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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생존자 수형인 어르신들이 재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Newsjeju

제주4.3 생존자 수형인들의 재심 재판과 관련해 법원이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사실상 '무죄'를 선고한 셈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피고인 김평국 어르신을 비롯한 4.3생존자 수형인 18명 전원에 대해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앞서 검찰도 4.3생존자 수형인들의 공소사실을 기각해 달라며 재판부에 요청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 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수형인명부, 군집행지휘서나 감형장 등 수형 관련 문서 등에는 피고인들의 죄명과 적용법조만 기재되어 있을 뿐,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 피고인들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공소사실로 군법회의에 이르게 된 것인지를 확인할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군법회의 심판 회부 당시 국가가 절차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과거 국방경비법에 의하면 피고 사건을 고등군법회의에 회부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교 중에서 임명된 예심조사관'에 의한 '완전 공평한 예심조사'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은 일관해 자신들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범죄사실로 재판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재심사건의 소송기록 등 어디에도 ‘예심조사’내지 ‘기소장 등본의 송달’이 이뤄졌다는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10명에 대한 군법회의는 약 25일 동안 총 12차례가 열렸고 나머지 8명에 대한 군법회의는 약 15일 동안 총 10차례가 열렸다. 이때 재판을 받은 민간인 수는 1,659명에 달한다. 이 같이 단기간에 다수의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군법회의에 회부함에 있어 개개인에 대해 예심조사관에 의한 예심조사 및 기소장 등본 송달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을 것이라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군법회의를 담당한 군 당국이 예심조사 없이 경찰의 의견을 수용해 판정·판결 내용을 미리 정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춰 당시 피고인들에 대해 구 국방경비법 제65조의 ‘예심조사’ 및 제66조의 ‘기소장 등본의 송달’을 통한 기소사실의 통고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사실상 '무죄' 판결에 어르신들 기쁨의 눈물

이번 재심 재판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매우 특별했다. 제주4.3과 관련한 첫 재판인데다 판결문 등 소송기록이 전무한 유례 없는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3사건 당시 아무런 이유 없이 경찰서와 형무소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일정 기간 수형인 신분으로 교도소에 구금되는 등 억울한 옥살이를 당했던 어르신들의 '70년 통한의 눈물'을 재판부가 닦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웠다.

70년간 옥죄고 있었던 마음의 고통과 통한의 짐들을 조금이나마 덜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르신들은 재판부의 최종 판결을 기쁜 마음으로 반겼다.

재판 이후 김평국 어르신은 "기분 좋다. 조금 이따 소주를 마실 것이다. 시원하다. 향후 자손들이 볼 때 몇 대 할머니는 옥살이를 한 흔적이 남았다는 것이 없어지게 돼서 그것이 가장 후련하고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박동수 어르신은 "70년 전에 아무런 죄도 없이 잡혀서 고문을 당하고 오늘과 같은 재판도 없이 형무소로 끌려 갔다. 한이었다. 오늘 판결은 정말 반갑다. 그 이상 더 말할 것이 없다.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제 2의 인생이다"고 기쁨의 눈물을 터트렸다.

양근방 어른신도 "우리가 재판과정에 이제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를 이끌어준 도민연대 대표를 비롯해 변호사 두 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제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이 사라지고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영광이고 기쁨이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양일화 어르신 역시 "반가운 날이다. 여러분들 감사드린다. 세월이 벌써 70년이 흘렀다. 그동안 두 눈을 감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두 눈을 감고, 두 발 펴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어르신들의 변호를 맡았던 임재성 변호사는 "군법회의 문제는 유죄확정을 떠나 총체적 불법이었다. 어르신들은 어떤 죄로 재판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것이 공소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때,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한다고 선고한 것이다. 무죄판결보다 더 나아간 당시 불법성을 나타낸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청구는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고민했던 것은 시간의 문제였다. 이렇게 일찍 끝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년 반 이내에 선고가 내려질 수 있었던 것은 제주지방법원과 제주검찰청의 적극적인 고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어르신들이 정말로 건강하실 때 형사보장에 대한 결정, 배상도 이뤄져서 피해회복까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생존수형인들이 30여명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분들도 재심이라는 절차를 통해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본다. 빠른 시일내에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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