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암호화폐 시장 폭락에도 여전히...
원희룡 지사, 암호화폐 시장 폭락에도 여전히...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12.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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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올해 초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은 안중에도 없는 듯
"암호화폐 기준 모델 제시하겠다"며 의지 굽히지 않아... 공론화 없이 계속 밀어부치나

올해 초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bitcoin)의 거래가격이 2200만 원 대까지 치솟자 암호화폐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초기 비트코인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10배, 20배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는 소문에 암호화폐는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픈 거래시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너무 높아 언제 폭락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 가상화폐의 대표적인 비트코인(Bitcoin) 이미지. 지난 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1BTC에 2000만 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2018년 9월 3일 오후 4시 27분을 기준으로 807만 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어제 2일보타 4만 2000원이나 하락했다. ©Newsjeju
▲ 가상화폐의 대표적인 비트코인(Bitcoin) 이미지. 지난 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1BTC에 2200만 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현재 367만 원으로 폭락했다. ©Newsjeju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면서 문을 닫게되자 수많은 피해자가 생겨났고, 중국과 한국, 미국 정부 등이 ICO(암호화폐 공개)를 규제키로 하면서 암호화폐 거래 시장은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한 암호화폐 거래시장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끝없이 추락했다. 한 때 1BTC에 2209만 원까지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현재 367만 원(16일 낮 12시 기준)까지 폭락했다.

암호화폐 광풍이 불던 올해 초 비트코인을 구매했었다면 그 가치가 10분의 1 정도로 하락해버렸다는 얘기다. 다른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차세대 가상화폐라던 이더리움은 올해 초 개당 1400달러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었으나 현재 80달러대로 추락했다.

그런데도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암호화폐 시장이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더 정확히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에 잠재력이 있다"고 했는데, 블록체인 기술은 활용가치가 높기에 절반만 맞는 얘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4일 오후 6시 30분 서귀포시 성산읍 플레이스캠프에서 진행된 '제주스타트업 페스티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4일 개최된 '제주스타트업 페스티벌'에 참석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잠재력에 대해 얘기했다.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4일 개최된 '제주스타트업 페스티벌'에 참석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잠재력에 대해 얘기했다. ©Newsjeju

원희룡 지사는 "제도적 특성을 활용한 암호화폐 기준 및 규제 모델 제시와 더불어 블록체인을 통해 실제 도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를 보이고자 한다"며 "특별자치도라는 제주의 가능성을 통해 앞으로 제주에서 다양한 산업을 연구하는 실험 무대로 활동해 달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지사의 구상은 에스토니아 정부처럼 우선 블록체인 기술을 행정에 접목시켜 실제 삶에 접목시켜 보자는 데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에스토니아에선 행정의 90% 이상을 '종이' 없이 전자문서 형태로 처리하는 것으로 행정 시스템을 전환한 바 있어 이를 모델로 삼아 조금씩 따라가 볼 수 있다.

허나 블록체인 기술을 현실에 접목시킨 에스토니아에서도 아직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암호화폐' 도입이다. 국가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개발 중이긴 하나 망설이는 이유는 단 하나, 높은 변동성 때문이다.

물론 블록체인을 기술을 민간 영역까지 확대하려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건 맞다. 블록체인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보상이 암호화폐여서다. 하지만 지금처럼 높은 시장변동성을 제어하지 않고선 거대자본으로 버틸 수 있는 대기업 외엔 사실상 그 어느 누구도 쉽게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반면 암호화폐의 시장변동성을 제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원 지사는 '규제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 지난 14일 개최된 '제주스타트업 페스티벌'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 지난 14일 개최된 '제주스타트업 페스티벌'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원 지사는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해 새로운 규제모델을 만들고자 정부와 대통령에 이를 제안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부동산과 관광, 전통시장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예정에 있다고 전했다.

원 지사는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를 발행하고 유통시키는 플랫폼에 데이터를 쌓고 네트워크나 경제적 선점 등을 통해 규제모델을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설명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추상적인 단어 나열에 불과하다. 규제모델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떤 방식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 아직까진 그저 허울 좋은 구실에 지나지 않은 상태일 뿐이다. 뚜렷한 계획이나 근거 제시도 없이 그냥 무턱대고 "일단 하고보자"는 식인 셈이다.

이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규제모델이라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 개발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주도정은 내년 1월부터 부동산종합공부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도입하겠다고는 했으나 그게 어떤 방식인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건지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등기부와 토지대장 등본 등 종이 증명서가 아닌 데이터 형식의 부동산 정보를 도내 금융기관과 행정에서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시범서비스로 도입한다고만 해 둔 상태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내년 1월부터 부동산종합공부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시범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허나 단순히 금융기관과 행정에서 조회만 가능한 것을 '블록체인' 기반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내년 1월부터 부동산종합공부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시범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허나 단순히 금융기관과 행정에서 조회만 가능한 것을 '블록체인' 기반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Newsjeju

이 설명대로라면 이게 블록체인 기반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단순히 온라인 상에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에 국한돼 있는 게 아니다. 모든 데이터가 개방돼 모든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다. 모든 정보를 모든 이용자가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정보 공유체계가 블록체인이다.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환경에선 누가 언제 어떤 정보를 열람했는지 모든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의 특성이 탈중앙화, 투명성, 익명성, 불변성 4가지를 가진다.

탈중앙화는 데이터를 관장하는 중앙서버 관리자가 없다는 것이며, 투명성은 모든 거래기록이 공개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익명성은 말 그대로 거래 당사자간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로 거래대금 결제가 가능한 것이며, 불변성은 이용자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불법적인 기록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시범서비스라지만 이 4가지 특성이 없는, 단순히 행정과 금융기관에서만 서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을 두고 '블록체인'이라 우기는 건 정말 한심스럽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블록체인에 대해 제주도민들이 아직 잘 모를 것이라 판단하고 지어낸 말장난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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