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씨, 행정대집행으로 천막 강제 철거한 데 따른 사과와 인권유린 재발방지 요구하자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히려 불법 점거로 인해 도민불편 야기한 것부터 사과해야 맞서

원희룡 지사 "재발방지 & 사과? 제2공항 반대 측이 먼저 해야"...
'사람'은 없고 원리 원칙만 따지면서 반박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반대 측과 쌓여가는 갈등을 더 이상 풀 생각이 없는 것으로 비춰졌다.

지난 7일, 제주도정과 제주시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제주도청 앞에 설치된 제2공항 반대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제주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이하 제주도인권위)는 인권이 유린됐다며 행정대집행 절차를 비판했다

▲ 김경배 씨가 행정대집행으로 인한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원희룡 제주지사는 김 씨에게 반대로 도민 통행에 따른 불편을 이유로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고 있는 김경배 씨. 둘은 11일 오후 2시 제주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Newsjeju

이에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단식을 벌이고 있는 김경배 씨는 원희룡 지사에게 이러한 사태에 대해 사과를 하고 인권유린 재발방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허나 원희룡 지사는 오히려 김 씨에게 '법을 어긴 건 그 쪽'이라는 취지로 김 씨가 먼저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인도에 천막을 치고, 도청 현관을 점거한 것이 도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끼쳤다는 이유에서였다.

원희룡 지사는 11일 오후 2시 김경배 씨 측 일행과 면담을 나눈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하면서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 지사는 "의사표현이나 집회시위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나 도로를 무단 점유해서 시설물을 설치한 뒤 밤낮으로 사용할 권리까지 있는 건 아니"라면서 "민주주의에서 자유는 있되 타인에게 피해를 줄 자유까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꽃을 들 자유는 있지만 꽃을 꺾거나 훼손시켜선 안 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어 원 지사는 "오히려 인도를 통행해야 할 도민들의 불편과 도청을 출입하는 민원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농성이라는 이유로 인도를 점거해서 행정이 발부한 계고장과 대집행을 무시하고 군림하면서 도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하고 재발방지도 약속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그러자 김 씨는 "우리가 왜 이 추운 엄동설한에 나왔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원 지사는 "그런 이유로 불법을 합리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 법규 준수의 엄중함만을 내세웠다.

원 지사는 "의사표현 내용을 안 듣겠다는 것도 아니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언론이나 면담을 통해 할 수 있다. 하지만 거리에 천막을 쳐서 통행을 방해하고 현관에 위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거는 안 된다"고 확실히 했다.

원 지사가 반격을 가하면서 갈등해소가 증발되자 면담 현장에 참관했던 홍명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이 "갈등을 해소하려면 서로 한 발씩 물러서야지 이러면 되겠느냐"며 중재에 나섰다.

▲ 김경배 씨가 행정대집행으로 인한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원희룡 제주지사는 김 씨에게 반대로 도민 통행에 따른 불편을 이유로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Newsjeju
▲ 김경배 씨가 행정대집행으로 인한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원희룡 제주지사는 김 씨에게 반대로 도민 통행에 따른 불편을 이유로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Newsjeju

그럼에도 원 지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원 지사는 "제게 재발방지를 요구하니 하는 말"이라며 "이건 앞뒤가 바뀐 사안이다. 농성을 계속 하고 싶다면 도민들에게 이런 저런 이유로 불가피하게 농성을 하게 됐으니 죄송하다고 한 후 빠른 시일 내에 풀겠다고 한 마디라도 하고 했어야 했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이에 김 씨는 "행정대집행이 진행된 게 면담을 요구한 지 11일이 지난 때였다. 면담 요구는 받을 생각 안 하면서 민원인이 최소한의 인권으로 지키려는 행위를 무너뜨린 것이 정당하다고 하는 것이냐"며 "지사는 꽃을 잘 지켰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박했다.

이러한 반박에 원 지사는 "농성하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 인도적 차원에서 법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해결할 수도 있다) '원희룡 퇴진하라'라고 의사를 표현했으면 다 달아듣는다. 그 정도 선에서 해야지 도청엔 여기 목소리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목소리도 매일 밀려온다"고 재차 맞섰다.

김 씨가 "천막은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 우리가 부당한 걸 요구하는 것이냐"고 묻자, 원 지사는 또 다시 "(천막 설치가)불법인 건 아시죠?"라면서 서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 해소는 요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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