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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동주민센터

주무관 강성흡

중학교 때 점심시간만 되면 학생들은 전력으로 급식소로 달려서 치열하게 배식 줄을 섰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 빨리 밥을 먹고 놀고 싶어서였다. 한번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친한 친구가 새치기를 해서 심하게 싸웠던 적이 있다. 눈감아 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점심식사 줄은 모든 중학생들에게 예민한 문제였다. 주변에서 이렇게 공정함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서로 버스에 편하게 앉아서 가기 위해 빨리 타려고 하다 보니 정류장이 난리가 났었다. 아예 한 정거장 앞으로 걸어가서 타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 직장을 가졌을 때는 구내식당에서 줄서서 밥 먹었는데 누가 자리를 잡아줘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 맨 뒤에 가서 서곤 했다. 누구도 남이 새치기하는 것(공정성을 해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무원은 특히 공정성을 중요시해야 하는 직업이다. 공직 생활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부탁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 예로 간식거리를 사다준다든지, 식사를 계산하며 편의를 봐주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부탁을 하는 사람들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절을 하면 이 정도도 못해 주냐며 핀잔을 주고는 한다. 온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나 본대라는 말까지 듣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그동안 청렴하지 못한 일부 기성 공무원으로 인해 주민들의 인식이 잘못된 경우이다. 물론 공무원들도 거절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 일을 하다보면 행정에서 반대로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민들의 협조가 없어 공무원들이 곤란을 겪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부탁이라도 범위를 벗어나는 일인지를 우선 확인해보고,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거절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 상담 해주고 안내해 주는 게 중요하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다 보면 공직사회가 공정하게 일처리를 한다는 믿음으로 청탁이 없어질 것이고, 노력하는 모습에 행정에 호의를 갖게 되어 서로 돕는 분위기가 조성 될 것이다.

영화 ‘마약왕’에는 70년대 한국의 부정부패한 사회상이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이 감옥에 수감되어 있을 때 윗선을 매수하여 빠져 나오는 장면, 공무원에 뇌물을 주고 마약을 유통하고 밀수하는 장면이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영화 중간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마약을 유통해 부자가 된 마약왕 송강호가 청렴한 검사 조정석에게 조사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송강호는 이제껏 다른 공무원들이 그래왔듯이 조정석에게도 많은 액수의 돈을 제시하며 선처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조정석은 그런 송강호를 내동댕이치고 밟아버린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탐욕스러운 캐릭터가 타락하는 내용에 통쾌함을 느끼고,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청렴한 캐릭터에는 응원을 보낸다. 영화에서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모두가 조정석이 되어 주변의 응원을 받는 공직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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