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 직선제 주민투표는 폭탄 방패용인가
행정시장 직선제 주민투표는 폭탄 방패용인가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12.18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민구 의원,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주민투표 묻는 이유 캐물어
김현민 국장 "의회가 주민투표 부결시켜도 정부입법으로 추진할 것" 답해
의회에서 부결되도 추진할거면 왜 주민투표하나... 상황 추론해보니 '폭탄 방패용' 의구심 들어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가결될 시 원희룡 제주도정은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현행 행정시장을 임명제에서 직선제로 변경할 때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건 아니나, 원희룡 지사는 이 사안이 '주민에게 있어 중대한 결정사항'에 해당한다며 도민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분 하에 관련 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제주도의원들은 "굳이 안 해도 될 주민투표를 왜 하려는 것이냐"며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민선 7기 제주도정 첫 행정시장으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지냈던 K씨가 제주시장을, 제주4.3 관련 단체 인물인 Y씨가 서귀포시장 후보로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이 거론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주시 및 서귀포시청.

얼핏 봐도 행정시장 직선제를 포함한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권고한 3개의 안(행정시 권역 4개로 재조정, 정당공천 배제)은 제주도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항으로 비춰진다. 이를 고려하면 주민투표 실시는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허나 법적 의무적인 절차가 아닌데도 원희룡 지사가 굳이 주민투표를 실시하려는 것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제주도의원들이 알고 있는 거다. 그게 무얼까.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가 18일 진행한 제367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제주도정의 숨은 의도가 살짝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서 행자위는 제주도정이 제출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심사했다. 심사 과정에서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삼도1·2동)은 "행정시장 직선제가 과연 주민투표 대상인가 아닌가 의문"이라며 "제가 알기론 현재 행정시는 법인격이 없어 국가사무가 아니다. 그래서 굳이 주민투표를 안 해도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현민 제주자치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국회 입법사항으로 제주특별법을 변경해야 하는 사안이라 주민투표법 제8조에 의해 국가정책에 대한 주민투표를 행정자치부장관이 실시하도록 돼 있다"며 "이 법에 대한 법적 자문을 받아보니, 대다수가 행정시장 직선제는 특별법 개정 사유여서 국가사무로 본다"고 반박했다. 물론 일부는 자치사무로 볼 수도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현민 국장은 주민투표법 7조와 14조 조항도 첨언했다. 7조와 14조에선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결정사항은 조례에 따라 주민투표를 부칠 수 있도록 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여서 강조조항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민구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삼도1·2동).
정민구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삼도1·2동).

이에 정 의원은 주민투표의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정 의원은 "주민투표를 실시해도 투표권자의 1/3 이상(33.3%)이 투표를 안 하면 개표조차 되질 않는다"며 "이 안으로 주민투표 실시하면 1/3 이상 투표하리라 자신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 의원은 "김태환 전 지사 소환 때가 11%였고, 국제자유도시 혁신안(특별자치도 출범) 물을 때가 36.7%였다"며 "이걸로 주민투표하겠다는 건 그냥 시늉만 내고 (행정체제개편을)안 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행정시장 직선제는 국가사무가 아니어서 도지사가 주민투표 요청하면 도의회로부터 의결을 받아야 한다"며 의결될 시와 부결될 시를 각각 거론하며 따졌다.

정 의원은 "의회에서 가결되면 정부입법 절차 전에 주민투표를 하게 될텐데 만일 주민투표 부쳐서 1/3 안 되면 개표도 못하니 그동안 공들인 부분이 사라진다. 그리되면 후에 주민투표 대상인지 여부가 다시 논란으로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정 의원은 "(그와 반대로)만일 의회에서 (주민투표안을)의회가 부결시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즉답을 요구했다.

이에 김 국장은 "주민투표를 못 하는 것"이라며 "동의안(행정시장 직선제)은 정부입법으로 그대로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그러면 주민투표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의회에서 부결시켜도 그냥 추진하겠다는 게 맞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 국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행정시 권한강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은 하고 있으나 그 뿐이다.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행정시 권한강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은 하고 있으나 그 뿐이다. ©Newsjeju

# 주민투표는 폭탄 터질 때 방패막이용 의구심

이를 보면 제주도정은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정부입법안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정 의원의 지적대로 굳이 주민투표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주민투표를 하겠다면, 원희룡 지사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만일 의회가 주민투표에 동의하고 실제 1/3 이상의 도민들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으로 결론이 나올 경우, 행정시장 직선제 정부입법안은 국회에서 큰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행정과 의회, 주민 모두가 이를 적극 원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지는 매우 미지수다.

현재 의회에 제출된 '행정시장 직선제'가 어떤 모양으로 수정될지 알 수 없으나, 도내 여러 시민사회단체 및 일부 정당 관계자들은 기초의회 구성이 없는 현재의 직선제 안을 매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투표과정에서 찬성보다 반대가 많거나 1/3 이상 투표가 이뤄지지 않았을 시엔 이를 기대할 수가 없다. 도민들이 동의하지 않았기에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변경하기 위한 명분이 크게 약화된다.

허나 주민투표를 의회가 거부해 실시하지 않은 채 정부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되면 주민투표 실패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의 여부는 이미 행개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논거로 삼으면 된다.

그렇지만 중앙부처 설득 과정에서 막히거나 최종 국회 의결에서 부결돼 행정시장 직선제가 무산되면, 제주도정은 그 여파를 피하기 위한 원인으로 '의회의 주민투표 거부'를 이유로 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니 의회 입장에선 주민투표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괜히 의회가 주민투표안을 받아들여 실시했다가 최악의 결과를 받아 안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안 하면 되레 도민의견을 무시했다며 결과에 따라 발목잡힐 개연성도 있다.

반대로 원희룡 지사 입장에선 지금의 행정체제를 개편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입장이다. 원희룡 지사가 행정시 권한강화에 동의하고 그렇게 하겠다고도 말은 하지만 말 뿐이다. 이번에 제출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내용만 보더라도 원 지사는 자신에게 집중돼 있는 권한을 '반드시' 행정시에 나눠주겠다는 의지가 없다. 옆에서 자꾸 하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알겠다" 정도일 뿐이다.

결국 원 지사가 굳이 법적으로 안 해도 될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건, 정부입법 과정에서 무위로 그칠 것에 대한 파장을 의회로 떠 넘길 수 있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자신은 도민들에게 의견을 묻고자 했으나 의회가 이를 거부했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 뻔해져서다. 게다가 의회가 이를 수용해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해도 65만 제주도민 중 33.3%가 투표하리라는 건 쉽지 않은 과제임을 감안할 때, 주민투표 카드는 의회를 견제할 좋은 무기인 셈이다. 도민 여론수렴을 빌미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