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논쟁에 지역주민들끼리만 갈등 커져 가
사전타당성 용역 때부터 제기돼 왔던 '항공수요예측'의 적정성 문제 다시 불거져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첫번째 공개토론회가 15일 개최됐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ADPi 보고서'에 대한 의혹이 조금이나마 해소될려나 싶었지만, 오히려 원점으로 돌아간 토론회가 되고 말았다.

이유는 명백했다. ADPi 보고서를 국토교통부가 고의로 은폐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중심에 들쭉날쭉한 '항공수요예측'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공수요예측은 제주 제2공항이 대안으로 발표되기 훨씬 이전부터인 제주공항 확충방안을 논의할 때부터 거론돼 왔던 문제다. 당시 국토부는 제주공항 확충 방안으로 제시된 3개의 안 중 '제2공항'을 선택한 이유가 오는 2045년에 이르렀을때 제주의 항공수요량이 4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는 점을 들었다.

▲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첫 공개토론회가 5월 15일 오후 2시 30분 제주시 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앞으로 공개토론회는 두 번 더 진행된다. ©Newsjeju
▲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첫 공개토론회가 5월 15일 오후 2시 30분 제주시 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앞으로 공개토론회는 두 번 더 진행된다. ©Newsjeju

문제는 이 항공수요예측이 사전타당성 용역 때나 예비타당성 용역 때, 심지어 최근 이뤄지고 있는 기본계획 수립 때와 모두 다르다는데 있다. 애초 맨 처음 제시됐던 2045년 4560만 명의 항공수요예측은 예타에서 4000만 명 정도로, 공항중장기종합개발계획에서 3860만 명까지 줄었다가, 최근 기본계획에선 4109만 명으로 조정됐다.

이 수치가 매번 논쟁거리인 이유는 항공수요량의 한계치에 따라 공항 내 활주로의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를 산정해야 하는데, 이 횟수에 따라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항공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면 제주공항에서 처리가 힘들어 새로 하나 더 지어야 되느냐의 문제로 이어져서다. 즉, 이 수치로 제2공항이 필요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직결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홍명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이나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토론회 초반 이 부분을 짚었다. 용역 때마다 수요 예측이 달라지는 문제에 대해선 국토교통부나 한국교통연구원, 한국공항공사 측에서도 인정했다.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은 "사실 수요예측에 오차가 커 공격을 많이 받는다. 이건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주기적으로 전제조건이 변했을 때마다 반영하다보니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홍명환 의원과 문상빈 의장은 "그렇다고 해서 4500만 명이라는 절대적 수치로 공항규모를 정하는 건 위험한 짓"이라며 "4500만 명만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공항슬롯이 60회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어져 다른 대안들이 폐기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장은 오차 범위를 산정해 그 안에서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박영환 회장은 "다음 토론회에 몇 명 올지 어떻게 예측하나. 여기 관계자나 전문가, 도민들 의견 다 다를거다. 그러면 용역진이 혼자 정할 게 아니라 여러 의견을 들어 3200만 명부터 4500만 명까지의 안을 모두 도출해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특정 수에 맞춰놓고 대안을 제시하니 더 좋은 안이 나오는 걸 막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제주 제2공항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반대 측 패널들. 왼쪽부터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의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장, 홍명환 제주도의원. ©Newsjeju
▲ 제주 제2공항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반대 측 패널들. 왼쪽부터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의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장, 홍명환 제주도의원. ©Newsjeju

이에 국토교통부의 전진 신공항기획과 사무관은 "수요예측에 대한 확실성은 없다고 인정하지만, 최근 기본계획에선 4109만 명으로 수요가 예측됐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한 시설이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에선 현재의 제주공항이 정상 상태가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팀장은 "평균 탑승율이 80%대에 근접하면 공항을 확장해야 한다. 정상적인 공항이라면 88%이라는 수치가 나올 수 없다. 이는 항공사들에게만 좋은 일"이라면서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한 본부장은 "수요예측에 오차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재차 인정하면서도 "오차범위를 정하는 것도 어려울뿐만 아니라 오차를 반영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제윤 팀장은 "오차범위를 늘리자는 건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심도있게 검토돼야 한다. 수요가 많을수도 적을수도 있지만 저희로선 지침에 따라 딱 정해놓고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찬·반 측 논쟁의 내용은 사전타당성 용역 보고가 있을 때부터 수차례 제기돼 왔던 문제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또 다시 불거지면서 제2공항에 대한 논란은 처음으로 돌아가버린 듯 했다. 이는 ADPi 보고서에서 제시된 항공수요예측량 때문이었다.

# ADPi 보고서에서 제시된 안... 현 공항 활용 가능? 불가능? 누구의 말이 맞

항공수요 문제에 이어진 토론 주제는 ADPi보고서였다. 

