함덕리는 2018년도 현 함덕리장이 아닌 전 함덕리장이 있었을 때다.

▲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제주시가 A사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하는 과정에 t을 kg으로 오기해 제출했음에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사업자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Newsjeju
▲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제주시가 A사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하는 과정에 t을 kg으로 오기해 제출했음에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사업자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Newsjeju

# 문제가 있는 건 명백한 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제주시

제주시 관계자의 해명대로 A사의 사업계획서는 이미 함덕리로부터 동의를 받았기에 정상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엔 엄연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전임 함덕리장(단)도 분명 사업계획서를 보고 동의했을 터인데, 이 때에도 1일 시멘트 사용량이 2.3kg이었기 때문에 소규모 공장이라 판단하고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홍영철 대표는 "사업자의 사기에 놀아난 것에 과연 주민동의가 법적으로 타당한 것이냐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주민들 역시 "하루 2.3kg의 사용량을 보고 주민동의를 해 준 것"이라며 "2.3톤이라면 동의해줬겠느냐"고 분노했다.

게다가 1일 100톤 이상의 재료를 쌓아 둬야 할 야적장도 문제가 있다. 최종 사업계획서에서 야적장은 경계석을 둘러치고 지붕을 덮는 식으로 처리키로 했다. 반대위 측의 주장대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지을 것이라는 등 야적장에 대한 상세한 설계도면이 없다.

사업허가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사업허가에선 공장에 사용될 기계의 설비용량에 따라 환경배출시설 설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지 1일 원재료 사용량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라며 "이미 문제가 될 여지에 대해선 보완이 됐기 때문에 사업승인은 적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반대위 주민들은 "10개로 만들겠다며 신청한 공장이 100개를 이용해 만들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냐"라며 "엉터리 사업승인 신청에 허가를 준 행정관청에 조속한 대책을 요구한다"며 공장 백지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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