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살인 혐의 피의자 영장 발부
9년 장기미제 사건 실마리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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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피의자가 결국 구속되면서 9년간 장기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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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피의자가 결국 구속되면서 9년간 장기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임대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3시부터 살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박모(49)씨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 끝에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 및 '도주 우려'를 꼽았다. 이에 따라 박 씨는 구속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지난 2009년 2월 1일 새벽. 어린이집 교사였던 이모(당시 27세, 여)씨는 제주시 용담동에서 남자친구를 만나고 난 뒤 택시를 이용해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소재 집으로 향하던 중 종적을 감췄다.

사건 발생 5일 후인 그해 2월 6일 제주시 아라동에서 이 씨의 핸드백이 발견됐고, 이틀 후인 2월 8일, 이 씨는 제주시 애월읍 인근의 한 배수로에서 하의가 벗겨진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건 발생 8일만이다. 

당시 경찰은 택시기사였던 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증거가 충분하지 못해 그를 풀어줘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후 경찰은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이 시행되자 2016년 2월, 이 사건을 포함해 미제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보기 위해 미제사건팀을 꾸렸다.

내로라하는 전국 경찰청의 프로파일러도 소집했지만 사건의 실마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때까지도 피해자의 사망시점을 명확하게 추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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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찰의 손에 이끌려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된 박 씨는 어두운 색의 후드 차림에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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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처음에 피해자 사망시점을 사체 발견 당시로 추정했지만 이후 드러난 과학수사에서는 피해자가 실종 당일 또는 이튿날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이 나온 것.

경찰 수사가 오락가락 하는 사이 시간은 지체 없이 흘러갔다. 박 씨도 이미 제주를 벗어난 지 한참 지난 뒤였다.

그러던 중 경찰은 올해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 받고 경북 영주에서 사흘간의 잠복 끝에 지난 5월 16일 그를 붙잡았지만 이내 풀어줘야 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박 씨를 검거할 당시만 해도 "피해자의 몸에서 당시 피의자 박 씨가 착용했던 옷의 실오라기를 발견했다"며 "피해자와 피의자 간 동일한 유형의 섬유재질이 서로 교차한 흔적을 발견한 것 이외에도 또 다른 결정적인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었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택시 외의 다른 용의차량에서도 피해자가 입었던 무스탕의 동물털과 유사한 섬유가 발견되기도 했다"며 "거짓말탐지기 검사, POT 검사(긴장정점 검사) 및 뇌파검사 등의 결과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경찰은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재수사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기존 증거를 다시 분석해 추가 증거를 수집 하겠다“고 밝혔고, 7개월 후인 오늘(21일) 소기에 성과를 얻었다.

이날 경찰의 손에 이끌려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된 박 씨는 어두운 색의 후드 차림에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월 압송됐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이번엔 마스크로 안면부 전면을 가린 것이 특징이었다. 박 씨는 '무죄를 확신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경찰은 박 씨가 여전히 범행 일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7개월 간 증거보강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특히 섬유 미세증거를 추가확보하고 과거 CCTV 보강 등을 통해 박 씨의 혐의를 소명함으로써 사건 발생 9년 만에 피의자를 구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간 부족한 단서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중요미제사건 수사팀'은 앞으로도 전문적 증거분석 및 프로파일링 등 과학수사 기법을 적극 개발하고 활용해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사법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번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도 최종 유죄판결이 날 수 있도록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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