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구원, 제주에 블록체인 특구 조성 시 경제적 효과 분석

가상화폐 '거품' 빠지며 연일 가치 하락 & 국내선 아직 ICO 규제 중
명확한 통계 자료 근거 없는 상태에서 3가지 사항 가정한 뒤 결론 도출... 
원희룡 지사의 블록체인 정책 지원사격 아닌가 '의구심'

원희룡 지사와 블록체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원희룡 지사와 블록체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제주연구원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그렇게 찬양해 마지않는 '블록체인'에 대한 경제효과 분석을 24일 내놨는데 어딘가 석연찮다.

원희룡 지사가 정부에 요청한대로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했을 시 제주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제주연구원의 고태호 연구위원이 분석했다. 

생산 유발효과만 연간 최소 1777억에서 최대 2816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연간 1043억∼1729억 원이, 고용효과는 3893∼7154명으로 도출됐다.

수치만 보면 '제주 블록체인 특구' 지정이 매우 낙관적인 얘기처럼 들린다. 허나 이는 시기가 맞지 않는 매우 제한적인 데이터와 특정 조건의 가정 하에서 이뤄진 결과라 신빙성에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이번 연구보고서에선 국내에 운영 중인 모든 가상통화 거래소(16개사, 1136명. 2018년 6월 기준)가 제주로 이전했을 때를 가정했다. 또한 현 정부가 ICO(가상통화 공개)를 허용하고, 이에 따른 유관산업 성장 효과를 10∼25%로 가정해 분석했다. 여기에 제주지역 내 연간 ICO 규모를 6000억 원으로 추정한 수치에서 최종 결과 값을 도출했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점은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했을 때, 생산 유발효과가 약 연 28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위 3개 조건이 완전히 갖춰졌을 때, 그제서야 유의미한 값인지 따져볼 수 있는 수치일 뿐이다.

원희룡 지사의 소원대로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하면 무조건 생산 유발효과로 2800억 원이 발생한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최근 원희룡 지사가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중앙정부에 요청한 것과 관련, 제주에서 암호화폐 수익보장 등의 현혹 사례가 발생하자, 원 지사는 30일 이에 대한 피해 주의를 당부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최근 원희룡 지사가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중앙정부에 요청한 것과 관련, 제주에서 암호화폐 수익보장 등의 현혹 사례가 발생하자, 원 지사는 30일 이에 대한 피해 주의를 당부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 분석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직 문재인 정부에선 ICO를 허용할 생각이 없다는 데 있다.

ICO는 블록체인 기술이나 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내용을 네트워크 상에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블록체인 정보를 넷상에 공유하면 이에 상응하는 가상통화(토큰)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주식시장에서의 기업공개와 같은 개념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ICO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상화폐를 '일반 화폐'로 분류할 수 없다고 보고 있어서다. 가상화폐의 대표 코인격인 비트코인이 지난 2017년 한 때 1코인당 약 2500만 원까지 폭등했을 시점에,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면서 투자자들의 돈이 일순간에 증발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이용자들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특정인 한 명이 정보를 변경한다 해도 나머지 정보가 달라지지 않는다. 모든 정보를 변조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킹이 이뤄질 수가 없다. 여기서 해킹이 이뤄졌다는 건 가상화폐 자체가 해킹된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를 주고받는 거래소가 해킹된 것으로, 해당 거래소에서 거래된 특정 가상화폐가 피해를 보게 된 사례다.

특정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던 수많은 이용자들이 피해를 봤지만 거래소는 책임지지 않았다. 법원에서도, 정부도 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봤다. 어디까지나 '가상'화폐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중국은 2017년 9월께 ICO를 전면 규제해 버렸다. 우리나라 역시 규제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정부가 ICO에 대한 규제에 나서자 국내 가상화폐 기업들은 모두 스위스나 싱가포르, 홍콩 등 ICO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에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즉, 원희룡 지사가 국내에선 제주에만 한정하고 가상화폐 산업을 벌이고 싶어도 정부가 ICO를 허용하지 않으면 애초 불가능한 얘기라는 점이다. 고태호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해 ICO에 대한 부분적 허용(제주 한정)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가상화폐 가치 폭락과 맞물린 정부의 현 태도를 보면 현실성이 없다. 

가상화폐의 종류.
가상화폐의 종류.

게다가 ICO 규제 시점에 비트코인이 비트코인캐시와 분화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폭락은 2018년 1월께부터다. 지난 한 해 끝 모르고 추락하던 비트코인은 1코인당 360만 원대까지 폭락했다. 2019년 1월 24일 현재는 394만 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번 연구에 적용된 ICO의 연간 산업규모 '6000억 원' 역시 어디까지나 가정 수치일 뿐이며, 산출근거 시점에 의문이 제기된다. 

연구보고서에선 "2017년 이전에 이뤄진 국내 기업의 ICO는 관련 통계 부족으로 공인된 정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2018년 3월 11일자의 디지털타임즈 언론보도에서 제시된 자료를 토대로 산출된 규모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 때가 가상화폐 가치 대폭락이 발생한 초반 시점이라는데 있다.

연구보고서에선 국내 가상화폐 기업들 중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BS&C가 스위스에 블록체인 관련 법인을 설립하고 가상통화 '에이치닥'을 발행해 3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명시했다.

또한 데일리 인텔리전스의 자회사인 더 루프는 1000억 원(스위스), 거번테크는 170억 원(스위스), 직토 200억 원(싱가포르), 한빛소프트도 1800억 원(홍콩)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 수치는 가상화폐 붐이 한창 오르던 2017년 6월부터 약 9개월 간의 데이터다. 보고서는 제주에서 이러한 동일한 규모로 추진되는 것을 가정해 결과 값을 산출했다.

즉, 보고서에서 산출근거로 사용된 국내 ICO의 연간 산업규모 '6000억 원'은 가상화폐 가치가 대규모로 폭락하기 이전의 데이터로 적용된 것이어서 현재 가상화폐 산업 규모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상화폐의 종류는 70여 개가 넘지만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다른 가상화폐들도 마찬가지로 폭락의 폭풍에 휘말려 지금의 시장규모는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탈중앙화와 투명성, 익명성, 불변성이라는 4가지 강점을 가진 블록체인 기술이 분명 미래시대를 선도할 기술인 건 분명해 보이지만, 시장변동성이 워낙 높은 가상화폐까지 미래시대에 대비할 산업인지는 좀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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