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및 제주도 관계자들 설명회장 앞에서 반대 측 주민들에 의해 입장 거부 당해

반대 측 "하루 전에 설명회 통보하고 개최, 이게 대화하자는 것?"
찬성 측 "왜 반대 측 마음대로 취소시키나. 설명회 진행시켜라"

▲ 강원보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장(사진 오른쪽 뒷모습)에게 설명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 국토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사진 가운데, 왼쪽에서 3번쨰). ©Newsjeju
▲ 강원보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장(사진 오른쪽 뒷모습)에게 설명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 국토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사진 가운데, 왼쪽에서 3번쨰). ©Newsjeju

예상대로 제주 제2공항 주민설명회가 파행됐다.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들은 설명회장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주민설명회는 오후 2시 30분 성산농협 회의실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설명회 개최 2∼3시간 전부터 성산농협 주변은 제2공항을 반대하는 주민들로 가득찼고, 반대 주민들은 회의실로 올라가는 입구에 진을 쳤다.

설명회 시간이 도래할즈음에 국토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과 주종완 신공항기획과장, 안동우 정무부지사 등 행정 관계자들이 농협 회의실 입구에 당도하자, 앞을 지키고 서 있던 강원보 제2공항반대대책위원장은 이들에게 "돌아가라"고 말했다.

강원보 위원장은 "설명회를 저지하러 나왔다"며 "지저하는 이유는 국토부가 일방적, 무계획적으로 도민과 협의도 없이 진행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우리는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면서 강 위원장은 "만일 다른 방법으로 설명회를 시도하려 할 경우에 발생하는 불상하는 전적으로 국토부 책임이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라"고 요청했다.

이에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이 "찬성과 반대 측 모두와 대화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자, 강 위원장과 반대 주민들은 "어제 설명회 개최 사실을 알리고 오늘 하겠다는 것이 대화냐. 오늘 설명회 개최하면 주민 갈등만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거듭된 제2공항 주민설명회 개최 요구에도 제2공항 반대 주민들은 "어제 통보해서 오늘 하겠다는 게 소통이냐"며 설명회장으로의 입장을 끝끝내 거부해 이날 주민설명회가 무산됐다. ©Newsjeju
▲ 거듭된 제2공항 주민설명회 개최 요구에도 제2공항 반대 주민들은 "어제 통보해서 오늘 하겠다는 게 소통이냐"며 설명회장으로의 입장을 끝끝내 거부해 이날 주민설명회가 무산됐다. ©Newsjeju

그럼에도 국토부 관계자들이 거듭 설명회 개최를 요구하자, 강 위원장은 "안에 이미 찬반 주민들로 꽉 차있다. 계단 올라가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책임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래도 권 실장은 "반대하는 분도 있지만 공항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재차 설명회 입구를 터줄 것을 요구했고, 강 위원장은 "할거면 세종시로 돌아가서 (그 분들)초청해서 하라"고 맞섰다.

현장에 있던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대표는 "설명회를 하고 싶으면 정당한 절차 밟아서 미리 공지를 하고 했어야지 이런 식으로 나라 일을 하느냐"며 "마을총회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주민은 "소통을 이야기 하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소통하는 것이냐"며 "김현미 장관실에서도 다 얘기하지 않았나.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이후에 어떤 연락이라도 한 적 있나. 그래놓고서 이제와서 소통하겠다는 게 이게 소통이냐"고 비난했다.

강 위원장은 "그간 저희와 얼마나 연락이 안 된 줄 알지 않느냐. 문서는 고사하고 통화도 안 되고... (설명회)할 거면 찬반 다 와서 같이 이야기 하자고 제안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가 이제 갑작스레 일방적으로 찾아온 건 절차만 진행해보겠다는 통과의례 술수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권 실장은 "이런 형식으로 진행된 게 소통이 안 됐다는 건데 앞으로 절차를 잘 밟도록 하겠다"며 "반대 측에서 공개토론회 하자고 했는데 타당성 재조사결과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해놓고선 일 처리를 이렇게 하느냐"며 "오늘을 일단 돌아가고 다른 계기를 통해서 따로 하거나 진정으로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정식으로 제의하라"면서 추후에 설명회를 진행하라고 요청했다.

결국 권 실장 일행은 "그렇게 하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에 주민들과 국토부 관계자들 간에 험한 말을 주고받기도 했으나 다행히 물리적인 충돌을 발생하지 않았다.

▲ 제2공항 주민설명회장에서 국토부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성산읍 일부 주민들이 설명회가 무산됐음을 통보받자 반대 측에게 거센 항의를 가했다. ©Newsjeju
▲ 제2공항 주민설명회장에서 국토부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성산읍 일부 주민들이 설명회가 무산됐음을 통보받자 반대 측에게 거센 항의를 가했다. ©Newsjeju

허나 설명회장(성산농협 2층 회의실)에서 국토부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성산읍 주민들은 설명회가 무산되자 반대 측 주민들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며 부딪혔다.

강 위원장이 회의실로 올라와 "설명회과 찬성과 반대 측 주민들간 갈등이 발생해선 안 되니 국토부에 찬성 측과 반대 측에게 공평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오늘 이 설명회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아 취소됐다"며 "만일 개최되면 자신들의 제2공항 추진 근거를 획득하기 위한 걸로 악용되기 때문에 막은 것"이라고 이날 회의실에 모인 200여 명의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강 위원장이 "설명회 들으러 오신 분들에겐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말하면서 설명회가 무산됐음을 알리자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왜 반대 측에서 마음대로 국토부 관계자들을 돌려보낸 것이냐"며 "우리가 제2공항에 대해 알아야 찬성이든 반대든 할 거 아니냐. 누가 찬성한다고 했나. 알 권리가 있는 게 아니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면 되고 설명회는 그대로 진행시키라"고 요구했다.

계속된 설명회 개최 요구에 성산읍장이 나서 "오늘 설명회는 사정에 의해 취소됐음을 알린다"고 하자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던 일부 주민들끼리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이날 제2공항 설명회는 또 다시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주민들 간의 갈등만 골이 더 깊어지는 단계로 나아갔을 뿐, 아무런 진전도 없이 무산됐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설명회 개최 무산에 따른 후속조치에 대한 입장 발표도 없이 곧바로 차를 타고 빠져나갔다.

▲ 제2공항 반대 주민들 측과 찬성 측으로 보이는 일부 주민들 간에 고성이 오가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한 때 잠시 몸싸움이 일기도 했으나 주변에서 말려 큰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다. ©Newsjeju
▲ 제2공항 반대 주민들 측과 찬성 측으로 보이는 일부 주민들 간에 고성이 오가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한 때 잠시 몸싸움이 일기도 했으나 주변에서 말려 큰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다. ©News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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