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30대 여성, 숨진 전 남편 폰으로 자신에게 '미안하다' 발송
알리바이 만들기 위한 여러 정황들 '포착'···"자세한 공개는 불가"
사체 유기 제주-완도 항로 등 여러 곳에 분산한 것으로 추정

▲ 제주동부서 박기남 서장이 사건 브리핑을 진행했다. 박 서장은 "계획적 범죄"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 했다. ©Newsjeju
▲ 제주동부서 박기남 서장이 사건 브리핑을 진행했다. 박 서장은 "계획적 범죄"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 했다. ©Newsjeju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모(36)씨가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등의 사유로 구속됐다. 수사 탄력을 받게 된 경찰의 관건은 숨진 전 남편 강모(36)씨의 사체 수습 여부와 범행 동기 등이다.

이번 사건을 '계획적 범죄'로 판단하고 있는 경찰은 혐의를 살인, 사체손궤, 사체유기, 사체은닉 등 각각 따로 적용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고씨는 '우발적 범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증거자료 등을 바탕으로 '계획적' 범죄임을 입증할 자신감을 표출했다.

4일 오후 5시 제주동부경찰서는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고씨는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씨를 죽이고 사체를 훼손, 바다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6월1일 고씨 거주지인 청주로 올라가 긴급체포 후 자택에서 범행도구 등을 압수수색, 현재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박기남 경찰서장에 따르면 수사를 위해 동부서와 제주지방청 인력이 총 동원됐다. 타 지역 경찰관서와 제주해양경찰청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범행 시점을 전 남편과 재회한 5월25일로 추정하고 있다. 살인 재구성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혈흔형태 전문가 등 6명이 사건 펜션에 투입됐다. 범행 전 약 독물 사용 여부 확인 차 검사용 혈흔도 확보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서는 5명의 프로파일러가 동원돼 고씨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모(36)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4일 오전 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모(36)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4일 오전 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

고씨는 범행 후 펜션 밖을 세 번 가량 드나들었다. 제주도내 대형 마트에서 다량의 쓰레기종량제 봉투와 여행용 가방, 향수 등을 구입한 내용도 파악됐다.  

범행도구 역시 사전에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언론에 나온 현 주거지 청주에서 구입한 내용은 잘못된 보도라고 밝혔다. 범행 전 제주에서 구입했다는 것이다. 강씨를 만나기 전에는 '니코틴 치사량'과 '살해도구' 등의 검색어로 인터넷을 했다. 

살해 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행적도 확인됐다. 고씨는 죽인 전 남편의 휴대폰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거기다 강씨의 폰으로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한 것도 드러났다. 사건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물밑 작업의 흔적이다. 시점은 살인사건 이틀 후인 5월27일이다. 

고씨는 이튿날 28일 저녁 8시쯤 완도행 배에 올라 제주를 떠났다. "제주-완도 항로 등에 사체를 버렸다"는 진술도 나왔다. 

제주경찰은 진술을 토대로, 제주-완도 항로와 타 지역 육상 등에 협조요청을 통해 수색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유기 장소가 최소 세 군데 이상이다. 경찰은 해경 측에 협조공문을 요청했고, 해경은 이틀 차 항로 수색에 힘을 쏟고 있다.

탑승했던 배의 CCTV는 고씨가 무언가를 버리는 장면이 몇 분 동안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언론보도에 따른 불안감이나 공포심 조성 등으로 공개를 거부했다. 

박기남 동부경찰서장은 "피해사실 공표죄나 숨진 강씨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둘 사이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사건을 접할 충격도 감안한 범위 내에서만 공개 하겠다"고 말했다.

4일 구속된 고씨는 정확한 사체 유기장소, 범행 동기 등 집중적인 조사를 받게 된다. 내일(5일)은 제주지방경찰청에서 고씨의 얼굴과 이름 등 구체적인 신상을 공개할지 여부에 대한 심위회가 열린다.  고씨의 송치 예정일은 6월11일이다. 

한편 숨진 전 남편 강씨와 고씨는 모두 제주 출신이다. 결혼 생활을 꾸리다 2년 전 이혼했고, 둘 사이 아이는 고씨의 친정집에서 키워졌다. 고씨는 이혼 후 청주에 새살림을 꾸렸다. 

이혼 후 아이를 보지 못한 강씨는 숨지기 전 아이를 법적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면접교섭 재판'을 신청했다. 이 연장선으로 고씨는 강씨를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범행 동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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