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행자위,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제출 두고 집행부 '무책임론' 집중 추궁
가결되면 계속 논의, 부결되면 '없던 일로' 제주도정 입장에 의원들 "폭탄돌리기냐" 부글부글

기초의회 구성 없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추진할 것이냐의 여부를 두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원희룡 제주도정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제출한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했을 뿐이라며 그 다음 수순에 따라 일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도의회 행자위는 동의안 제출 시점을 놓고 '폭탄돌리기'를 하는 것이냐며 집행부가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이 문제를 의회에 떠넘기고만 있다고 맞섰다. 특히 행자위 소속 제주도의원들은 권고안에 담긴 행정시장 직선제가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이 없어 '무늬만' 직선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도의회 행자위는 18일 제367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열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도개선과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동의안'을 심사했다.

▲ 강성균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애월읍)과 좌남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한경·추자면). ©Newsjeju
▲ 강성균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애월읍)과 좌남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한경·추자면). ©Newsjeju

심사 시작부터 마이크를 쥔 강성균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애월읍)은 "대체 이걸 왜 이 시점에 넘긴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현민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행정개편위원회가 권고안을 제출한 건 지난해 6월 19일이다. 3개 안이 제출됐는데 당시 도정에선 도민의견이나 중앙부처,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헌법 개정 문제도 있고 지방자치분권 종합계획 발표도 예고돼 있어 당장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판단해 그 해 8월 14일에 보류했었다"며 "그 이후 올해 4월에 헌법 개정은 무위에 그쳤고 지방분권 계획도 발표됐기에 저희가 보류했던 사유들이 소멸한 상태에서 의회가 이 문제를 물으니 이제와 제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강 위원장은 "이게 정말 최선의 안이냐. 도민들에게 선택을 묻는 게 아니라 찬·반을 강요하고 있다"며 "그러면 이게 신이 내린 한 수여야 하는데 그렇다고 보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본격 질의에 들어서자 좌남수 의원(더불어민주당, 한경·추자면)은 현재 제출된 동의안에 담긴 '행정시장 직선제'에 따른 행정시장의 권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좌 의원이 "행정체제개편 이유가 민주성과 주민참여, 행정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건데 행정시장 직선제를 한다고 해서 이게 나아지겠냐"고 묻자, 김현민 국장은 "지금보단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좌 의원은 "(직선제가 추진되더라도)예산과 인사권을 여전히 도지사가 움켜쥐고 있는데 뭐가 나아질 것이라는 거냐"며 "과거 2013년에 부결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김 국장이 "부대의견으로 행정시 권한강화 내용을 담아 추후에 다시 추진하도록 했었다"고 하자 좌 의원은 "그게 됐느냐. 이대로면 임명직이나 선출직이나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코너로 몰린 김 국장은 "동의안이 여기서 가결되면 중앙정부에서 다시 세부적으로 검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았다.

좌 의원은 "여기서 잘 짜도 거기서 말이 많을텐데 장난하는 것이냐"며 "원희룡 지사가 2014년에 당선될 때 뭐라고 했나. 실제 예산편성권 주고 자치법규 발의권도 주겠다고 했었다. 줬느냐. 아직 도지사는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 국장은 "지사는 항상 열려있다. 다른 대안으로 수정제시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고 수용적 자세를 내비쳤으나 이 역시 역공당했다. 좌 의원은 "우리가 한 얘기를 받아들이키는커녕 본인이 한 약속도 못 지키는데 말이 되느냐"고 꾸짖었다.

▲ 현길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과 홍명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 ©Newsjeju
▲ 현길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과 홍명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 ©Newsjeju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도 원희룡 지사가 기준 없이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어 도민으로부터 신뢰만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관련 조례에 따라 구성된 법적 조직이다. 그러면 거기서 낸 의견이 법적 성격을 갖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느냐"며 "법적 성격이 없으면 권고안을 무시해도 된다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현민 국장은 "조례에 의해 구성됐고 권고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현 의원의 지적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그러자 현 의원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현 의원은 "영리병원 공론화조사위원회도 조례에 의해 구성됐다. 거기서 나온 권고안은 다른 것이냐"며 "둘 다 지사가 결정했다. 하나는 그대로 수용하고 다른 하나는 무시했다. 이러면 도민들이 신뢰를 하겠느냐. 이렇게 질서가 무너지는데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연이어 현 의원은 "행정체제개편 문제가 10년 동안 진행 안 되는 것도 이렇게 행정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 문제에 대해 집행부가 의지가 있는건지 떠밀려서 하는건지, 의회보고 엿 먹어보라고 그러는건지 집행부를 믿을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은 이번 행정체제개편 논의에 읍면동에 대한 내용이 추가돼야 함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원희룡 지사가 보다 폭넓은 논의 방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는데 제주특별법 10조부터 12조까지만 논의하는 건 읍면동은 논의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13조 이후부터 읍면동에 관련된 사항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부분을 포함해야 도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선 "국회 입법과정에서 수정이 가능하리라 보여진다"고 김 국장이 답했다.

