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성산읍 주민 김경배 씨와의 대화 언제든 수용"
천막촌 사람들 "연락 없이 찾아오는건 대화가 아닌 쇼"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Newsjeju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Newsjeju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에 반대하며 제주도청 맞은 편 천막에서 23일째 단식 중인 김경배(51, 성산읍)씨를 언제든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원희룡 지사는 지난 9일 안동우 정무부지사를 천막에 대신 보내 단식 농성을 풀기 전까지 면담을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이튿날인 10일 단식 여부와 상관 없이 김경배 씨가 원하면 언제든 대화에 나서겠다며 입장을 번복한 것. 

원희룡 지사는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래는 오늘 김경배 씨를 만나려고 계획했었다. 어제 안동우 정무부지사도 천막에 찾아가 제주도의 입장을 전달했다. 언제든 만나서 대화하고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어제의 경우 단식을 풀고 반대투쟁도 해야 할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찾아 가려고 했으나 천막 방문을 완곡히 거절하더라. 오늘 오후 3시에 김경배 씨의 재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에는 김경배 씨의 재판이 잡혀 있다. 김경배 씨는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초청 토론회에서 토론회장에 난입해 원희룡 지사에게 계란을 투척하고 얼굴을 가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저희는 미처 몰랐는데 오늘 김 씨가 재판을 앞두고 있어서 마음이 조금 촉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오늘 천막 방문을 완곡히 거절한 것 같다. 그래서 만남이 불발됐다. 전후 과정을 설명드리고 그간 쌓였던 궁금증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오늘 브리핑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선 저희는 언제든 열어 놓고 있다. 제2공항에 대한 문제점의 지적이건 반대 주장이건 저희는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반영할 것은 반영하고 정 반영이 어려운 건 양해를 구할 생각이다. 따라서 김 씨의 면담요구는 저희는 언제든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토위원회 종료에 대해 원 지사는 "제주도가 그 부분에 대한 연장을 정식으로 요구를 해 달라고 하는 게 반대측 주장인 것 같다. 그런데 저희는 국토부와 반대위 사이에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른다. 저희가 제대로 확인한 후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제2공항 기본계획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제주도의 종합적인 입장 발표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원 지사는 "제2공항과 관련한 제주도의 입장을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초에 명확히 전달할 생각이다. 국토부에 관련 문건과 담당자의 면담을 통해서 이를 파악한 뒤 종합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막촌 사람들은 원희룡 지사의 오락가락 행보를 두고 "김경배 씨는 오늘 오후에 재판이 예정되어 있어 변호사와의 사전준비와 재판참여 일정 등 때문에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존재를 가볍게 여겨도 아무때고 연락도 없이 찾아온다는 것은 대화가 아닌 쇼일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현재 제주도청 맞은 편에 설치된 천막 안에서 물과 소금만을 섭취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 씨는 단식을 시작하면서 체중이 18kg이나 줄어드는 등 건강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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