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 막기 위해 사업장 이전 원천 봉쇄하려던 조례개정안,
10명 이상 동료 의원들로부터 서명받지 못해 오는 제372회 임시회에도 상정 불발

제주도 내 카지노 사업장 대형화를 원천 봉쇄하려는 동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지난 제369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에 이어 오는 5월 16일부터 개회되는 제372회 임시회에서도 이상봉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이 추진하려던 '제주특별자치도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례안의 제·개정은 본회의가 개회되기 10일 전까지 의회사무처에 접수돼야 하나, 지난 3일(공휴일 제외)까지 해당 개정안이 제출되지 않음에 따라 이번 임시회에서도 다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상봉 의원은 이번 임시회에서 '카지노' 관련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12일 밝혔다.
제주도 내 카지노 사업장에 대한 확장이전을 막고자 했던 이상봉 의원의 조례안 일부개정 시도가 이번에도 불발됐다.

해당 개정안은 기존의 카지노 영업장 소재지 변경을 건물의 대수선이나 재건축, 멸실 등 불가항력에 의한 경우로만 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사실상 기존 카지노 사업장의 이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다.

이에 대해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었으나, 이상봉 의원은 현재로선 확장이전을 막을 근거가 없어 일단 규제를 강화해 타 사업장들이 제주신화월드의 람정카지노처럼 대형화 돼 제주가 도박의 섬으로 변질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당초 여론은 이러한 규제 강화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당장은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던 터다.

허나 두 번째에도 조례 개정 시도 자체가 불발된 건, 이러한 논리 정당성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0명 이상의 동료 의원들에게도 동의를 얻지 못해서다.

이 의원이 올해 1월 28일에 해당 조례에 대한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을 때도 접수된 의견 34건이 모두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4월 23일에 개최된 토론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었다.

반대 의견을 정당하게 제압할 수 있어야 조례 개정이 이뤄질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재산권 침해 문제 여부에 대해, 이 의원은 애초 카지노 사업권이 면세사업권처럼 제주도지사의 권한으로 부여되는 '특혜'성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카지노 사업에 대한 관련 조례 중 상위법이라 할 수 있는 관광진흥법엔 이러한 내용(사업장 이전) 자체를 아예 다루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게다가 이 내용에 대한 법제처의 해석도 모호하다. 도 조례에선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관광진흥법에 관련 내용이 없어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중적인 해석을 내놨다.

한 마디로 아직 법과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애기다. 이러니 이 의원과 제주도정은 "제도정비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간 이 의원은 아예 이전을 못하게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확장 이전을 예고하고 있는 제주신화월드 내 람정제주개발의 카지노 영업장. 변경허가 신청에 대한 도의회의 의견 제시가 부대의견을 달고 제주도로 제출됨에 따라 최종 원희룡 지사의 결정만 남게 됐다.
확장 이전한 제주신화월드 내 람정제주개발의 카지노 영업장.

하지만 현재 중앙정부는 제주도와는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Intergrated Resort, 이하 IR) 산업 육성화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이유는 이웃나라 일본 때문이다.

일본은 얼마 전까지만해도 다른 나라에서 카지노 산업으로 부흥한다해도 이에 대해선 철저히 '사행산업'으로 규정짓고 외면해왔다. 싱가포르가 복합리조트 개념을 만들어 산업을 부흥시키자 일본에서도 IR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해금법을 통과시켰다.

해금법 통과로 일본은 대규모 IR을 추진키로 했고, 오는 2025년에 문을 열게 된다. 이곳이 문을 열면 제주나 한국을 찾는 많은 해외관광객들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들도 몰려들 것으로 전망됐다.

관광시장 인프라 마케팅 전쟁을 일본과 치르게 되는 셈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IR 산업을 더는 규제가 아닌 육성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이에 따라 규제완화를 통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일본의 해금법 통과는 무려 10여 년에 이르는 논의였긴 했다. 또한 사업권이 도지사에게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로서는 중앙정부의 의지와는 다른 길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허나 일본의 IR 개장과 중앙정부의 IR 산업 규제완화 속에서 제주도만 제도개선 완비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과연 시의적절한가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르다보니 이번 조례 개정 시도가 녹록치 않아 보이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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