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추모기간 중에 서울 국회서 개최된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 참석해,
4.3특별법 개정안 통과엔 관심 없는 듯 문재인 정부 및 여야 싸그리 비난 발언...
중앙정치 교두보 발판 마련하는건가 의구심도... '동상이몽' 드러나

"문재인 정부의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는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4월 1일 국회를 방문했을 때, 한 행사장에서의 발언이다. 이 때 원희룡 지사는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현 정부를 비난한 것 때문에 논란이 된 게 아니다. 문제는 이 때가 제71주년 제주4.3 추념기간이었고, 제주4.3 특별법 개정안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간 '제주도민만 바라보겠다'고 자신이 내뱉어 온 말을 뒤집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다.

이상봉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은 11일 진행된 제371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와 드림타워 내 카지노 문제에 대해 설전을 벌인 뒤 한 영상을 틀었다.

해당 영상은 지난 4월 1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에 참석한 원희룡 지사의 축사 장면이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4월 1일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 모습 캡쳐.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4월 1일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 모습 캡쳐. ©Newsjeju

아래는 영상에서 드러난 원희룡 지사의 발언 전문.

우선 진심으로 자유와 공화 창립을 축하한다. 목말라 기다린 사람들이 매우 많다. 저도 그 중 하나다. 제 옆에도 많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 힘을 모을 수 있게 정진해서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 나가는 물꼬를 트는데 큰 세력화에 발전적인 도구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그 길에 저와 제 옆에 있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세먼지 심각단계다. 안보, 정치, 경제, 사회, 철학 모두 그렇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라는 독선과 비판과 다른 의견을 억누르고 과거 정권 바뀌고 남 탓으로 돌리는 독주 속에서 대한민국을 둘러싼 미세먼지 해결은 커녕 더욱 뿌옇게 되고 있다.

촛불을 받들겠다고 집권한 정권이지만 그 촛불은 특정세력의 독점물은 아니었다. 어떻게 만든 대한민국인데 공공과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국민을 통합하고 기득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해내는 능력과 책임감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이미 그 자리에 과거의 다른 기득권들이 하던 것을 자신들이 그 자리에 차지하고 들어 앉아서 남탓 하면서 통제국가, 명령경제, 진리독점이라는 그간 인류의 역사라는 숱한 독재와 실패로 몰고갔던 그 망령들을 되살려내고 있다.

어제의 촛불이 오늘 지금 정부를 향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더욱이 열렬 지지층의 장벽에 갇혀서 국정과 국민들의 고통의 문제를 잘 해결해서 민심을 보듬을 생각은 포기한 듯해서 걱정이다. 워낙 여러 가지 선거 전투에 능하고 지난 탄핵과 촛불 정국에서 미처 준비가 안 된 채로 너무나 손쉽게 정권을 획득하다보니 이제는 반대세력, 경쟁세력을 더 파괴하고 더 먹칠하고 국민들을 갈라 놓으면 몇 십 년 집권할 수 있다라는 권력과 집권전략에만 몰두된 그런 정치 집단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정말 처절하게 묻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는거냐. 그리고 그 희망을 대신해서 미래를 봐줄 사람은 어디에 있는거냐. 소위 진보와 보수의 그네뛰기, 왔다갔다하는 것에 의해서 서로 내로남불, 집권하면 똑같이 하면서. 정권을 이루면 똑같은 기준을 가지고 서로 공격했던, 이러한 도돌이표식 한국정치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아까 우리 박인제 선배님께서도 말한 바 있지만, 정말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 많다. 2년 전에 촛불 들고 나갔던 사람들이 나라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대로는 있을 수 없다.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 대안을 찾고, 그것이 과거에 왜 국민들의 지지를 주고 정권을 주었을 때 제대로 못했는지 이런 것을 되짚어보고 새롭게 태어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함께 기약할 수 있는 그러한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저도 거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제주도도 골치 아픈 일이 많다. 제2공항, 국제병원 온갖 것들이 많다보니 한편으로 제주도정에 전념하면서도 제주도 혼자가 잘 될 방법은 전혀 없다. 대한민국이 잘 돼야 한다. 더욱이 제주도는 현재 집권 세력이 텃밭처럼 여기는 이것 때문에 더더욱 눈 뜨고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도 올려져 있으며, 총 14분 분량이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공개된 건 처음 시작부터 5분 25초 정도의 분량이다.

