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부실한 해명에 커져만 가는 의혹들

제주 제2공항 재조사 용역 2차 도민공개토론회 29일 진행
입지선정 타당성에 집중적으로 문제제기... 국토부, 뚜렷한 해명 내놓지 못해

성산 지역을 제2공항 후보지로 지정한 용역 조사에 대한 각종 지적이 제기됐으나 국토부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아 제2공항 건설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커져만 가고 있다.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한 도민 공개토론회 두 번째 장이 29일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도 강영진 한양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으며, 1차 토론회 때와는 달리 토론 패널 수가 2명 줄었다. 제2공항 재조사 검토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박찬식 충복대학교 겸임교수가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의장과 함께 자리하고, 용역진을 대변한 자리엔 1차 토론회 때 참석했던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팀장과 전진 국토부 신공항기획과 사무관이 대화를 나눴다.

1차 토론회가 항공수요예측에 대한 타당성과 ADPi 보고서 은폐 의혹이 주된 쟁점이었다면 이날 2차 토론회는 입지선정 타당성에 대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물론 이날에도 ADPi 보고서가 시작부터 논쟁의 화두가 됐다.

# 성산 후보지, 군 공역 겹치는 부분... 국토부 뒤늦은 해명이 더 찜찜...

ADPi 보고서에 대한 논쟁 뒤엔 성산지역이 제2공항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는 과정에서의 의혹들이 제기됐다. 군 공역 중첩과 철새도래지 문제, 신도리 후보지에 대한 지적들이다.

우선 성산 후보지가 군 공역과 겹치는 문제에 대해 국토부는 다소 궁색한 변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 군 공역과 겹치지 않는다고 했다가 뒤늦게서야 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상빈 의장이 "군 공역이 겹치는데도 겹치지 않는 것으로 거짓평가해서 배점에 차이가 발생했다"고 지적하자, 전진 사무관은 "저촉이 되긴 했는데 향후에 공항 건설 시 해군의 훈련 공역 조정 협의가 용이하다는 판단 하에 평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박찬식 교수는 "군 공역 조정이 쉽다면 왜 ADPi에 보고한 답변에선 어렵다는 판단은 또 뭐냐. 그렇게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판단 때문에 평가점수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는 재조사 용역이 얼마나 엉터리로 이뤄졌지를 반증한다"고 질타했다.

전 사무관이 "군 작전공역에 4가지가 있는데 해당 공역은 후보 공역이어서 향후에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이라고 부연하자, 박 교수는 "그러면 당시에 그 부분을 검토하긴 한 것이냐. 만약 실제 그랬다면 그러한 이유로 감점시키지 않았다는 주석을 달았어야 옳다. 이제와서야 그런 변명을 내놓는 것이냐"며 "그 당시에 검토했던 자료 하나라도 있느냐"고 추궁했고,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또한 문상빈 의장은 오름 절취 오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의장은 "애초 성산 후보지를 제2공항 입지로 선정할 때 대수산봉을 절취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됐었다. 이후에 이게 문제가 되자 예타에서 항공학적 검토를 통해 절취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바꿨다. 그렇게 해서 감점대상 요인이었는데도 감점시키지 않았다"며 "기상 문제까지 각종 문제들을 다 연결하면 최종 순위가 뒤바뀐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사무관이 "무슨 근거로 그런 발언을 하는거냐"고 맞서자, 박 교수는 발끈했다. 박 교수는 "객관적 수치 제시하려고 소음등고선에 대한 원데이터를 달라고 하지 않았나. 줬느냐?"라면서 "그래서 갖고 있는 소음등고선을 확대해서 추정치로 제시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박 교수는 "우리는 용역진이 아니다. 우리보고 구체적인 데이터 근거를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나. 지금이라도 원데이터 주면 바로 연구해서 제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 철새도래지 문제 확인되면 대안 마련하겠다고? 무슨 대안?

이어 제2공항 인근 철새도래지로 인한 '버드 스트라이크' 문제가 거론됐다.

문상빈 의장은 "이 문제는 철새도래지의 위치 문제가 아니라 철새가 어느 방향, 어느 지점으로 이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용역진에선 이·착륙이 이뤄지는 남북 방향으로만 검토했던데 새는 그렇게 한 방향으로만 날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애초 검토에선 하도리 철새도래지만 검토 대상이었고, 그 밑으로 있는 종달리와 오조리 철새도래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박찬식 교수는 "사타에서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건 아주 중요한 오류"라면서 "항공기 고도와 새들의 이동경로와 겹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하도리 외 다른 철새도래지도 있다. 만일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현재의 철새도래지를 다 폐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진 사무관은 "사타엔 포함되지 않았었지만 세 곳 모두 항공기 진입표면에 위치해 있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철새 전문가들로부터 면밀한 조사를 벌인 뒤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문 의장은 "그 대안이라는 게 철새도래지를 없애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 신도-1, 신도-2 후보지는 왜 신도리 후보지 한 곳으로 변경됐나

이와 함께 애초 제2공항 후보지로 거론됐던 전체 31곳의 후보지 중 신도-1과 신도-2가 나중에 신도리 후보지 한 곳으로 줄면서 최종 후보지에서 탈락된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박찬식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신도-1 후보지는 주변에 소음피해 가구가 많아 탈락됐다. 신도-2 후보지는 수월봉으로부터 1.5km 떨어진 해변가 지역이다. 1차 후보지 평가에서 신도-1이 탈락되자, 신도-2는 원래 있던 곳이 아닌 처음 신도-1 지역 가까운 곳으로 옮겨졌다.

이를 두고 박 교수는 "수월봉 아래에 소음피해 걱정이 전혀 없던 신도-2 부지가 있었는데 왜 이곳을 소음피해 가구가 있는 곳으로 옮긴 것이냐"고 물었다.

전 사무관이 "해안가 쪽 후보지는 수월봉 훼손 우려 문제로 옮겨진 것으로 안다"고 답하자, 박 교수는 "애초 후보지는 수월봉으로부터 1.5km 떨어진 곳이라 그런 우려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 사무관은 "그렇게 검토하기 시작하면 제주에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해야 한다. 1.5km 떨어져 있다곤 하지만 장애물 제한표면에 걸리는 것으로 계산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추후 검토위 활동을 통해서 다시 논의하자"며 논란의 확대를 피해가려 했다.

그러자 문 의장은 "소음피해가 뻔히 예상되는 지역을 후보지로 넣은 건 탈락할 수밖에 없는 곳을 넣어서 성산지역이 제2공항으로 최적지로 선정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