문상빈 의장은 "유신 측이 ADPi 측에 이메일을 보내 받을 수 있던 보고서를 왜 반년만에야 이뤄진 것인지 의아하다"며 "1억 3000만 원이나 들인 보고서가 왜 아무 곳에도 남기지 않고 폐기되는지, 정확한 보안규정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전진 사무관은 기존에 앞서 발표한 내용을 재탕했다. 국토부에선 착수, 중간, 최종보고서만 납품받을 의무가 있을 뿐 나머지는 보안규정에 따라 폐기하는 게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허나 그 뿐, 보안규정 몇 조 몇 항에 근거가 있는건지를 알려달라는 문 의장의 답변엔 응하지 않았다.

박영환 회장은 "T/F팀에서 ADPi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그 담당자가 ADPi보다 더 전문가인지, 혹은 다른 엉뚱한 의견을 냈다면 그걸 누가 알겠느냐"며 "세금이 들어간 보고서인데 그냥 보안규정이라고 해서 폐기하면 그 뿐인 것이냐"고 재차 폐기근거 공개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전 사무관은 "과업지시서에 따라 진행된 것일 뿐"이라며 "ADPi보고서도 여러 하도급 보고서 중 하니일 뿐인 거고, 탈락된 대안은 다시 한 번 사타에서 가능한지 검토했었고, 이번 타당성 재조사 보고서에도 실려있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 제주 제2공항 공개토론회에서 정부 측 대변인들로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팀장, 전진 국토부 신공항기획과 사무관. ©Newsjeju
▲ 제주 제2공항 공개토론회에서 정부 측 대변인들로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팀장, 전진 국토부 신공항기획과 사무관. ©Newsjeju

이어 홍 의원은 ADPi보고서에선 19가지 권고사항을 갖추면 옵션으로 제시된 3가지 대안 중 교차활주로를 이용해서도 시간당 60회의 이·착륙이 가능한 것(현 제주공항으로도 2045년 4500만 명 수용 가능)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하면서 이 때문에 국토부가 일부러 ADPi보고서를 은페하려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제윤 팀장은 "(대안들이)탈락한 결정적 사유 중 하나는 소음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과 보조활주로의 길이가 짧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팀장은 "보조활주로 길이가 1900m인데 정상적인 상태에선 1500m로도 이륙이 가능하지만 최대중량으로 이륙하려면 모자르게 된다. B737 기종의 경우는 3000m 넘게 확보돼야 한다. 보고서에선 착륙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아주 위험하다"며 "기상 악화 시엔 최소 2050m의 활주로가 확보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팀장은 "이건 10년 전부터 검토됐던 문제고, 이게 가능했었으면 이미 검토를 했었을 것"이라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자 박영환 회장은 "그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 아니냐"고 지적했고, 문상빈 의장도 "소음피해를 거론한다면 제주공항 확장뿐만 아니라 제2공항도 하면 안 된다.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당시 국토부가 이걸 어떻게 평가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어 문 의장은 "ADPi에서 구체적인 안을 내놨는데 왜, 어떤 근거로 이걸 배제했느냐는 거다. 이게 중요하다. 사타 용역진이나 ADPi에서도 보조활주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봤던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전 사무관은 자신의 개인적 의견일 뿐이 아니냐는 지적에 사타 용역을 수행했던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시간당 60회의 이·착륙이 가능해야 하는 문제다. 보고서에선 전제조건을 갖추면 가능하다고 봤지만, 항공기 이·착륙간에 분리간격을 줘야 해서 현실적으론 50회 이상을 확보할 수 없고 관제 쪽에서 위험성도 있어 제외된 것이라고 김병종 교수가 설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명에 문 의장은 "60회는 어려울 걸로 봤지만 50회는 가능하다고 한 걸로 기억한다. 50회는 23만 6000회의 이·착륙이 가능한 수치다. 이러면 현 제주공항이 수용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재차 반문했다.

문 의장은 "ADPi에선 활주로를 연장하지 않아도 되는 공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도 최종 대안에는 9조 5000억 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는 바다 매립안만 포함돼 현 공항 활용방안이 이것만 있는 것으로 오해하게 된 것이기 때문에 사타 용역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국토부 측에선 용량 확충 전제조건에 따라 다른 안에 대한 조건을 이행할 수 없어 탈락하게 됐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시간당 50회로는 4500만 명의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대 측에선 ADPi에서 60회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재반박했다.

결국, 이날 토론은 현 제주국제공항의 수용능력 혹은 수요예측 문제로 귀결되면서 다시 문제의 원점 제자리로 돌아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차분하게 잘 진행되는 듯 싶었으나 제주공항 확장안을 반대하는 현 공항 소음피해 지역 주민들이 여러 차례 토론회 패널들의 발언에 고성을 지르며 반박하거나 제2공항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언쟁을 빚어 제주도 내 지역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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