영상을 다 본 뒤, 이상봉 의원은 원희룡 지사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 도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 도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원 지사는 "소신 그대로"라고 답한 뒤, 이 내용이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해서인지 "공개된 영상 이후엔 현재의 야당과 보수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질타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만 비난한 게 아니라는 변명을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이 "잘한 거냐"며 "지사는 야당 대표가 아니다. 69만 제주도민을 책임져야 할 행정정치가다. 문제는 이날이 4월 1일, 4.3추념이간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원 지사가 "두 가지 일을 다 보러 갔던 것"이라고 항변하자, 이 의원은 "안다. 자세가 안 됐다는 거다. 여야를 아울러 4.3특별법을 통과시키기도 힘든 상황인데 저런 정치적인 발언이 특별법 개정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런 거냐. 4.3 주간이 아닌 때에 개인적인 입장 표명이라면 존중하겠지만 지사는 혼자의 몸이 아니다.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원 지사는 "제주4.3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장애요인은 한국당"이라고 둘러댔고, 이 의원은 "여야 한국당, 민주당 가릴 게 아니라 어떻게든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아픔을 완결해야 하는 때였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제서야 원 지사는 "노력하고 있고, 더 노력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 의원은 "4월 1일에 한 발언이 아니었으면 덜 불쾌했을거고 이해할 수도 있었을거다. 추모기간에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여야 정치권을 아울렀어야 했다"고 재차 질타했다.

이에 원 지사가 "저 때 말했던 것에 대해선 앞으로 차분히 소통해 나갈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논란을 피해가려고만 하자, 이 의원은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는 이상봉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 ©Newsjeju
▲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는 이상봉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 ©Newsjeju

이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4년 동안 제주현안 문제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 역대 도지사보다 지방세수가 풍족했는데도 현실적인 기반시설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그런데도 중앙에만 가면 정치하겠다고 하니... 그건 좋다. 그러면 현직 지사로서 해결해야 할 부분은 해결하고 했어야지"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계속된 지적에 원 지사는 "제2공항 문제와 기반시설 문제, 다 해결하겠다. 집중하겠다"고 대응했고, 이 의원은 "말로만 하지 마라"며 "말로만 그렇게 끝내면 도민들이 어떻게 판단하겠느냐"면서 원 지사에게 최후 변론의 기회를 줬다.

이에 원 지사는 "지금 제주의 가장 최대 문제는 사회기반시설의 포화를 해결하는 것인데 제 임기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하루 아침에 안 되는 문제여서 시간이 걸리니 남탓하지 않겠다"며 "(다만)제2공항 문제에 대해선 집권여당은 집권여당 답게 책임성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에 있었던 도정질문에서 김황국 의원의 질의에 "(제2공항을)안 할거면 정부가 안 하겠다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서의 연장선에 있는 변론이었다.

이 의원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모두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만을 밝혔다"며 "이런 도지사의 행보에 어떤 기대를 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심히 걱정스럽다. 모든 것은 존경하는 도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갈무리했다.

한편, 원희룡 지사가 지난 4월 1일에 참석했다는 '플랫폼 자유와 공화'는 중도보수 지식인들이 모여 만든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분야별 전문가 30여 명이 매주 1회 분야별 토론을 하던 포럼에서 확대돼 공식 출범에 이르렀다. 박인제 변호사와 주대환 죽산 조봉암 기념사업회 부회장,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공동의장으로 추대됐으며,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과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청년위원장이 상임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이날 행사엔 바른미래당 유승민, 정운천 의원,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참석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