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교육감 28일 오후, 도내 2학년 고교생들과 자리 마련
동아리 활동부터 주입식 교육 아쉬움 등 체감 목소리 나와
이 교육감, "우리나라 교육 경직돼 있어"···"다함께 노력하자"

▲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도내 30개교 대표 고교생들과 만남을 갖고,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들에 귀를 기울였다. ©Newsjeju
▲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도내 30개교 대표 고교생들과 만남을 갖고,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들에 귀를 기울였다. ©Newsjeju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도내 고등학교 학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행복한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겠다는 목적이다. 도내 학생들은 성문화와 주입식 교육부터 동아리 활동의 한계 등 몸소 체감하는 고민들을 털어놨다. 

28일 오후 4시30분 이석문 도교육감은 하워드존슨 제주호텔 블리스 A홀에서 '행복한 학교 문화 만들기 고교생 대화 한마당'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도내 30개교의 대표 2학년 학생들이 참석한 자리는 학교에서 겪고 있는 고충과 개선책, 교육당국에 바라는 점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도교육청은 이석문 교육감을 필두로 국·과장, 업무관계자 등 15명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소통 방식은 사전에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이나 건의 사항을 미리 작성하고, 이석문 교육감과 도교육청 실무진들이 답변에 나서는 형식이다. 

참여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 내에서 성교육이 부족하다. 진행되는 있는 성교육은 형식적인 생물학적 성(性)에 대해서만 다뤄진다. 교육은 낙태나 성폭력 VOD 시청, 외부강사 수업이 전부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전환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형식적인 성교육은 최근 우리나라의 성별 갈등으로 치닫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학생들은 생각하고 있다. 올바른 성 의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현재 수업 방식에 따른 갈등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4차 산업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여전한 '주입식 교육'으로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로 막는 요인이 된다는 내용이다.  

역시나 장벽은 입시 위주 교육이다. 때문에 개개인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교육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과 수업 외에 '삶을 살면서 가져야 할 태도' 등의 교육도 학생들은 원하고 있다. 두발 자율화와 교복 문제도 고민거리다.   

각 학교에서 추진되는 동아리 활동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는 가장 많았다. 학생들은 진로가 대학 진학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아리 활동으로 여러 진로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하는데, 동아리 예산 반영이 잘 되지 않아 매번 사비가 지출된다.  

동아리가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진로를 '예체능'으로 꿈꾸는 제주도내 학생들에게는 마땅히 활동할 동아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반대로 학업 관련 동아리는 그나마 기반이 돼 있어 '예체능'을 꿈꾸는 학생들은 상대적인 상실감이 크다.

▲ 제주도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이석문 교육감을 향해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아쉬운 사항들의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Newsjeju
▲ 제주도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이석문 교육감을 향해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아쉬운 사항들의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Newsjeju

학생들의 여러 의견을 경청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제주도의회 행정질문 답변보다 어렵다"고 말하며 웃음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경직돼 있다'고 표현했다. 큰 문제는 수능평가제도로, 정답이 하나만 있고 나머지는 틀렸다는 인식교육에 있다고 평했다. 

"제주교육은 아이 한명 한명이 존중받는 교육"이라고 언급한 이 교육감은, "지금은 정답이 맞느냐, 틀렸느냐가 수업 방식이라면 앞으로는 상대방의 인격을 인정해 주는 흐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기존 '주입형' 수업의 변화를 위한 과정도 언급했다. 더디지만 참여형 수업으로 바꿔나가야 하고, 이는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 능동적 참여형 활동의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예시로는 학교 간 자율동아리와 학생 자치활동, 과목 선택권 확대, 논술 훈련, IB 프로그램 도입, 내·외부 구성원들의 노력 등을 언급했다. 

제주도 이석문 교육감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제주교육은 보완해 나가고 있다"며 "자율 동아리 활동과 학생 자치활동은 도교육청에서 적극적인 지원 등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율 동아리'를 두고 이석문 교육감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작은 학교'라고 표현했다. 학생들이 서로 좋아하는 것들이 결합된 동아리가 모이면 현재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성교육과 성소수자의 인식 개선과 관련해서는 "크게 보면 인권의 개념으로 우리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고, 부인할 수 없다"며 "인정하고, 존중받는 교육의 근본이 되도록 더욱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석문 교육감은 두발 통제에 관한 사견도 내비쳤다. 본인도 역시나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머리카락을 짧게 다듬어야 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등 통제가 많다"며 "저 역시 이해가 되지 않고, 강제로 시행되다 보면 규칙에 따라 지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바꾸기 위한 노력들을 해보자"며 "외부와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이 공존해야 하고, 누군가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한다"는 소견을 내비쳤다. 

더불어 그는 "제주도는 100년을 이어온 학교는 있는데 100년의 전통이 있는 학교는 없다"며 "학생들 모두가 스스로 어떻게 지속적인 전통을 만들어갈지 깨어있는 노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 제주도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이석문 교육감을 향해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아쉬운 사항들의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Newsjeju
▲ 제주도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이석문 교육감을 향해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아쉬운 사항들의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Newsjeju

한편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행사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기도 하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지금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시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 향상이고, 지금 학생 여러분들 역시 민주시민"이라며 "학생들에게는 대한민국 역사와 꿈과 희망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 교육감은 "오늘 제안된 내용들의 결과는 학생 여러분들이 추후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학교와 학생 한 명 한 명이 존경받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행복한 학교 문화 만들기 고교생 대화 한마당'에서 나온 학생들의 발언과 건의사항은 도교육청 각 부서의 의견조율과 협의 등을 거쳐 정책에 반영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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