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김태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행정사무조사 부결 사태 "43명 의원 서로 소통, 조율해야 할 역할 모자랐다" 자인

김태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의회에 제출된 행정시장 직선제안이 최선은 아닐 수 있으나 필요한 안인 건 분명하다고 피력했다.

▲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Newsjeju
▲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Newsjeju

2019년 기해년 신년대담을 통해 밝힌 김태석 의장의 소신은 분명했다. 
김 의장은 행정체제개편 문제에 대해 "사실 이 문제는 4개 시·군 폐지 이후 민선 5기인 2010년부터 논의된 사항이며, 2013년 9대 의회에서 부결시킨 사안"이라며 "당시 의회의 입장은 전면 부정이 아니라 '선 행정시 기능강화 후, 후 행정체제개편'으로 부대조건을 이행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장은 "이후 행정시 기능강화를 추진하도록 조례까지 제정하고 최근 개헌 논의에 대응하면서 자치입법권 확보 노력을 기울였으나 개헌이 무산됐다"고 적시했다.

김 의장은 "부결 이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며 "동의안을 선택하려면 세 가지 판단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말한 3가지 기준이란 ▲행정의 책임성(주민 대응성 개선 가능성) ▲제주특별법 개정 등 실현 가능성 ▲추후 보완 가능성이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결론을 말하면, 행정시장 직선제가 최선의 안이 아닐 순 있으나 현행 체제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안인 건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여러 도의원들도 예산 및 조직편성권이 부여되지 않은 직선제안은 무늬만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행정시장에 대한 예산 및 조직편성권을 완전히 넘겨주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의장의 이 발언으로 볼 때, 제주도의회는 현행 행정시장 직선제안에 '예산 및 조직편성권' 내용을 명시해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 2019 기해년 신년대담에 나선 김태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Newsjeju
▲ 2019 기해년 신년대담에 나선 김태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Newsjeju

# 도정과 협의한다지만, 상설정책협의회 구성 후 단 한 차례로 열리지 않아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제주도의 두 기관장은 '협치'를 서로 약속하면서 '상설정책협의회'를 구성했다.

허나 구성만 하고 6개월이 넘도록 여태까지 단 한 차례도 협의회를 열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가 영리병원을 개원 허가 한 것 때문에 '말로만 도민 뜻을 따르겠다고 할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처럼, 제주도의회 역시 비판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7월, 제11대 도의회가 출범한 이후에도 제주에선 해결해야 할 온갖 사안들이 넘쳐났으나 결국 다 제각각으로 움직였다. 영리병원 문제부터, 제2공항, 행정체제개편, 하수도 배출 문제 등이 산적했었다.

이에 대해 김태석 의장은 신년대담을 통해 "틀은 만들어져 있으니 제주형 협치가 안착되는 것을 도민사회에 보여드리는 게 남은 과제"라면서 협의회 개최 의지를 표명했다.

김 의장은 "협치라는 게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의와 공감대 조성을 선행한다는 건데 이를 현실화한 것이 상설정책협의회였다"며 "이전에도 행정과 의회 간에 정책협의가 있긴 했었지만 보통 지사가 필요할 때 의회에 알리는 형태에 그쳐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의장 역시 책무를 명시하는 것으로 조례로 제정했으니 실제 활용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행정시장 직선제안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를 논의하고 주민투표 실시 등의 사안을 다루고자 조만간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정과 협의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 행정사무조사 부결사태

지난해 9월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부결시킨 사태로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엔 행정사무조사를 시행키로는 했으나 그간 땅에 떨어진 민심을 다시 회수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에 대해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부결사태의 원흉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렸다.

김태석 의장은 "43명 의원들이 다 헌법기관이나 다름 없어서 도정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관료제가 아니"라고 전제한 뒤 "의장의 역할은 43명의 의견을 조율하고 결론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그 역할이 모자란 것이 부결사태로 이어진 것 같다"며 잘못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 2019 기해년 신년대담에 나선 김태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Newsjeju
▲ 김태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Newsjeju

아래부터는 김태석 의장의 신년대담 답변을 요약해 기술했다.

# 11대 의회 구성 6개월, 성과와 과제는

가장 큰 성과는 의회 인사 독립권 확보였다.
그간 의회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권은 도지사가 갖고 있었다. 도정을 견제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승진과 부서배치 권한을 지사가 갖고 있다면 그 업무가 제대로 수행될 수 있겠나. 그 때문에 의회의 인사권은 의장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를 통해 의회 내 인력을 보충했고, 정책연구실을 설치해 의회 차원에서의 정책 대안을 강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선제적인 의정 활동을 추진해 나가겠다.

행정사무조사권 1차 부결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었다. 의회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 참 많은 도내 현안, 그렇다면 의회에선 어떤 대안이 있겠나

제주생명수인 지하수가 가축분뇨 및 액비살포로 오염이 증가하고 있고, 하수처리에서도 현대화사업이 아직 추진되지 않아 방류수 수질 초과가 발생하고 있다.

재활용품 배출제로 어느 정도 해결되는 기미는 보이나 여전히 문제가 많다.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중교통개편이 과연 투자 대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과잉공급으로 몸살을 앓는 주택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다 임기응변식 대응에 그치고 있다. 집행부의 정책과 비전의 부재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

# 앞으로의 계획과, 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대응해야 할 현안이 폭증하면서 지역과 의회의 온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축산악취나 하수 방류 등은 그간 지역의 민원으로 제기됐다가 도 차원의 현안으로 대두된 경우다. 이처럼 지역의 민원이나 현안이 도 차원의 문제로 커지기 전에 사전에 인지되고 대책이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회에선 가칭 '주민참여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지원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사정을 잘 아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지역의 민원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발전계획에 포함시켜 사전에 대응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

또한 도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제주특별자치도민 삶의 질 향상 정책체계 구축방안'을 준비 중에 있는데 1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2019년은 기해년 황금돼지 해이나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 제주 또한 전망이 밝지 않다. 이러한 때일수록 지역경제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제주가 정책을 올바르게 기획, 집행해야 한다.

의회가 모진 비판도 해야겠지만 때론 도민 뜻을 결집시킬 수 있는 역할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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