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시신 2차 훼손 위해 치밀하게 준비
고유정, 시신 2차 훼손 위해 치밀하게 준비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9.06.0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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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수사 부실 질타받는 제주동부경찰서,
"애초 신고는 실종 후 자살 의심 신고여서..." 해명했지만 범행현장 보존 못한 것엔 변명하기 급급

경찰조사에서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하고 있는 고유정(36,여). 우발적 범행이라던 그녀는 범행 도구를 청주에서 미리 가져왔고, 이미 훼손된 사체를 다시 또 말끔히 정리하고자 추가 범행도구까지 주문했다.

자신의 휴대폰으로 시신 유기 방법까지 검색해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를 완전히 없애려던 고유정의 범죄는 단연코 계획적인 범죄로 비춰진다. 그런데 전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해 살던 여성이 무슨 연유로 이렇게 잔혹하게 전 남편을 살해해야만 했을까.

수사를 맡고 있는 제주동부경찰서(서장 박기남)는 아직도 고유정의 범행동기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추론되는 부분이 있다고는 했다. 허나 법정에서 가려져야 할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철저히 피했다.

박기남 서장은 9일 오전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계획범죄의 근거가 많다"면서 "범행동기에 대해 추론되는 부분이 있긴 하나 여러 인물들과 얽혀있는 굉장히 가정적인 문제여서 밝히기 곤란하다"고만 언급했다.

▲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는 고유정.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공 CCTV화면 캡쳐. ©Newsjeju
▲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는 고유정.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공 CCTV화면 캡쳐. ©Newsjeju

# 피의자 고유정의 범행 후 행적

경찰의 설명에 의하면, 피의자 고유정은 시신을 두 개로 분류해 이동시켰다. 당초 캐리어 가방 두 개를 펜션에서 체크아웃할 때 끌고 나왔다고 보도됐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이날 뒤늦게야 해명했다.

사실 이날 제주동부서의 브리핑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상당히 있다면서 이를 소명하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밝혔다. 그간 경찰이 피의자의 범행수법이나 이동경로를 철저히 함구해 왔다. 이날 브리핑에선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경찰수사 결과, 고유정은 펜션에서 머물면서 하루 정도를 사체를 훼손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살해 시점이 5월 25일이고, 26일 하루동안 미리 준비해 온 범행도구(청주에서 가져 온 일반 톱)로 시신을 분해했다. 27일에 펜션에서 나온 뒤,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자신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 알리바이를 조작했다. 그 뒤 28일 오후 8시 배편으로 완도항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보다 더 구체적인 이동경로에 대해선 함구했다.

고유정은 사체를 분해한 뒤 상자 하나와 제주에서 구입한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이 두 곳에 사체를 나눠 담았고, 캐리어에 담겨져 있던 비닐봉투들을 완도로 가는 배편에서 해상으로 투기했다. 이는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후 고유정은 완도항 해상 인근에 일부 시신을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허위진술일 것으로 판단했다. 인근 CCTV에서 그러한 모습이 포착되지 않아서다. 

배를 타고 가는 도중 고유정은 인터넷으로 목공용 전기톱을 구매해 집(김포)으로 배달시켰다. 그 뒤 고유정은 김포의 거주지에서 2일 동안 전기톱을 이용해 나머지 시신을 훼손했다. 이를 다시 하얀색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렸고, 이것이 인천시 서구 재활용업체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유정은 김포에서 버린 건 소량이라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부피가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재활용업체에서 수습된 뼛조각이 라면박스 1/3정도라고 설명했다. 

▲ 브리핑하고 있는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 ©Newsjeju
▲ 브리핑하고 있는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 ©Newsjeju

# 초동수사, 부실이 아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부실수사 논란이 일자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최초 실종 신고는 5월 27일 오후 6시께였고, 2시간 뒤엔 112로도 신고됐다. 경찰은 실종 신고 이후 곧바로 자살의심 신고(112)로 이어져 경찰은 그에 따른 탐문수사를 하는데 시간을 쓸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박기남 서장은 "애초 이번 사건이 실종 건으로 접수됐었고 이후에 자살의심으로 이어져 '형사계'가 아닌 '여성청소년계'에서 맡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시 자살의심 신고에 따른 위치추적 결과, 제주시 칼호텔 부근으로 드러나 그 일대를 수색하는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이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 시점이 27일 오후 4시 50분께였고, 그 위치가 칼호텔 인근이었다.

