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사직했던 5명 서울본부 공직자, 선거 뒤 그대로 재임용된 걸 두고...
원희룡 지사 "공무원이긴 하지만 직업 공무원 아닌 '어공'일 뿐"... 아전인수격 해석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개념이 혼동스럽게 다가온다.
'공무원과 직업공무원, 어공(어쩌다 된 공무원)'이 다 별개의 직업군인지 헷갈릴 정도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16일 서울본부 공직자들을 두고 '공무원'이긴 하지만 '직업 공무원'은 아니며 '어공'이라고 규정했다. 어공이기 때문에 도지사의 선거를 위해 그만뒀다가 다시 재임용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것도 공개채용을 통해서.

김희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을)이 이날 제366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의 선거공신 사례들을 지적하자 나온 원 지사의 대답이었다.

▲ 김희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을)이 16일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에게 선거공신 문제를 집요하게 캐 물었다. ©Newsjeju
▲ 김희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을)이 16일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에게 선거공신 문제를 집요하게 캐 물었다. ©Newsjeju

김 의원은 "(원 지사가)정무직 판단을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해선 선거공신이라 할지라도 공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일면 동의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번 민선 7기에선 개방형 직위를 활용해서 선거공신을 운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김 의원은 "선거 직전에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사직한 9명이 재임용됐다"며 "공보관까지는 정무직으로 이해되지만 나머지 6급 자리들도 정무직으로 볼 수 있느냐는 거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물었다.

총무과와 서울본부(5명), 제주연구원, 공보관 등에서 재임용됐다. 김 의원은 특히 이 가운데 서울본부에 재임용된 5명을 따졌다.

이에 원 지사는 "모두 국회를 상대로 했던 (국회의원 시절)제 보좌관이었거나 다른 국회의원들의 보좌관이었던 사람들을 제가 정치팀으로 특별히 채용한 사람들"이라면서 "(선거기간에)당선이나 낙선이 불확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데려왔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지사의 선거 때문에 서울본부에 채용한 것이냐. 9명 중 5명이 그만두고 선거캠프에 들어갔다가 선거가 끝나니 곧바로 다시 채용하는 게 맞다고 보느냐"며 즉답을 요구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김희현 의원의 질의에 서울본부 공무원들을 두고 '어공'이라고 표현했다.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김희현 의원의 질의에 서울본부 공무원들을 두고 '어공'이라고 표현했다. ©Newsjeju

원 지사가 "그럴 수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전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도민들도 그럴 것"이라며 "선거 전에 그만둔 것도 문제 없고, 선거 후에 재임용한 것도 문제 없다고 하고 심지어 공모절차도 문제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이에 원 지사는 "이들은 직업 공무원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무슨 소리냐. 공무직으로 임용된 사람들인데, 그러면 뭐냐"고 반문하자 원 지사는 "소위 '어공'에 해당된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들"이라며 "공무원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직업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원 지사의 입에서 '어공'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본회의장에 있던 다수의 도의원과 공직자들에게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의원도 이를 듣고선 "도민들도 웃고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다른 지자체 수장들의 참모조직 운영 사례를 보면 제주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 최소한의 운영사례일 것"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 서울시엔 비슷한 성격의 공무원이 거의 100명에 달한다며 "왜 나한테만 박한 기준으로 몰아부치는 것이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억지 부리지 마라. 문제는 그게 아니라 선거 바로 전에 그만두게 했다가 선거 후에 바로 채용하는 걸 문제삼는 거다. 그런 경우가 어딨냐는 거다. 그러면 이게 사조직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원 지사가 "사적 조직으로 운용된 바 없다"고 맞서자 김 의원은 "선거 바로 전에 그만두게 했다가 선거 후에 바로 채용하는 걸 도민들이 인정하겠느냐. 사과도 안 할 거 같으니 그만 묻겠다"며 이에 대한 질의를 멈추고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이 원희룡 지사에게 도정질문을 던지고 있다. ©Newsjeju
▲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이 원희룡 지사에게 도정질문을 던지고 있다. ©Newsjeju

이후 도정질문 두 번째 주자로 나선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은 자신도 '어공' 출신임을 고백하면서 질의 마지막에 원 지사에게 촌철살인 '직언'을 던졌다.

현 의원은 "지사와 지사 주변인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며 "저도 어공 출신이다. 짧은 기간 동안 어공에 몸을 담았던 적 있지만 (지금의 어공들은)세련되지 못한 거 같다. 어떻게 정무적 판단들을 그렇게 무디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현 의원은 "나왔던 자리를 다시 들어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어공들은 주군을 위해서 과감하게 자리를 비켜줄 땐 비켜주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의원은 원 지사에게 "계속 새 사람들을 수용해야 한다"며 "지사의 앞길을 위해서도 그게 필요한데, 썼던 사람을 계속 쓰니까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주변에 계신 분들도 정말 돕고 일하겠다면 자기도 희생할 각오를 하면서 일을 해야 할 것"이라며 "지사도 인정에 온정에 치우치지 말고 좀 더 넓게 보고 사람을 썼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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