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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덕 면 장

이 상 헌

필자의 어린시절. 안덕면 저 너머 농촌에는 가로등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늦은 밤 제삿집에서 집으로 올 때면 너무 깜깜하고 무서워서 혼자 올 수 없었다. 형제나 사촌 간에 손을 꼭 잡고 무서움을 달래며 집으로 오곤 한 기억의 그림이 있다.

이제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가로등이 마을마다 설치되었다. 가로등도 기존 백열등에서 효율이 높은 LED등으로 바뀌면서 도시미관이 한층 더 밝아지고 편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편리한 시설도 잘 관리해야 한다. 밤이 되면 관리가 안 되어 꺼진 가로등도 자주 보인다. 사람이 잔다고 가로등까지 졸면 되는가? 제 임무를 다해야 한다.

지난해 8월말 안덕면장으로 발령받아 마을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시 건의사항으로 면장 권한 밖의 대규모 개발을 해달라는 의견이 많을 줄 알았는데, 고장 난 가로등을 빨리 수리해 달라는 민원이 가장 많았다. 이게 읍면의 행정이구나 하였다. 가슴이 서늘해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에 올해에 예산을 편성하여 ‘가로등관리시스템’을 기획하고, 지난 2~3월까지 조사를 마친 후, 4월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금번 안덕면에서 시행하는 ‘가로등관리시스템’은 기존에 고장수리 및 접수 시 종이 대장으로 작성하던 방식에서 획기적으로 벗어났다. 서귀포시 읍면 최초로 ‘가로등 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고장 신고시에는 전화 또는 스마트폰 QR코드를 활용하여 고장신고를 쉽게 하고, 고장신고후에는 면에서 신속하게 고장을 신고 및 수리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면민들에게 늦은 밤에도 밝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고장수리시에는 수리내역 및 부품교체 내역까지 이력관리하여 체계적인 관리를 해 나갈 예정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면 행정은 면민이 건의하면 업무의 경중에 관계없이 즉시 시행할 수 있는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부드러운 민원(民願)이 커다란 민원(民怨)이 될 수 있다.

안덕면에서 4월부터 시작하는 ‘가로등관리시스템’은 서귀포시 관내에서는 최초로 도입되어 시행하는 만큼 좌충우돌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더 빠르게 면민들이 밝고 안전한 밤거리를 마음껏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면민들께서도 지켜봐 주시고 응원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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