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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그룹 '위너' 데뷔 당시를 떠올리면 다소 어색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살짝 들었다. 이 회사가 그간 내세운 힙합 기반 팀이 아니었다.  

리더 강승윤(24)을 비롯해 김진우(27) 송민호(25) 이승훈(26) 등 멤버들의 외모는 YG의 개성 강한 뮤지션들에 비하면 말끔했다.  

데뷔 쇼케이스도 모델들처럼 런웨이 형식의 무대에서 했다. YG 양현석(49) 대표 프로듀서가 "위너는 그간 YG 가수 중에서 가장 길쭉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멤버들은 굳어 있었다. 데뷔 앨범 ‘S/S’ 타이틀곡 '공허해'가 음원 차트를 휩쓸었지만, 멤버들의 모습은 긴장한 흔적이 역력했다. 더구나 이들은 한류를 대표하는 그룹 '빅뱅'을 잇는 YG의 후속 그룹이었다.  

그랬던 멤버들이지만, 이제 부쩍 여유가 생겼다. 특히 지난해 4월 5인에서 4인 그룹으로 재편한 뒤 처음 발표한 '리얼리 리얼리'가 크게 성공한 뒤 안정을 찾았다. 강승윤과 송민호가 함께 만든 곡으로 사운드 자체에서 여유가 드러나는,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 곡이다.  

강승윤은 19일 서울 홍익대 앞에서 "항상 가까운 곳에서 저희를 바라보는 스태프들이 '분위기가 좋다' '좋아 보인다' 등의 말을 최근 들어 더 많이 해요"라며 웃었다.

"데뷔 당시 다들 20대 초반이었어요. 그런데 저희 콘셉트가 성숙하고 어른스러워 포멀하게 세팅돼 있었죠. 노래도 미디엄 템포 곡들이어서 여러모로 절제해야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음악적으로 밝은 노래를 하고, 스타일 면에서도 젊고 신나는 곡들을 하면서 저희 팀 분위기도 달라졌죠. 밝아지고 젊어진 느낌이 들어요. 하하."

19일 오후 6시 공개한 새 싱글 '밀리언즈'도 역시 청량함 가득한 트로피컬 팝 댄스다. 다만 트로피컬 사운드의 주요 요소인 플럭 신스를 덜어내고, 기타 소리를 채웠다. 본래 여름용 장르를 겨울 느낌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본래 4월 선보인 정규 2집 '에브리데이'에 이어 여름에 발매할 곡이었으나 완성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신경 쓰다가 이제야 공개하게 됐다. 강승윤이 작곡가 강욱진·디기 등과 멜로디를 만들고, 강승윤·송민호·이승훈 등이 노랫말을 붙인 '밀리언즈'는 연인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다. 멤버들은 팬들을 향한 노래였으면 한다고 입을 모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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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생긴 덕에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범주도 넓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승윤은 "SNS 등을 통해 제 손, 심지어 팔꿈치와 무릎마저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까지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흡족해했다.  

그간 음반 활동이 뜸하던 위너는 올해 들어 시동을 화끈하게 걸었다. 두 번 컴백한 것도 모자라 최근 아시아 투어를 성료했다. 내년 1월5일 서울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열고, 같은 달 15일부터 북아메리카 7개 지역에서 총 7회 공연한다. 같은 해 정규 3집 발매도 예정하고 있다.  

꾸준히 성장해온 위너는 최근 YG의 신인 보이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석함'에 출연하는 후배 연습생들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들 역시 YG가 엠넷과 손잡고 선보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후 이스 넥스트: 윈'에서 승리해 데뷔할 수 있었다. 팀 이름도 그래서 위너다.  
  
강승윤은 "후배들 모두에게 마음이 가더라고요. 다 잘 됐으면 좋겠고요. 하지만 데뷔 인원이 제한돼 당장은 모두 데뷔하기 힘들죠. 저희가 '보석함' 녹화도 했는데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방송에 못 낼 이야기도 많았죠"라며 웃었다. "탈락한다고 해도 서바이벌 경험 자체는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 됩니다"고 덧붙였다. 

강승윤은 YG에 들어오기 전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쳤다. 엠넷 '슈퍼스타K' 시즌 2 출신이다. JYP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윤종신 대표 프로듀서 등에게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프로듀서님들 덕분에 한결 노래를 편하게 부르고 있어요. 그때 들은 피드백을 지금도 새기고 있죠. 경험에서 나온 말씀들이라 허투루 듣지 않았어요. 프로 가수들은 어쩔 수 없이 경쟁에 노출돼요. 다만 본인 스타일이 확실하게 형성해 있으면 플러스 요인이 되죠."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한때 YG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통하던 위너가 이렇게 성장했다. 강승윤은 "각자 멤버들의 성향이 달라 무기가 된 케이스에요. 음악 잡식성들입니다. 저 역시 처음 시작한 음악이 힙합이 아니었죠. 이미지적으로 힙합과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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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초창기에는 YG 스타일이 아니라는 사실 탓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결국 위너는 YG의 스펙트럼을 넓힌 팀이 됐다. 'YG스럽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강승윤은 "옛날에는 단점으로 와 닿았는데 강점이 된 것에 감사해요. 예전에는 빅뱅 선배님들처럼 음악하고 싶었고, (그들을) 닮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마음을 비워낸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라며 웃었다.  

내내 조용히 있던 김진우도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를 너무 감춰온 것 같은데 지난 5년 동안 좀 더 편해졌어요"라며 웃었다. 강승윤은 "예전에 저희가 조금 더 포장됐다면 지금은 여과 없이 여유를 드러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죠"라고 거들었다.

최근 솔로 곡 '아낙네'로 호평을 들은 송민호는 "5년 전에 그린 우리 미래 모습, 그 이상이에요. 매년 더 욕심이 늘어나요. 안주하기보다 더 욕심을 내고 연구하며 달려가고 싶어요"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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