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선언 1년도 안 돼 향후 5년간 9000억 지방채(채무) 발행해야 하는 상황 처해
BTL 빚 4300억 있었는데도 '채무' 제로였냐는 지적에 "외부차입금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둘러대기도...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부터 5년간 9000억 원에 달하는 지방채(채무, 빚)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제주특별자치도의원들이 원희룡 제주도정을 향해 "한 치 앞도 못 보는 행정"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23일 제366회 제2차 정례회 1차 회의를 열어 제주도정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했다. 이 자리에서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은 모두 제주도정이 내년부터 발행해야 할 수천억 원의 지방채를 문제삼았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올해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정의 외부차입금을 모두 상환해 '채무 제로'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허나 이 발언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지방채를 발행하게 되자,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도의원들이 이를 두고 '선거용'이었다고 비판했다.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올해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정의 외부차입금을 모두 상환해 '채무 제로'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허나 이 발언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지방채를 발행하게 되자,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도의원들이 이를 두고 '선거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사진 하단 왼쪽부터 강철남, 김황국, 현길호, 홍명환 의원. ©Newsjeju

원희룡 제주도정은 내년 6월 말을 끝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모두 일몰(사업 종료)돼 사업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이를 조금이라도 막아내고자 어쩔 수 없이 지방채를 발행키로 한 것이다.

문제는 무려 9000억 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하더라도 일몰 예고된 모든 사업을 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지방비 500억 원을 포함 총 9500억 원을 투입해 도시공원 43곳 전부와 도시계획도로 1143곳 중 81곳만 '5개년 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당장 내년에 15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제주도정의 지방채 발행은 지난 2013년 이후 6년만이다. 원희룡 지사는 민선 6기 임기 말인 올해 지방선거 도중 "임기 4년 동안 전임 도정에서 벌려 놓은 일 뒷처리 하느라 바빴지만 그간 쌓여져 있던 모든 채무를 갚아냈다"며 자신의 치적을 홍보한 바 있다.

허나 원 지사는 민선 7기 도정 들어 그러한 발언을 내뱉은 지 1년도 채 안 돼 다시 지방채를 발행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신의 임기 후인 2023년까지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원희룡 후보 측 부성혁 대변인은 8일 오영훈 의원의 발언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협박성 발언이자 반민주적인 행태"라고 비판하면서 "4.3 유족마저 편 가르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원희룡 지사는 올해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제주도정의 채무를 모두 상환했다며 제주에 빚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1년 만에 다시 지방채 발행, 9000억 빚은 차기 도지사 몫?

특히 도의원들은 원희룡 지사가 말한 '채무 제로'에 쓰였던 차입금 상환 비용을 장기미집행시설에 투자했으면 지방채 발행 규모가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렇게 발행된 수천억 원의 지방채는 차기 도지사의 몫으로 남겨져 또 다시 '설거지'를 해야 할 판이 아니냐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게다가 내년부턴 재정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지방채 상환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마디로 차기 도지사는 '빚쟁이'가 되는 셈이다.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은 "원희룡 지사가 취임한 2014년부터 3년간 재정수입이 급격히 늘어나 행복했었지만 앞으론 재정절벽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건 행정이 이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 의원은 "장기미집행시설의 일몰 우려에 따라 제주도의회에선 순세계잉여금의 1%를 적립할 수 있도록 조례까지 개정해줬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지사가 법을 위반한 꼴이 됐다"며 "제주도정의 재정전략 운용이 빵점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현 의원은 "(원 지사가)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진 모르겠으나 이렇게 하고 가버리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느냐"고 꾸짖었다.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은 원희룡 지사에게 이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이중환 실장은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외부 채무를 다 갚은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맞섰다.

김황국 의원(자유한국당, 용담1·2동)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김 의원은 "1년 만에 다시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이 과연 장래예측을 했다고 볼 수 있겠느냐"며 "장기미집행시설의 일몰을 앞두고 하수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외부차입금 상환은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는 장기미집행시설 일몰을 앞두고 내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총 90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에 1500억 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Newsjeju

 

채무제로 달성 홍보는 결국 선거용...?

행자위원들은 원희룡 지사가 올해 지방선거에서 강조했던 '채무 제로 달성' 홍보가 결국 '선거용'이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올해 지방선거에 본격 뛰어들기 전 (도지사 신분으로)제주도정의 모든 채무(빚)를 갚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본 선거에 뛰어들어서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제주도의 빚을 자신이 다 갚아냈다고 홍보했었다. 

허나 알고보니 BTL이나 BTO 등 민간투자사업에 따른 빚이 아직  4300억 원가량 남아 있었다. 

강철남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을)이 "정말 부채가 하나도 없느냐"고 묻자, 이중환 기획조정실장은 "BTL사업에 따라 연차적으로 갚아 나가는 게 있긴 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철남 의원은 "그건 빚이 아니냐. BTL 사업 빚만 4360억 원이나 된다. 왜 그런데 '채무제로'라는 표현을 쓴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중환 실장은 "지역개발채권은 사업 인허가 시 법적으로 의무발행되는 거라 빚과는 다르다"며 "행정에선 (채무제로가 아니라)외부차입금 제로라고 표현했다"고 둘러댔다.

강 의원은 "(원 지사 발언으로)대다수의 도민들은 제주도에 빚이 없는 걸로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도민을 속이고 의회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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