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수호해야 할 지도자, 어디를 보고있나
민주주의 수호해야 할 지도자, 어디를 보고있나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12.3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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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에서의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 혼탁한 선거 이대로 방치해선 안 돼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그러면 민초들의 선택을 받고 대표인이 된 정치인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허나 그 정치인은 어떤 이에겐 아름답지 않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만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다수가 선택했으니 나와 뜻이 맞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일을 맡겨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로 뽑힌 지도자이기에 그 누구보다 청렴하고 도덕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리더가 법을 어겼다면 그 누구보다 엄격한 심판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지금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도자는 "정치적 판결"이라거나 "위헌 소지가 있다"는 말로 자신의 행위(사전선거운동)가 "범법행위가 아니"라며 도민을 기만하고 있다.

현행 제도와 법에서 '사전선거운동'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 행위다.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 사안이 '무죄'로 나올 가능성은 없다. 이는 앞선 역대 선거사범의 결과가 알려준다.

다만, 벌금이 100만 원 이상 나오느냐 안 나오냐의 차이인데, 이는 그가 현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가능성만을 내포하고 있을 뿐이다. 벌금이 50만 원만 나온다 하더라도 '유죄'라는 건 변함이 없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지방검찰이 30일 자신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하면서 사전선거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 자체가 '위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그런데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 사실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여겨진다. 사전선거운동이 공직선거법에 위반 된다는 사실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태도를 보면, 원희룡 지사는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에서도 100만 원 이상의 판결이 나올 경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모양이다. 만일 제청 결정이 내려지면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때까지 재판이 중단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지도자가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사전선거운동이 과연 부당한 것인가'로 초점이 옮겨져 간다.

현행 공직선거법을 어긴 지도자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한 건 이러한 점을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원희룡 지사의 이러한 태도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문제 때도 보여준 바 있다. 대법원이 행정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결하자, 원희룡 지사는 그 행위가 속한 법을 아예 뜯어 고치려 했다. 실제 고치긴 했으나 판결의 결과를 소급적용시키지 못해 토지주와의 갈등만 더 키운 꼴이 돼 버렸다.

영리병원에 대해서도 이러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도민들의 뜻은 안중에도 없고, 법을 잘 정비하면 될 거라는 식이다. 자신과 행정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현행법도 뜯어 고치려는 지도자다. 2중, 3중으로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 했지만 향후에 영리병원과 관련해 공공의료체계나 내국인 진료 문제를 포함한 여타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그는 또 법을 뜯어 고치려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짚어볼 때, 올해 6.13 지방선거 도중 원희룡 지사의 행위에 대해 되짚어볼 문제가 있다. 

자신 외에 타인에게 불리한 법에도 관심을 가질까.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를 아무렇게나 해도 되느냐는 점이다.

실제 원희룡 지사는 선거운동기간 도중 행해졌던 TV토론회에서 문대림 후보를 향해 타미우스 골프장 명예회원권 문제를 언급하면서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안을 시작으로 올해 지방선거는 유례없는 진흙탕 판으로 치러졌다.

허나 검찰은 이 사안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처리했다. 뇌물수수가 성립되려면 대가성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문대림 후보는 뇌물수수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당시 원희룡 지사의 이러한 의혹제기로 문대림 후보는 도덕성에 심각한 치명상을 입었고, 선거에서 패배했다. 물론, 선거패배의 원인은 이 사안 말고도 더 있었을 터다.

문대림 후보 역시 뒤늦게 비오토피아 특별회원권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격에 나섰지만 이 사안 역시 검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처리했다.

이를 보면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의혹제기에 대해 책임을 묻는 사항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향후 선거판은 더더욱 더 혼탁하게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이 법을 어겼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지도자가 민주주의를 수호할 '아름다운 사람'인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로 아름답게 치러졌어야 할 선거판까지 혼탁하게 만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이 사안(공직선거법 개정)을 개혁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던 간에 원 지사의 사전선거운동 행위는 아직 법 개정 이전이므로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건 명백하다.

벌금이 얼마던, 위헌제청을 하던 일단 사과하고 다음 선거를, 다음 세대에서의 민주주의를 아름답게 꽃 피우게 하려는 일부터 나서야 한다. 무릇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진심이 통해야 하는 법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사람을 보진 않고 제도와 시스템만 파헤쳐서는 민심을 얻을 수가 없다. 술수를 거두고 진심으로 도민을 대하는 것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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