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28일 故허창옥 부의장에 대한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Newsjeju
▲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28일 故허창옥 부의장에 대한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Newsjeju

허창옥 부의장님 들리십니까.

이 자리에서만큼은 부의장님이 아닌 허창옥 동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동지로 만나 함께한 세월, 동지로서 님을 떠나 보내고 싶습니다.

동지가 태어나고 자란 대정은 바람의 세기만큼 설움이 컸습니다.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대륙 진출을 위한 병참기지라는 비극의 숙명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동지는 알뜨르에서 진정한 민족 해방을 꿈꾸었고,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농민들에게서 
사람이 사랍답게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였습니다.

농민 운동가, 진보 정치가의 삶은 그래서 운명이었습니다.

동지는 늘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그 깨어있음은 약하고 소외된 곳을 가장 먼저 채우는 따뜻함이 되었습니다. 

그 따뜻함은 제주가 실현해야 할 시대의 정신으로 승화되어 지금까지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지는 아이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면 굳건히 손을 잡고 당당히 함께 걸었습니다.

동지와 함께 전국 최초로 주민 발의를 통해 ‘친환경 우리 농산물 학교 급식 조례’를 제정한 순간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전국 최초 고교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의 실현, 4.3평화인권교육의 전국화 역시 동지의 깨어있음이 이루어 낸 진보의 성취입니다.

허창옥 동지여. 

동지는 늘 농민의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는 땅의 가뭄을 걱정했습니다. 폭우와 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는 작황을 걱정하는 농민들과 함께 비바람을 맞았습니다.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제주 섬의 파괴와 개발을 온 몸으로 저항하며 생명의 존엄함을 지켰습니다.

도민들의 무거운 노동과 갈등의 짐을 함께 짊어지고 걸었습니다. 

그 마음과 헌신, 노고가 참 고맙지만, 당신의 삶을 일찍 저물게 한 원인이 된 것 같아 
한편으로 원망도 듭니다.

동지여, 하늘에서는 부디 자유롭고 편안하게 쉬십시오. 

종종 알뜨르를 찾아가면, 바람으로 들꽃으로 그 좋았던 넉넉한 웃음 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허창옥 동지, 그대의 농민의 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편안히 가십시오. 유가족 분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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