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벨(호출기) 누르면 112 아닌 업주에게 통보
경범죄 신고로 112 출동 3번만 해도 안전인증 받지 못해... 과연 누가 신고할까 '난맥'

게스트하우스(농어촌민박)에 설치된 비상벨(호출기)을 누르면 어떻게 될까.

112가 아닌 게스트하우스 업주에게 통보된다. 업주와 연관된 범죄도 발생하는 판국에 이게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경범죄 신고로 112 출동이 3번만 이뤄져도 해당 게스트하우스는 '안전인증'을 받지 못한다. 이러면 어떤 업주가 신고를 할까.

제주도 내 농어촌민박 시설인 게스트하우스와 관련한 문제가 21일 속개된 제366회 제2차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도출됐다. 이승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이 최근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빚어지는 각종 범죄와 관련해 제주도정의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 이승아 의원은 제주도정이 도입한 농어촌민박 안전인증제의 허점을 낱낱이 파고들었다. ©Newsjeju
▲ 이승아 의원은 제주도정이 도입한 농어촌민박 안전인증제의 허점을 낱낱이 파고들었다. ©Newsjeju

이승아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도 내 관광숙박시설은 약 5100개 정도가 되며 이에 따른 객실이 7만 개에 달한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제주방문 관광객 실태조사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내국인 10명 중 4명은 호텔을, 3명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도 10명 중 2명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다.

이승아 의원은 "특히 근래엔 이효리 민박 같이 미디어의 영향으로 농어촌민박이 급증했다. 관련 검색어로 '파티'가 나올 정도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 행정이 이를 진단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농어촌민박은 신고서만 제출하면 설립이 너무 쉬워 사실 거르는 장치가 없다. 게다가 안전과 보안 시설 의무가 없어 파티나 음주와 연관된 범죄가 많아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이 의원은 "관광 트랜드에 맞게 행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최근에도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제주관광 이미지 하락으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정이 올해 농어촌민박 인증제 도입하기 위해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위반사례가 624건이나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도내 3774개 농어촌민박 중 안전인증을 받은 게스트하우스가 39개소에 불과하다"며 "왜 이렇게 저조한 것이냐"고 즉답을 요구했다.

올해 2월 살인사건으로 폐쇄됐던 게스트하우스.
올해 2월 살인사건으로 폐쇄됐던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직원이 여성 투숙객을 살해한 뒤 인근 폐가에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원 지사는 "우선 업소에서 기피하더라. 안전인증을 신청 안 한 곳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냐는 집단적인 반발이 있었고 전수조사 하는데 행정 공무원과 자치경찰 인력이 제한적이라 감당이 안 되기도 한다"며 "신청을 유도할 적극적인 유인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 제도의 유명무실함을 파헤쳤다.

이 의원은 "업체들 말 들어보니 단속이 길게 가지도 않고 인증제는 돈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도 있었다. 안전인증제 항목에 비상벨 설치 유무도 있던데 이거 누르면 어디로 연결되느냐"고 물었다.

원 지사가 "주인"이라고 답하자 이 의원은 "지금 업주와 연관된 사건사고도 발생하는데 이게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경범죄 신고로 112 출동 3번만 접수되도 인증을 받지 못한다. 이건 성추행이 발생해도 신고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 지사는 "올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통해서 안전인증제를 도입했지만 지적한대로 실효성이 아주 제한적"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보안카드 도입하고 CCTV 설치해도 사건이 벌어진다. 주인 없는 게스트하우스와 형식적으로 관리되는 문제에서 고민이 많지만 근본적인 난제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보완해야 할 항목이 너무 많다. 명확한 운영방침 설정도 필요하고 수요적인 측면이 아니라 수용태세, 특히 안전에 대해선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원 지사는 "원래 민박 취지대로 주인이 거주하면서 식사를 제공하고 얼굴을 걸고 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사건사고가 벌어진 곳들 대부분이 이주민들에 의한 게스트하우스다. 직원들도 외지인으로 무전여행처럼 여기다보니 지속성과 책임감이 없어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를 제한할 아무런 제도적 근거가 없다보니 고민이 많다"고 거듭 행정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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