박 서장은 "이후 펜션 현장확인을 거쳐서야 곧바로 형사를 투입시켜 수사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28일 오전엔 펜션 주변 CCTV 확인 작업이 이뤄졌고, 펜션 현장 확인은 오후에야 진행됐다.

경찰은 28일 오후 피의자 고유정에게 전화를 걸어 진술을 확보했고, 그에 따른 사실확인을 거치는데도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펜션을 나온 시간 진술과 펜션 주변 CCTV에서 확인된 시간대가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 당일 오후 3시께였다.

그때서야 경찰은 형사 3개 팀을 현장에 보내 범죄여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 유족이 알려줬다는 또 다른 CCTV는 그보다 하루 뒤인 29일에 있던 제보다. 고유정이 펜션을 나간(27일 퇴실) 후 완도행 배편에 올라탄(28일 오후 8시 30분) 다음의 일이다.

즉, 경찰이 고유정을 제주에서 떠나기 전에 잡을 수 있던 시간대는 물리적으로 최대 '5시간'뿐이었다. 허나 그 사이에 고유정을 체포하려면 증거수집을 위해 금융이나 통화내역에 대한 압수수삭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는데 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고유정은 지난 6월 1일 충북 청주 자신의 거주지에서 긴급체포됐다.

▲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뼛조각이 발견돼 경찰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동부경찰서. ©Newsjeju
▲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뼛조각이 발견돼 경찰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동부경찰서. ©Newsjeju

# 그러면 폴리스라인은 왜 안 치고, 현장검증은 왜 안 했나

그렇다고 해서 초동수사 부실 의혹이 지워지진 않는다. 범죄현장을 철저히 보존해야 할 곳에 '폴리스라인'을 치지 않아 증거수집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박 서장은 "범행이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고, 동네 주민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서장은 "30일에 현장에서 혈흔을 채취하고 난 후에 펜션 주인이 화학약품 냄새를 청소하겠다고 해서 허락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 때문에 경찰은 약독물 검사를 위한 추가 혈흔 검출을 범행 현장에서 진행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시엔 바닥의 틈새에서 혈흔을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전문가에 의뢰해보니 바닥에 스며들지 않는 장판이라 채취할 수 없었다"면서 "게다가 루미놀 검사에 의해서도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차량에서 발견된 이불에서 상당량의 혈흔이 검출돼 그걸로 약독물 검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검증을 하지 않은 사유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경찰은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박 서장은 "펜션업주가 현장검증을 반대한 건 아니다. 다만 지역주민들에게 불안감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현장검증을 안 하기로 한 건, 피의자가 당시 벌어진 상황과 부합되지 않는 진술을 하고 있고, 비산된 혈흔의 흔적을 국과수에서 분석해보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론된 상태여서 현장검증의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과수에서 분석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법정에서 다뤄져야 할 부분이라면서 공개를 거부했다.

이와 함께 펜션 주인의 증언에서 고유정과 피해자의 다툼이 있었다는 내용이 추가 확인됐다.

펜션 주인은 화분이 깨지는 등 부부싸움 정도로 여겨지는 소란이 있었다는 진술을 지난 5월 29일에 했다. 특히 고유정이 퇴실하면서 주인이 혈흔 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점에 대해선 "피의자가 아주 깨끗이 정리한 뒤였고, 혈흔이 발견된 건 전문 감식요원들이 찾아낼 수준의 것이었지, 일반인들이 확인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160cm의 왜소한 체구의 여성이 어떻게 180cm, 80kg의 남성을 제압해 살해했는지에 대해서의 의문이다. 약독물 검사에서 아무런 소견이 없었기에 의문이 더 증폭된다. 허나 경찰은 '부실수사'라는 논란에도 불구, 이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박 서장은 "사건 내용이 너무 끔찍하고 범행 수법이 너무 잔인하면서도 치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곤란하다"면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과연 어느 정도를 말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다 공개하면 보시기에 명쾌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일부는 법정에서 다퉈야 할 것도 있고 피의자나 피해자 아들이 추후에 알게 되는 부분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부득블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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