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상은 베트남 인권운동가인 '응우옌 티탄' 동명이인 2명이 공동 수상

올해 제3회 제주4.3평화상에 소설가 현기영(78) 선생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는 지난 3월 9일에 제주4.3평화상과 특별상 대상자를 선정한 뒤 최종 수상자를 확정함에 따라 18일 발표했다.

▲ 지난해 개최됐던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던 현기영 소설가. ©Newsjeju
▲ 지난해 개최됐던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던 현기영 소설가. ©Newsjeju

현기영 소설가는 제주 출신으로, 제주4.3을 소설로 그려낸 <순이삼춘>이 그의 대표작이다. 소설은 4.3을 언급하기도 힘들었던 1978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발표됐었다. 이로 인해 군 정보기관에 연행돼 고초를 겪었다. <순이삼촌>은 14년 동안 금서가 됐었다.

그럼에도 현기영은 1999년에 다시 4.3을 소재로 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허나 또 다시 국방부로부터 불온도서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그의 어릴 적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후에도 현기영은 4.4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제주4.3연구소의 초대소장과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제주4.3 50주년, 60주년,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대표를 맡아 오기도 했다. 

특별상은 베트남 인권운동가인 '응우옌 티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2명의 동명이인이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베트남 하미마을에 거주하는 응우옌 티탄(62)과 퐁니-퐁넛마을에 거주하는 응우옌 티탄(59)은 제주4.3과 같은 학살사건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둘 모두 지난 2018년 4월 22일 한국에서 개최된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 참석했었다.

당시 하미마을과 퐁니-퐁넛학살을 증언했으며, 최초로 원고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면서 국제사회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단순한 피해자에서 벗어나 평화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 지난해 4월, 베트남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생존자 국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두 명의 응우옌 티탄. ©Newsjeju
▲ 지난해 4월, 베트남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생존자 국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두 명의 응우옌 티탄. ©Newsjeju

하미마을 거주의 응우옌 티탄(Nguyen Thi Thanh)은 1968년 1월 24일 베트남 민간인 학살 당시 11살이었다. 어머니와 남동생, 숙모, 사촌동생 둘이 한국군에 의해 현장에서 모두 숨졌고, 자신도 온 몸에 총상을 입고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부상을 입으면서 후유장애를 겪고 있다. 하미마을에서만 135명이 희생됐다.

퐁니-퐁넛마을의 또 다른 이름의 응우옌 티탄은 같은 해 2월 12일, 74명이 희생됐던 학살현장에서 8살이었다.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 이모, 이종사촌동생 등 5명의 가족을 잃고 자신은 옆구리에 총상을 입었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자신들이 겪은 고통과 상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평화법정 승소 판결 이후, 제주를 방문해 4.3 여성 생존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그들을 위로했다.

이들의 활동은 그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베트남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데 동력을 만들어냈으며, 국가가 청산하지 못한 불행한 역사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제3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은 오는 4월 1일 오후 6시 제주KAL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다. 앞서 이날 오후 4시엔 호텔 동백룸에서 수상자들에 대한 합동 기자회견이 열린다.

평화상과 특별상 수상자에겐 상패와 각각 상금 5만 불(한화 5600만 원), 1만 불(한화 1100만 원)이 수여된다.

현기영 선생은 국내인사로선 처음으로 평화상을 수상한 사람이 됐다. 지난 1회 때엔 본적이 제주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제일제주인 김석범 씨였고 2회 때는 미국 국적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사학과 석좌교수가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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