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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면사무소 강병철

2014년 어느 동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아침 9시가 되기도 전에 아주머니 한 분께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하셔서 다짜고짜 쓰레기 버리는 할머니를 잡아달라고 했다. 진정하시고 무슨 내용인지 말씀해 보시라고 했더니 같은 동네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몇 년 동안 8시 반쯤 외출 나가시는데 그 때마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검정 비닐봉지를 버린다는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 현장에 나가보니 간발의 차이로 할머니는 이미 길 가에 앉아 있었고 주변을 살펴보니 비닐봉지 하나가 있었다. 그 안에는 먼지와 머리카락, 휴지 조각 등이 들어 있었고 혹시 할머니께서 버리셨냐고 여쭤보니 아니라고 대답하고는 승합차를 타고 가버리셨다.

그 다음 날부터 나는 10분 일찍 나가서 할머니를 기다리며 주변 밭 돌담과 화단에 버려진 검정 비닐봉지를 보물찾기 하듯이 치우기 시작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렇게 할머니와 나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동안 처음 신고했던 아주머니께서는 길거리에 꽃을 심어 아름답게 가꾸기 시작했다. 밭주인은 잡초를 메어 깨끗하게 만들었고 한 달이 지나자 할머니께서도 생각을 바꾸셨는지 내가 골목에 나가지 않더라도 검정 비닐봉지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쓰레기를 검정 비닐봉지가 아닌 종량제 봉투에 담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였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이 비용 부담을 원칙으로 적용하여 처리비용이 포함된 종량제 비닐봉투를 쓰도록 했다.

제주도에서는 2018년 4월부터 플라스틱, 종이, 고철, 비닐 등을 매일 배출하던 기존 방식을 보완하여 재활용 가능한 품목을 지정한 요일에 배출하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올 해에는 쓰레기 불법투기 현장을 신고하면 상금을 주는 신고포상금 제도까지 운영되고 있으니 이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 자체가 범죄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제주시에서는 불법 쓰레기를 비롯하여 불법 주정차 행위와 도로상에 물건 적치와 같은 사유화 행태를 근절하고자 작년 11월 기초질서 지키기 시민 아젠다 선포식을 개최했다.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긴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질서란 일의 진행이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사물의 순서나 차례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제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초질서 지키기는 행복한 동네에서 살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공중도덕을 정한 것이라 하겠다.

집안 청소나 설거지를 아내나 엄마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남편과 자식들은 팔짱끼고 구경만 하면 될까? 깨끗한 가정을 만들려면 잔소리 나오기 전에 먼저 정리정돈 해야 하는 것처럼 기초질서 지키기에는 너와 나의 구분이 없다. 스스로 실천하는 우리가 있을 뿐이다.

남 몰래 쓰레기를 버렸던 할머니를 바꾸는데 하루 10분씩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듯이 기초질서 지키기는 서두르지도 말고 그렇다고 쉬지도 말고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는 생활문화 운동이다.

답정너라는 속어처럼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도 정해져 있다. 지금이라도 기초질서 지키기를 습관처럼 몸에 베이도록 하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더불어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시설 확충과 일자리 창출은 행정기관이 해야 할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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