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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총무과 김경준

어느 날 9살 난 둘째아이가 물었다. “아빠, 얌체가 무슨 뜻이야?” “응. 예를 들어 길에다가 그냥 쓰레기 버리는 사람을 보고 얌체 같은 사람이라고 해. 한마디로 얄미운 행동을 하는 사람한테 쓰는 말이야”

우리는 흔히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낮잡아 부를 때 ‘얌체’라는 말을 쓴다. 아마도 출퇴근길 운전 중 난데없이 끼어들기 하는 차량을 보며 얌체운전 한다고 한번쯤은 써봤을 말이다. 평소 내 자신이 얌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반성 겸 얌체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자 검색해봤다.

뜻밖에도 얌체의 어원은 ‘염치(廉恥)’라는 한자어에서 시작되었다. 염치와 얌체는 뜻이 서로 반대인, 긍정적인 의미가 부정적인 의미로 바뀐 특이한 경우이다. 조금 더 살펴보면,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염치가 ‘얌치’로 어형이 변하여 이때까지는 의미상의 변화가 없다가, 얌치없다와 같이 ‘없다’와 함께 쓰여 얌치없는 사람을 ‘얌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은 거리낌 없이 자기 이익만 따져서 행동하는 사람이나 그런 일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한편, 염치는 청렴과도 결부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패를 멀리하고 맡은 바 직무를 성심성의껏 처리하는 공직자의 자세를 청렴(淸廉)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는 뜻이고, 염치는 청렴하고 결백하여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그래서 염치가 있으면 저절로 청렴해진다고 했다.

청렴은 비단 공직자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은 아니다. 시민의 힘으로 바로 세우는 행복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시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기초질서 지키기 모두의 도시 프로젝트」에서처럼, 원칙을 지키고 기본이 바로서는 염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모두가 노력한다면 자연히 청렴한 사회도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쓰레기 함부로 버리기, 불법으로 주차하기, 집 앞 도로에 물통 놓기 등 자신의 주관과 편의를 위해서 사회의 기초질서를 무시하는 얌체 같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면 이제는 눈치코치 보지 말고 염치 있게 살자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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