▲ 강철남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을)과 김황국 제주도의원(자유한국당, 용담1·2동). ©Newsjeju
▲ 강철남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을)과 김황국 제주도의원(자유한국당, 용담1·2동). ©Newsjeju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을)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 제출 이후 제주도정이 한 일 전혀 없다면서 원희룡 지사가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김 국장이 "도의원과 국회의원분들 만나서 의견 물으면서 최종 결정했다"고 반박하자, 강 의원은 "올해 9월 도정질문에서 제가 이 부분을 묻자 원 지사가 도민 공감대 형성하면서 의견수렴하겠다고 했다. 9월 이후에 뭘 했다는 것이냐"고 재차 추궁했다.

다시 김 국장이 "5분 발언 등 의원들이 낸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면서 궁색한 변명을 내놓자, 강 의원은 "이건 최고 정책결정자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황국 의원(자유한국당, 용담1·2동)은 행개위가 2번 실시한 여론조사가 "짜맞춘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행개위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률이나 표본오차 등에 대한 기본정보도 제대로 확인이 안 된다"며 "설문결과 응답자수가 1차와 2차 558명으로 완전히 똑같다. 이렇게 같을 수가 있는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김 의원은 "행정에선 이 결과만 갖고 역할 다했다고 공을 넘겼는데, 폭탄 돌린 게 맞다. 의회에서 부결시키면 주민투표 할 것이냐"고 물었다.

김 국장이 "제 생각엔 부결되면 할 필요가 없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러면 의회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나. 의회보고 동의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대체 (권고안 제출 이후)1년 6개월 동안 뭘 한 거냐"고 질타했다.

김 국장은 "이제야 시작이다. 여기서 동의를 했다고 끝난 게 아니"라며 의원들이 제기하는 '무책임론'에서 벗어나려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 소속 제주도의원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 소속 제주도의원들.

# 원희룡표 행정시장 직선제안, 수정 가결될 듯

한편, 행자위는 이 동의안에 대한 가·부만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라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폭탄'을 뒤집어 쓸 것이냐 마느냐의 상황에 처해 있다.

가결하면 오는 21일 오후 2시에 개회되는 제36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돼 전체 43명 도의원들의 표결을 거친다. 재적의원의 과반수 이상이 아닌 2/3 이상 찬성해야만 효력을 얻는다.

이렇게 일단 통과돼야 실제 행정체제개편을 하기 위한 첫 단계가 채워지는 셈인데, 실제 최종까지의 과정은 매우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주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후 제주특별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치고, 중앙부처와 협의한 후 국무회의로부터 의결돼야 한다. 그러면 제주도정이 정부입법 혹은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해당 안건을 제출하면 된다. 여기서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이 출석하고 재적의원 2/3이상 찬성해야만 최종 결정된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만일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되면 그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김현민 국장은 자신의 개인적 입장임을 전제로 의견을 냈지만 행정에선 더 이상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할 사유가 없음을 밝혔다.

10년 동안 끌어 온 이 문제가 또 다시 사장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행자위에선 당장 가·부를 결정하기보단 해당 동의안을 '심사보류'시키고 내용을 수정해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았다.

심사보류되면서 오는 21일 본회의에 상정될지의 여부는 알 수 없게 됐다.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으며, 의장 직권으로 해당 안건을 본회의에 회부해 표결을 거칠 수도 있다. 허나 이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그럴 경우 내부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어 가능성은 낮다.

결국 행자위는 '원 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다시 논의키로 했다. 불과 사흘 남은 21일 본회의 시점에 맞추기엔 시일이 촉박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일 높다.

이날 김현민 국장이 "의회에서 수정해 준 내용을 받아들이겠다"고는 했으나 행자위가 직접 손을 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칙 상 동의안은 집행부에서 제출돼야 하기에 집행부가 수정해야만 한다.

이날 행자위에서 제기된 주문들을 감안하면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담보하는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으로 다듬어질 것이라 보여지며, 이와 함께 권고안의 또 다른 사안인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내용을 두고서도 의원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함에 따라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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