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시설직군 열악한 환경 지적엔 "동감하나 즉각 해결되긴 어려워..." 답변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최근 IB DP(IB 디플로마 프로그램) 도입에 거의 모든 정책을 올인(All-in)하다시피하고 있다.

이석문 교육감은 IB 프로그램을 고교체제개편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조직개편도 다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특정 분야 계층의 공직자들만 우대해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교육청 내 시설직군 공무원들의 작업 환경이 그렇다. 학교 내 각종 시설 공사는 방학 중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몇 명 되지도 않은 시설직 공직자들은 한정된 기간 내에서 도내 수많은 학교 공사장의 시설을 감독해야만 한다.

한때 석면공사 문제로 시설직 공직자들은 초죽음에 직면하기도 했다. 수많은 공사가 단기간에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부실공사로 이어지지 않는 게 기적일 정도다.

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허나 이석문 교육감은 "충분히 동감은 하지만 당장 해결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2019년 신년대담을 통해 "시설직군 증원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즉시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해바란다"며 "학교 시설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조직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진단하면서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육감은 "현장에서 노고와 헌신을 다하는 시설직군 직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로 당장 문제해결에 나서지 못함에 양해를 구했다.

▲ 2019 기해년 신년대담에 나선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Newsjeju
▲ 2019 기해년 신년대담에 나선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Newsjeju

# IB 프로그램, 도입 가시권에 있긴 한 거 같긴 한데...

고교체제개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IB 프로그램 도입은 국내에선 그 누구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라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단지 시범으로 끝나진 않을런지 등 수많은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그런데도 이석문 교육감은 IB 프로그램이 제주고교에 도입되면 사교육이 크게 억제되고 교육수준 격차 해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IB 프로그램의 교육방식은 기존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형이 아니라 토론·대화식이고 시험 또한 100% 주관식이라 어느 정도 일리있는 자신감이다. 게다가 읍면지역 고교에 먼저 도입하겠다 했으니, 계획대로만 잘 이뤄지면 교육격차 해소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는 묘안이긴 하다.

현재 추진 상황에 대해 이 교육감은 이미 IBO(IB를 관장하는 기관) 측과 한글화 도입을 총론에서 합의했고, 현재는 한글 번역과 협력각서(MOC) 세부 문구를 조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오는 3월 중에 확정될 예정이다.

이제 예고대로 남은 건, IB 프로그램을 적용할 고등학교를 지정하는 일이다.
이 교육감은 올해 하반기 중에 도내 읍면 지역 고교 중에서 우선 신청을 받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반기에 선정된다해도 IB 프로그램이 바로 도입되진 않는다. 교사들이 평가방법에 익숙해져야 하는 데 최소 2년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어, 본격 시행은 2021년이 목표다.

이 교육감은 "IB 한글 도입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IBO와 계약을 한 후 학교 선정과 세부운영 방침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만 밝혀뒀다.

허나 그간 주입식 교육만 줄곧 받아오던 학생들이라 토론식 수업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교육감은 "IB는 교육수준 격차를 줄이는 프로그램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생각을 끄집어내고 존중하는 과정"이라며 "특히 IB는 사교육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 교육감은 "기존 출제 경향에 맞춘 평가 방식에선 사교육이 강세일 수밖에 없다. 허나 IB는 출제경향을 예측할 수 없어 사교육으로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며 "IB 학교 지정은 해당 학교의 동문과 지역주민들과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다. 학교마다 여건과 상황이 달라 아직 알 수 없다. 학교가 정해지면 그 때 우려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또 이 교육감은 "IB 학교에선 수능을 보지 않고 대학 진학이 될 것"이라며 "만일 학교에서 대학진학을 위해 내신을 부풀리게 될 경우, 그 즉시 IB가 취소되기 때문에 유지관리는 잘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도 덧붙였다.

▲ 2019 기해년 신년대담에 나선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Newsjeju
▲ 2019 기해년 신년대담에 나선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Newsjeju

아래부터는 이석문 교육감의 신년대담 답변을 요약해 기술했다.

# 고교체제개편의 완성 얼마나 이뤘나

수치화하기 어렵다. 고교체제개편은 완료형을 만드는 게 아니어서다. 현실 변화에 따라 개편의 방향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현재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서도 다르게 갈 수 있다. 

산업구조 변화로 특성화고 학과 역시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렇듯 시대 상황에 따라 고교체제개편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 인구절벽 시대다. 초등학교 통폐합 문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이주민으로 인해 오히려 학생 수가 많다. 그래서 작은 학교를 잘 키우는 것이 중요했다.

그 대표적인 성과가 지난해 더럭분교가 초등학교로 승격한 것이다. 취임하고 나서 현재까지 가장 큰 성과로 여긴다. 통폐합 보다는 작은 학교를 충실히 키우면서 교육으로 제주에 이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적 여건으론 제주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 자부한다. 지금의 흐름을 잘 키워서 각 마을 학교가 고유의 전통과 교육과정을 가진 좋은 학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 지난 6개월 역점사항과 이후 추진계획은

선거를 치열하게 치루고 곧바로 직무에 복귀해 지금도 피로감이 남아 있는 거 같다(웃음). 1기에 추진한 정책들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걸 가장 주안점에 두고 조직개편에 주력했다.

2기의 핵심 공약인 고교 무상급식 정책을 실현하는 데도 노력했다. 남은 임기 동안은 제주교육의 질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높이려 한다. 이를 위해 IB 도입을 통한 평가혁신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평가가 바뀌어야 교육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희망이 생긴다.

모든 상황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 100% 찬성하는 정책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게 건강한 민주주의도 아니다. 교육혁신이 처음 가는 길이기에 우려도 많고 실망도 많을 수밖에 없다.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본다.

모든 분들의 기대를 충족하기란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일관된 방향에 따라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소통, 협력하면서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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